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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있는 모든 학교의 2학기가 시작되었다. 개학을 하자, 학생들은 서로 방학 때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를 묻는다. 다들 같은 대답이다. '독서실에서 지냈지 뭐.. 고 3이 어디를 가겠어...'

그러나 나는 한 달이라는 짧은 방학 중, 서울 가톨릭 청소년회를 통하여 3박 4일 캠프를 다녀왔다. 그렇지 않아도 짧은 방학인데 어딜 다녀왔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고3의 의무는학교나 독서실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지만, 우리 멤버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캠프에 다녀온 셈이다.

우리는 서울 가톨릭 청소년회를 통하여 국제 청소년 성취 포상제라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는 만 14-25세 사이의 청소년들이 신체단련, 자기개발, 봉사 및 탐험 활동을 통해 그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개발하고, 청소년 자신 및 지역사회와 국가를 변화 시킬 수 있는 삶의 기술을 갖도록 하는 국제적 자기 성장 프로그램이다.

여러 활동 중 우리 멤버 8명(여자 4명, 남자 4명)은 탐험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3박 4일로 평택 청소년 수련원을 다녀왔다. 비록 입시를 앞둔 고 3에게 중요한 시기라는 여름방학에 4일이라는 시간을 소비했지만 학교 공부와는 또 다른 새로운 학습체험의 성과가 있었으며 입시에만 찌들어 약해졌던 신체도 여름 뙤약볕 속에서 건강하게 단련되었고, 또한 잊지 못 할 추억거리도 담뿍 담아왔다.

3박 4일 중 첫째 날과 둘째 날은 예비탐험이자 본 활동을 위한 준비 기간이었고, 셋째 날, 넷째 날은 본 활동이었다.

첫째 날, 찌는 듯한 더위가 탐험활동을 하러 온 우리를 반겼다. 실로 에어컨이 빵빵한 독서실이 그립기도 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캠핑에서 제일 중요한 텐트 치기였다. 먼저 청소년 지도사 선생님으로부터 텐트 치는 법을 배우고, 다음 본격적으로 우리가 텐트를 치기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시절, 스카우트에서 한 가닥(?)했던 실력이 있기에, 조금은 익숙했다. 텐트 치기는 의외로 예전보다 쉬웠다. 텐트에 붙어있는 폴 대를 끼우고 세우기만 하면 끝이었다. 오랜만에 해보는 실력 치곤 빠르게 텐트를 쳤다. 4명이 한 조를 이루어 텐트를 치는데 서로 협동심을 발휘하니까 훨씬 수월했다.

텐트를 치고있는 모습(바닥을 깔고있는모습이다.)
▲ 텐트치는 중! 텐트를 치고있는 모습(바닥을 깔고있는모습이다.)
ⓒ 박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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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참가자들이 텐트를 모두 완성한 모습이다.
▲ 텐트를 모두 완성한 모습 캠프 참가자들이 텐트를 모두 완성한 모습이다.
ⓒ 박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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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본 탐험 활동 때 할 것을 미리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탐사활동'과 '모험활동' 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다 같이 모험활동을 하기로 정했다. 탐사활동은 우리 캠핑장을 둘러싸고 있는 무봉산에서 식물, 곤충들을 관찰하고 그것들을 기록하는 등의 활동이다. 모험활동은 오리엔터링이라는 활동이다. 이것은 보물찾기와 비슷하다. 나침반으로 지도를 보고 표시된 곳을 찾아가면 된다. 그곳엔 컨트럴 마크라는 것이 있고, 컨트럴 마크엔 스탬프와 비슷한 것이 있는데 미리 시작 전에 나누어준 종이에 해당 되는 것을 찍으면 되는 것이다.

기왕 탐험활동을 왔으니, 일상에서 겪기 힘든 것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우린 모험활동을 골랐다. 농담으로 이과 친구들은 '생물 시간에 곤충이랑 식물은 충분히 볼 수 있어! 그러니 모험활동을 하자!'라고 말했다.

