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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 둘째 아이에게 묻는다.

 

"엄마가 지금 죽는다면 너는 엄마가 어떤 사람이었다고 얘기할 거야?"

 

잠시 고민하는 눈치였던 아이가 대답한다.

 

"엄마는 하고 싶은 일 다하면서 산 사람!"

 

뜻밖의 대답에 다시 묻는다.

 

"넌 엄마가 하고 싶은 거 다하면서 사는 것 같이 보이니?"

 

이어지는 대답은 너무도 간단하다.

 

"응!...그럼, 아니야?"

 

나는 속으로 약간 억울해 한다. '나, 하고 싶은 거 다하면서 살지 못하는데...'

 

<제1회 웰다잉 영화제> 사흘 째인 오늘(3일) 주제는 '가족'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태어나 처음 겪는 죽음도 가족을 통해서이고,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하는 사람 역시 대부분 가족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죽음과 가족은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루게릭병에 걸린 남자와 장례지도사인 여자의 사랑과 투병과 갈등과 안타까움과 헤어짐을 담고 있는 영화 <내 사랑 내곁에(2009)>는 처음부터 죽음을 염두에 두고 볼 수밖에 없는 영화다. 

 

남자의 몸이 점차 굳어가 결국은 죽음에 이를 것임을 영화 속 주인공들은 물론 보는 사람들도 다 알고 있다. 고인의 몸을 깨끗하게 닦고 정성껏 모시면서 유족들과 상담을 해야 하는 장례지도사는 죽음을 곁에서 보고 느끼고 만지며 살아간다.

 

부부가 되어 잠시 가족을 이룬 남자와 여자는 헤어짐의 고통 앞에서 싸우고 울고 화내고 원망하지만, 그래도 서로를 받아들인다. 매일 고인을 대하다보면 조금은 다를 것 같기도 한데, 여자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몸부림치며 울부짖을 뿐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떠나보낼 수 있는 마음 속 힘이 생겨나 자기 손으로 남자의 염습을 한다.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2008)>에서의 죽음은 전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온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편, 아내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아직 이야기하지 못했다. 둘이 떠난 여행 중에 아픈 남편 아닌 아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홀로 남은 남편은 아내가 품고 있던 꿈을 알게 되고 그 꿈의 자취를 더듬어 간다. 그러다 남편 역시 불시에 세상을 떠난다.

 

예고된 죽음과 갑작스런 죽음, 어느 쪽이 더 슬프고 덜 애통하랴. 보내는 사람이 목놓아 운다고, 아님 담담한 채로 이별을 한다고 해도 그 가슴 속이야 누가 알까. 사랑하는 사람을 자기 손으로 직접 염습을 하거나, 아내의 옷을 입고 아내가 가고 싶어했던 곳으로 가거나 두 사람의 마음은 어쩜 하나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이별의식을 치르는 것!

 

 

 

영화 상영 후에는 웰다잉 강사의 해석과 질의 응답이 있었고, 이어서 '가족, 그 영원한 울타리'라는 제목의 특강이 있었다. 현실치료 전문가인 우애령 작가는 특강에서 가족은 누구인가, 행복한 가족의 조건, 자기 살펴보기, 가족과 진정한 친구 되기 등의 내용을 소개했다. 

 

특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이 바로 ' 죽은 다음에 아들 딸에게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은가?'였다.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둘째 아이에게  물어본 것. 아이의 대답을 놓고 조금 억울해 했지만, 나 죽은 다음에 아이들이 나를 기억하고 그리워해준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진정 의미있는 생을 살았다고 스스로를 칭찬하리라. 그것 이상 가는 칭찬이 그 어디에 있으랴.

 

 

 

 

9월 4일 영화제의 마지막 날 주제는 '죽음은 마지막 성장'이며 영화 <잠수종과 나비>, <허브> 두 편이 상영된다. 영화 상영 후에는 '웰다잉 문화의 흐름과 방향'이란 제목으로 세미나가 있을 예정이다. 죽음을 통해 떠나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 모두 성장하고 성숙해 진다면, 더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부디 그렇게 되기를.

덧붙이는 글 | <제1회 웰다잉 영화제> 9월 4일(토) 까지, 각당복지재단 강당, 문의 02-736-1928 


태그:#죽음, #죽음준비, #웰다잉, #웰다잉 영화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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