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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의 눈과 귀가 집중됐던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 저도 이틀간의 청문회 방송을 관심 깊게 지켜봤습니다. 저 같은 20대들에게 정치만큼 재미없는 것도 없지만 그럼에도 굳이 지루한 청문회 중계방송을 열심히 지켜본 것은,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입니다.

 

"20-30대의 꿈과 희망이 되고 싶다."

 

청문회를 시작하며 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의 발언은 20대 후반인 제 마음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자신의 삶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나올 수 없는 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김 후보자는 그동안 여러 언론을 통해 '용기를 갖고 뛰면 된다는 자신감을 20대, 30대 젊은이들에게 주고 싶다'는 말을 여러 번 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얼마나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는지 모릅니다. 저 같은 20대에게, 꿈을 키울 수 있는 롤 모델이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말입니다.

 

사실 우리 역사를 돌이켜보면, 그동안 젊은 세대가 롤 모델로 내세울 만한 국무총리와 장관이 많지 않았습니다. MB정권만 해도 그렇습니다. 공정성은 물론이고 도덕성, 역사성까지 망각한 인물들이 수두룩했습니다. 일본 생체실험 부대인 731부대를 항일 독립군으로 알던, 세종시 수정을 위해 공정성 논란에 있던 사람이 국무총리라는 자리에 있었습니다. 기자들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을 하는 장관도 있었지요.

 

그런 부적격한 사람들이 국가의 중책을 떠맡았을 때 어떤 문제가 일어나는지 우리는 적나라하게 목격했습니다. 바로 신뢰의 상실입니다. 처음에는 그를 믿을 수 없게 되고, 급기야는 그 조직, 그 정부까지 믿을 수 없게 만듭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지금 MB정부에서 지적됐던 문제는 바로 이런 인사 문제에서 비롯된 신뢰의 상실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말 바꾸기, 거짓말, 자료 미제출, 우리들의 일그러진 '희망'


 

그렇기에 이번 8.8 개각의 대상자인 국무위원들이, 아니 적어도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만은 기본에 충실하기를 바랐습니다. 공정한 사회를 구현할 수 있고, 도덕적 법규를 지키는 인물이길 바란 것이지요. 청문회 검증을 흠결없이 통과해 20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길 바랐습니다. 지지당이 여당이냐, 야당이냐를 떠나서 훌륭한 정치인이 대한민국에 많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젊은 40대, 훤칠한 외모의 지방행정가 출신의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의 청문회를 관심과 희망으로 지켜본 것입니다.

 

그 기대에 부응할 것처럼,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부인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 국회의원에게 자신의 부인에게 사과하라고 호기롭게 말하기도 했지요. 국회의원에 대한 총리 후보자의 행태가, 사실 무례하기도 했지만 도덕성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한편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할 정도로 청렴한 인물인 줄 알았던 것이죠. 

 

하지만 청문회를 지켜보면 볼수록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그리고 황당했습니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님. 어떻게 그렇게 살아왔으면서, 20-30대의 '희망'이 되겠다고 전 국민 앞에서 호언을 하나요. 어떻게 남에게 사과를 하라고 당당히 요구할 수 있나요.

 

저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TV로 보는 것 같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처음에는 '절대 그런 일 없다'는 후보자님의 말이 '죄송하다'는 말로 바뀌는 순간,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신뢰'가 송두리째 사라져 버렸습니다.

 

비단 어느 하나의 사건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경남도청 직원 가사도우미 활용, 부인의 관용차 사용, 재산 신고 누락, 박연차 회장을 만난 시기 등 많은 의혹에 자신의 편의에 맞춰 말을 카멜레온처럼 바꾸고, 법 위반만 수차례가 되는 총리 후보자의 실체를 국민들이 제대로 목격했습니다.  

 

지금 국민들이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이틀 동안의 청문회에서 보인 국무총리 후보자님의 진실성 없는 말은 한 나라의 중요한 직책을 맡기에는 많이 부적격해 보입니다. 같은 물음에도, 때에 따라 다른 내용으로 답하고 급기야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한 나라의 재상을 과연 누가 원할지 의문입니다.

 

김태호 후보자님. 스스로에게 갈구해보십시오. '정의와 공정성'이란 가치를 지켜온 대한민국의 정신사에 과연 자신이 걸맞은 국무 총리 후보자라고 생각하십니까?

 

 '사익'이냐 미래 세대의 '공정한 사회'냐   

 

이번 8.8내각은 가히 드림팀(?)이라고 할 만합니다. 천안함 유족에게 '동물처럼 울부짖는다'는 실언을 한 경찰청장 후보자,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 외국 국적 소지자 딸의 불법 의료보험 혜택을 받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후보. 지금 이런 '황당' 관료들이 모여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가려고 합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청문회에서 버티기를 합니다. 도덕적 결격 사유를 지닌 후보자의 자리 욕심에 나라로서는 '불행'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입니다. 과연 그런 그들이 국익을 위할지, 사익을 위할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내각을 통솔할 '말바꾸기의 달인' 총리 후보자가 청문회 통과를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과연 이게 제대로 된 국가일까요. 공정한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들이 나라의 중요 직책을 맡는 나라. 과연 이런 풍토 속에서 우리 20대는 무엇을 보고 배워야 할지 의문입니다. 그럼에도, 꿋꿋이 우리 20대의 희망이 되고 싶다는, 김태호 후보자님께 한 말씀 드립니다.

 

김태호 후보자님. 안타깝게도 저는 당신에게 희망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범법과 거짓말하는 총리 후보자를 신뢰할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 나라의 기치가 '공정한 사회'라 믿는 다른 20대들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총리가 되는 것은 저를 비롯한 20대의 믿음에, 그리고 총리 후보자님께서 열심히 읽으셨다는 <정의란 무엇인가>에 반하는 일이 아닐까요? 

 

책의 내용처럼, 정의가 '공동체 사회의 미덕을 키워 가는 과정'라 믿는 김태호 후보자님. 그 말처럼사회의 미덕을 키워나가기 위해서 범법과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국가의 중요 직책에서 배제해야 하지 않을까요. 본인의 총리직 욕심 때문에 미래의 주역들이 공정한 사회의 꿈을 잃지 않도록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청문회에서 '거짓말'하는 사람은 나라의 중책을 맡을 수 없다고 믿는 우리 20대들의 교훈으로 남아주시길 바랍니다. 우리 20대의 성공 비결이 거짓말과 범법이 아니라 정직과 공정함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갖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그 방법은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는 자진 사퇴하는 것임을 기억하십시오.


태그:#김태호, #총리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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