오리엔터링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 오리엔터링 학습중! 오리엔터링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 박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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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활동 설명을 선생님들께 배웠는데 오리엔테어링은 신기했다. 정말 보물찾기를 하는 것과 비슷했고 처음 해보는 새로운 경험이라 진짜 모험 같았다. 나침반 쓰는 법을 배운 다음 지도를 받았고, 지도엔 산 이곳저곳이 번호가 표시되어 있었다. 보는 순간 '아... 과연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정말이지 산 이곳저곳에 컨트럴 마크가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무봉산이 설사 그리 높지 않은 낮은 산이라 할지라도 열군데 정도나 되는 지점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찾아다닐 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오리엔터링을 예비로 해보는 모습
▲ 오리엔터링학습중! 오리엔터링을 예비로 해보는 모습
ⓒ 박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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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 같은 더위와, 우리를 경악하게 만든 지도를 놓고 배운대로 나침반 사용해 보았다. 그리곤 선생님 한 분이 어느 한 장소를 정해 미리 가 있고, 한 명씩 나침반을 이용해 찾아가는 연습을 했다. 혼자 찾아간다니까 나름 스릴도 있었다. 이번 캠프를 어떻게 해쳐나갈지 고민도 하며 나침반과 지도를 들고 길을 찾아 나섰다.

중간에 길을 해매기도 했지만 결국 도착지점까지 무사히 찾아갔다. 그 뿌듯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정말 보물이라도 찾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침반 하나만 있다면 이제는 어디든지 찾아 나설 수 있을 것 같았고 이 경험은 나에게 정말 소중한 학습이었다. 이렇게 도착 첫날의 일정이 끝났다.

나침판 사용법을 배우는 모습
▲ 오리엔터링학습중! 나침판 사용법을 배우는 모습
ⓒ 박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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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에는 예비탐험 완료를 알리는 사진을 찍고 일단 일정을 끝냈다. 그리고 계속 우리에겐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솔직히 같이 온 우리 8명조차도 다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그래서 서로 자기소개도 하고 친해질 거리도 만들었다. 다들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에 역시나 캠프를 와서도 얘기 주제는 공부와 대학문제였다. 고3이라 경험자인 나와 내 친구에게 동생들은 공부에 대한 것과 대학에 관한 정보를 물었다. 캠프를 와서도 머릿속엔 학업 문제가 최대의 관심사로, 뼈 속까지 대입에 얽매인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일 수밖에 없었다.

한참의 대화를 마친 후 우리는 다음날 해 먹을 음식거리를 사러 시내로 나갔다. 마트 한 번 가려면 차를 타고 20분 정도는 달려 나가야 했다. 같이 캠프를 온 친구들과 카트를 끌며 이것저것 가격도 따지면서 음식 재료들을 샀다. 마치 TV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의 출연자가 된 것 같았다.

날씨가 너무 덥다보니 얼음 가게에 가서 얼음도 샀다. 화채를 만들 수박도 사고 또한 식사 재료를 사면서, 집에선 엄마가 해주는 음식만 먹다가 그 음식을 내가 만들려고 생각하니 앞이 막막하기도 했다. 스스로 요리 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레기도하고, 한편으론 걱정이 되기도 했다. 실제 별로 해본 적이 없으므로 비슷한 처지의 팀원들과 협력해서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 결과가 이미 상상되어 웃음이 뒤 따랐다.

예비활동을 마치고 다 같이 촬영한 사진!
▲ 활동을 마치고! 예비활동을 마치고 다 같이 촬영한 사진!
ⓒ 박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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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예비탐험인 1박 2일이 지났다. 항상 무엇을 시작할 때 준비과정이 철저해야 결과가 좋은 법! 만족할만한 준비과정을 끝냈다. 에어컨과 선풍기가 빵빵한 학교와 집, 독서실을 떠나서 사방을 둘러봐도 산뿐인 이곳에서, 본격 탐험활동이 시작되는 익일에는 어떤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익힐지 기대가 됐다.

우리 고딩들은 '채플린'의 공장에서처럼, 공부라는 한 가지 동작만 익히며 기계 톱니가 맞물려 가듯 반복적으로 사는 중에, 이번의 이 일탈한 탐험 캠프 일정이 우리의 존재 가치를 새롭게 확인할 수 있는 그런 의미 있는 날들이 되기를 소원해봤다.

(2부로...)


태그:#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 #무봉산청소년수련원, #사는이야기, #고3의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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