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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일, 각당복지재단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 주최 <제1회 웰다잉 영화제> 둘째 날. '존엄한 죽음'이란 주제로 영화 <씨 인사이드(2004)>와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 상영이 있었다.

<씨 인사이드> 포스터
▲ <씨 인사이드> 포스터 <씨 인사이드> 포스터
ⓒ (주) 스폰지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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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인사이드>의 주인공 '라몬'은 수심 얕은 바다로 다이빙을 하다 목뼈를 다쳐 30년 가까이 침대에 누워 지내고 있는데, 머리를 제외하고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다. 아버지와 형, 형수, 조카의 정성어린 돌봄으로 살아가는 그의 소원은 단 하나, 바로 죽음이다.

그러나 죽음 역시 라몬에게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 죽을 수 있는 권리를 위해 법에 호소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라몬을 돕기 위해 찾아온 여자 변호사 '훌리아', 우연히 TV에서 라몬을 보고 찾아온 또 다른 여성 '로사', 만남 속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깊어져가고 우여곡절 끝에 라몬은 스스로 택한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서 권투에 모든 것을 건 '매기'와 더할 수 없이 멀어진 딸과의 관계로 인해 상처입은 짐승처럼 스스로에게 갇혀 사는 트레이너 '프랭키'는 서로 만나 권투로 명성을 얻고, 점차 서로를 가족으로 여기게 된다.

그러던 중 경기 도중 일어난 사고로 매기는 전신마비 환자가 되고 만다. 이제 그만 떠나고 싶은 매기는 여러 차례 혀를 깨문다. 이를 지켜본 프랭키는 평생 안고가야 할 괴로움을 각오하고 매기가 원하는 대로 매기를 보내준다.

<웰다잉 영화제>의 여러 주제 중 가장 어렵고 민감한, 요즘 가장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존엄한 죽음, 품위있는 죽음'에 관련된 영화여서인지 관객들은 모두 진지하게 영화를 보았고, 이어진 토론에도 마찬가지로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이었다.

토론회에서 '삶은 의무가 아니라 권리'라는 라몬의 주장과는 반대로 삶의 의무를 강조하는 관객도 있었고, 프랭키가 좀 더 일찍 매기를 딸처럼 여기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더라면 매기의 마지막 선택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며 아쉬워하는 관객도 있었다.

윤영호 국립암센터 책임연구원의 강의
▲ <제1회 웰다잉 영화제> 특강 윤영호 국립암센터 책임연구원의 강의
ⓒ 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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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영화 상영이 끝난 다음 국립암센터 윤영호 책임연구원이 "우리의 존엄한 죽음, 어디까지 왔나"라는 제목으로 특별 강연에 나섰다. 그는 말기환자 죽음의 현황을 살펴본 후, 죽음을 삶의 완성으로 보지 않고 단순히 진단과 치료의 실패로 보는 데서 오는 '죽음의 의료화'가 가져오는 문제들을 지적했다.

말기환자 가족의 고통, 호스피스 완화의료 제도의 미비, 임종환자 진료의 가이드라인 미비등을 조목 조목 짚어나가면서 대안으로 품위있는 죽음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과 임종진료에 관한 표준 지침 마련, 행정적인 뒷받침과 입법, 그리고 웰빙 웰다잉 문화 운동의 확산을 꼽았다.

아울러 요즘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존엄사'가 지나치게 신체적인 면과 생명연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생명의 인위적인 중단(소극적 안락사)도 아닌, 인위적 연장(의료 집착)도 아닌, 바람직한 삶의 마무리를 위해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식의 획기적인 전환과 함께 변화를 강하게 추진해나가는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존엄사'에서 '품위있는 죽음'으로, 거기서 또 다시 '바람직한 삶의 마무리'로 용어를 바꾸어 쓰게 되었다는 윤영호 박사의 이야기에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원하는 죽음, 죽음 준비의 방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냥 이야기하면 어렵기만 한 존엄한 죽음 이야기를 영화를 통해 생생하게 보고 느낀 다음 전문가의 강의를 들으며 정리할 수 있었던 드문 기회였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죽음을 통해 삶을 돌이켜보고, 우리 현실 속의 존엄하고 품위있고 바람직한 죽음의 방식을 고민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웰다잉 영화제>는 9/4(토)까지 계속된다.

덧붙이는 글 | <제1회 웰다잉 영화제> 9/4(토) 까지, 각당복지재단 회관, 문의 02-736-1928



태그:#죽음, #죽음준비, #웰다잉, #웰다잉 영화제 , #존엄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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