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서 활동하는 영화 감독 클라우디아 리스보아는 오랜만에 고국인 브라질을 찾는다. 공항에 마중나온 가족들을 본 감독은 자신을 알아보는 낯선 여인을 발견한다. 그 여인은 바로 그의 어머니. 성형수술로 얼굴이 달라진 것이다. '딸이 엄마를 알아보는 데 30초가 걸리다니' 감독은 놀란다.

감독을 제외한 모든 가족들은 한두 번씩 성형수술을 했다. 쌍꺼풀 수술, 지방흡입 수술, 가슴확대 수술 등 다양한 종류의 수술로 몸을 바꿨다. 가족들은 감독에게도 성형수술을 권하고 그래야 우울증도 이겨낸다고 말한다. 게다가 남동생은 성형외과 의사다. 그는 가족이라도 수술을 원하는 환자라면 일반 환자와 똑같이 수술을 행한다.

<우리 가족은 성형중독>이라는 제목만 들으면 성형중독에 빠진 가족을 풍자적으로 그린 코믹한 다큐멘터리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목은 우리나라에서 붙인 우리식 제목이고 원제는 <성형난민>(Beauty Refugee)이라는 다소 심각한 제목이다.

영화는 성형 그 자체가 아니라 성형으로도 고칠 수 없는 가족들의 상처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그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수술이 아니라 바로 가족 간의 정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성형을 한두 번씩 경험한 감독의 가족들

 사인펜으로 얼굴에 선을 그어가며 어느 곳을 고쳐야하는지를 듣는 감독. 그는 성형을 절대 거부한다.

사인펜으로 얼굴에 선을 그어가며 어느 곳을 고쳐야하는지를 듣는 감독. 그는 성형을 절대 거부한다. ⓒ EIDF


엄마도 아빠도, 동생도, 심지어는 엄마의 남자친구까지도 모두 성형을 한두 차례 경험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성형을 함으로써 새로운 몸을 갖길 원한다. 반면 감독은 성형을 할 생각이 전혀 없고 성형에 거부 반응을 보인다. 사인펜으로 얼굴에 줄을 그어가며 어디 어디를 고쳐야한다는 것이 못마땅하다. 심지어 어린 꼬마들까지 성형수술을 흉내내기도 한다.

그러던 중 아버지는 백혈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고 엄마 또한 건강이 나빠지지만 성형 때문에 치료가 어려워지는 상황에 처한다.

가족과 갈등이 있었던 감독은 브라질을 떠나 스웨덴에서 영화 활동을 했고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감독은 자신을 성형애호가인 부모로부터 도망쳐 나온 '미(美)의 난민'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를 찍으면서 감독은 잃었던 자신의 모습을 찾게 되고 더불어 성형에 집착하는 부모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느낀다. 성형으로 몸을 바꿀 수 있지만 나이를 지울 수는 없다는 것을, 과거의 얼굴은 고칠 수 있어도 과거의 상처를 지울 수 없다는 것을, 부모의 상처를 자신이 껴안아야한다는 것을. 그리고 성형을 거부하며 도망까지 간 자신도 상처를 입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성형난민' 이 핵심적인 제목을 왜 고쳤지?

 <우리 가족은 성형중독>이란 제목보다 원제인 <성형난민>이 더 주제를 함축적으로 담아낸 제목이다.

<우리 가족은 성형중독>이란 제목보다 원제인 <성형난민>이 더 주제를 함축적으로 담아낸 제목이다. ⓒ EIDF


결국 감독 자신을 포함한 가족들은 성형의 바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성형난민'인 셈이다. 그래서 감독은 영화의 제목을 <성형난민>이라 지으면서 가족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런 영화의 제목을 왜 냉소적이고 풍자적인 느낌을 주는 <우리 가족은 성형중독>으로 고쳤는지 의문이다. 원제 그대로 <성형난민>이라고 했으면 주제를 훨씬 더 우리 관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변해버린 가족의 얼굴 속에서 가족의 참모습을 발견해보려는 감독의 의지는 일단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이제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아무리 현대 의술이 고도로 발전한다고 해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기는 상처는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그것을 고칠 수 있는 것은 의술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될 것이다.

EIDF 우리 가족은 성형중독 클라우디아 리스보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글솜씨는 비록 없지만, 끈기있게 글을 쓰는 성격이 아니지만 하찮은 글을 통해서라도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글쟁이 겸 수다쟁이로 아마 평생을 살아야할 듯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