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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농요 보존회원으로부터 새끼꼬기를 배우는 최예진(서암초 4년) 어린이
 마들농요 보존회원으로부터 새끼꼬기를 배우는 최예진(서암초 4년) 어린이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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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이 모질게 추워서였을까? 올여름은 유난히 무덥다. 그러나 지글지글 뜨거운 태양과 무더위가 곡식과 식물들을 자라게 하는 데는 오히려 도움이 되었나보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근린공원 안에 있는 마들농요 농사체험장에 있는 논과 밭은 잘 자란 벼와 콩, 메일 등 곡식들이 풍성한 모습이었다.

두 개의 논에 가득한 벼들 중 먼저 모내기를 한 아래 논은 벌써 통통하게 이삭이 들었다. 씨앗을 뿌린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메밀밭은 어느새 새하얀 꽃밭이다. 메밀밭 옆에 있는 조밭은 고개 숙인 이삭들이 뜨거운 땡볕 아래 가을을 느끼게 한다.

더구나 벼논과 메밀밭 사이에 새워져 있는 허수아비의 모습은 여느 농촌풍경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이곳에서는 요즘 매주 목요일에 서울무형문화재22호인 마들농요 보존회원들이 공연연습을 한다. 10월 11-12일 충남공주에서 열리는 전국민속축제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매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마들농요 보존회원들뿐만이 아니었다. 회원들의 도움으로 농사체험을 하기 위해 어린이들과 학부형들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이날도 30여 명의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체험행사를 했다.

고개숙인 조이삭
 고개숙인 조이삭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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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두렁의 허수아비
 논두렁의 허수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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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행사는 벼가 한창 자랄 때는 김매기를 했지만 요즘은 피뽑기 체험을 한다. 그것도 먼저 모내기를 하여 통통하게 이삭이 든 논이 아닌, 조금 늦게 모내기를 하여 아직 이삭이 들지 않은 작은 벼논에서 한다. 어린이들은 회원들의 도움으로 벼와 잡초, 특히 피를 구분하는 방법을 배우고 논에 들어갔다,

회원들이 부르는 마들농요 아홉마당이 구성지게 들려오는 가운데 어린이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잡초와 피를 찾아 저마다 손에 뽑아들고 나온다. 피뽑기 체험이 끝난 후에는 도리깨질과 방아 찢기, 그리고 새끼 꼬기 체험에 들어갔다.

그런데 어린이들은 새끼 꼬기가 제일 어렵다고 도리질을 한다. 새끼 꼬기는 어른들에게도 쉽지 않은 작업이다. 새끼는 볏짚으로 꼰 줄을 말하는데 초삭, 또는 고삭이라고도 불렸다. 오랜 옛날인 삼국시대 이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사용하던 생활도구다.

새끼는 우리 조상들이 농경문화를 이루어가며 필요에 의하여 만들어 사용하게 되었다. 곡식을 담아 운반하거나 보관하던 볏짚가마니나 멍석, 삼태기를 만들 때도 재료로 사용되었고, 울타리나 초가지붕의 이엉 재료로도 절대 필요한 것이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어 조선시대에는 정부의 조달품목이 되기도 하였다.

벼논에서 피뽑기 체험행사를 하는 어린이들과 마들농요 회원들
 벼논에서 피뽑기 체험행사를 하는 어린이들과 마들농요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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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꽃을 피운 메밀밭
 새하얀 꽃을 피운 메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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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는 굵기에 따라 가는새끼, 중간새끼, 굵은새끼로 구분되었다. 가는새끼는 짚신이나 멍석, 삼태기, 가마니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었고, 중간새끼는 울타리나 지붕의 이엉재료, 짐을 묶는 재료등으로 쓰였고, 굵은새끼는 밧줄을 만들거나 대형행사 등에 이용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새끼를 꼬는 방법은 몇 개씩의 볏짚을 두 가닥으로 나누어 양손바닥으로 비벼서 꼰다. 오른손을 바깥쪽으로 왼손을 안쪽으로 끌어당기는 방법으로 꼰 것을 오른새끼라 불렀고, 반대로 꼰 것을 왼손새끼라 불렀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인 새끼는 오른손새끼였다. 그런데 아기가 태어났을 때 사립문에 고추나 숯을 끼워 걸었던 '금줄'은 반드시 왼손새끼를 사용했는데, 왼손새끼가 나쁜 귀신으로부터 재앙을 막아준다는 민간신앙에 연유한 것이다.

새끼꼬기는 우리 농촌에서 동네 사랑방에 장정들이 모여 앉아 밤늦게까지 정담을 나누며 손바닥이 닳도록 꼬았었다, 그런데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1970년대 초부터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요즘은 볏짚새끼줄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보기도 어려운 것이어서 아이들은 물론 젊은 학부모들도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받아들였다.

"재미있어서 배워보려고 하는데 너무 어려워요."
다른 친구들과 함께 새끼 꼬기를 배워보려고 하던 노원구 서암초등학교 4학년 최예진 어린이의 말이다. 그러나 능숙하게 새끼를 꼬는 마들농요 보존회원들의 솜씨를 부러운 듯 바라보던 어린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배우는 모습이 귀엽기만 했다.

태양처럼 커다란 얼굴로 방긋 웃는 해바라기
 태양처럼 커다란 얼굴로 방긋 웃는 해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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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삭이 나온 수수
 이삭이 나온 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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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우리민속과 옛날 생활도구를 만들고 사용해보려는 어린이들의 진지한 모습이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를 날려버리는 것 같았다. 농사체험장 마당가에는 뜨거운 태양처럼 크고 둥근 해바라기가 어린들을 바라보며 방긋 웃고, 엊그제 이삭이 나온 수수도 둥실 떠오른 뭉게구름을 배경으로 싱그러운 모습이었다.

마들농요 보존회원들의 연습과 어린이들의 농사체험은 앞으로도 매주 목요일 계속해서 열린다고 한다. 참가신청은 노원구청(02-2116-3771-2)와 마들농요 보존회(02-936-3055)에 문의하면 된다.


태그:#마들농요, #체험학습, #새끼꼬기, #우리민속, #최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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