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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로 시스템 카레즈

카레즈 시스템 외관
 카레즈 시스템 외관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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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하고성을 보고 나온 우리는 카레즈 박물관으로 간다. 카레즈박물관은 현대적인 모습이다. 안으로 들어가니 바로 지하로 연결되고 물길이 흐른다. 물에는 물고기가 놀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카레즈 전시관이 보인다. 천산으로부터 지하로 개척한 수로 모형이 만들어져 있다. 이 카레즈가 투르판 등 사막의 도시를 오아시스 도시로 만들었다.

전시관을 지나면 다시 물길을 따라 조금씩 올라가도록 되어 있다. 이곳에 세워진 팻말을 보니 '보배롭고 사랑스러운 생명의 물(珍愛生命之水)'이라고 쓰여 있다. 조금 더 들어가니 다시 지하로 들어가면서 몇 가지 조각상이 보인다. 또 물이 좋은지 아이들의 얼굴을 씻기는 여인도 볼 수 있다.

카레즈를 개척하는 사람들
 카레즈를 개척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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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안으로 더 들어가면 카레즈를 개척하는 옛 선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청동부조로 만들어 세웠다. 한 사람은 굴을 파고, 다른 사람은 그곳에서 나온 흙을 운반한다. 카레즈 박물관이 끝나는 지점에 이르면, 조롱박으로 물을 한 모금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놨다. 그리고 그 옆에는 카레즈 시스템을 그림으로 설명해 놓았다.

중국어로는 '감인정결구시의도(坎儿井結構示意圖)'다. 여기서 '감인정'은 카레즈의 중국식 표현이다. 그림에 보면 수갱을 파고 내려가 지하수로를 만들고 이것을 낮은 지역으로 흐르게 만들었다. 이것을 암거(暗渠)라 한다. 경작지에 가까워지면 수로를 노출시키는데 이것이 명거(明渠)다. 명거로 나온 물은 저수지에 보관되었다가 필요한 만큼 농지로 보내진다. 이러한 관개시스템을 이용하여 농사를 짓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막 속의 도시가 오아시스(綠洲) 도시로 변하게 되었다.

카레즈 시스템 구성도
 카레즈 시스템 구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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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투르판에는 1000개 정도의 카레즈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레즈이 총 길이는 5000㎞가 넘으며, 총 저수량은 60만t 정도 된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은 중국의 3대 불가사의로, 만리장성, 남북 운하, 카레즈를 들고 있다. 카레즈가 역사 속에서 그 만큼 대단한 의미를 지닌다는 뜻이다. 신장위구르자치구에는 현재 1600개의 카레즈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다.

카레즈를 나오다 보니 기념품 가게가 몰려 있다. 이곳의 장사꾼들은 기념품을 팔기 위해 적극적이다. 10-20위안 정도의 물건들을 보여주고 흥정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 기념품 가게보다 내 눈에 띄는 것은 전통 위구르 가정이다. 거실에 마루를 깔고 그 위에 카페트를 덮었다. 그 위에 평상을 놓고는 화려한 벽걸이로 치장했다.

위구르 가정의 모습
 위구르 가정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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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 위에는 몇 개의 위구르 고깔모자와 수박 한 통이 놓여 있다. 그 옆에는 위구르 전통악기가 세워져 있다. 디라크예라고 하는 현악기와, 한쪽 면만을 가죽으로 싼 전통 북이다. 손님을 받기 위해 준비해 놓은 것 같은데 주인이 없다. 일반적으로 차나 특산품을 대접하면서 간단히 공연을 하고 그 물건을 파는 모양이다. 벽에는 여자용 위구르 민속의상이 걸려 있다.

소공탑

카레즈 시스템을 보고 나서 우리는 투르판 시내에서 동남쪽 교외에 있는 소공탑으로 향한다. 소공탑(蘇公塔)은 술레이만(蘇來滿: 소공)이 1777년 자신의 아버지인 애민호자(額敏和卓)의 공을 기리기 위해 세운 탑이다. 그래서 아버지의 이름을 따 애민탑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곳에는 탑만이 아니라 동상 그리고 이슬람 사원인 청진사가 함께 있다.

애민호자
 애민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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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민호자는 투르판 지역을 평정한 왕으로, 청나라에 조공하는 댓가로 왕에 봉해졌다. 이후 투르판 왕은 그의 자손들에 의해 세습되었고, 152년 동안 이어질 수 있었다. 소공탑 아래 비문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 있다.

"하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이 탑을 세운다. 영원히 남아 그 이름을 전하길 바란다."

소공탑은 아래 지름이 10m, 높이가 37m인 원기둥 형태의 탑으로 위로 올라갈수록 가늘어진다. 황갈색을 띤 벽돌을 쌓아 만들었으며, 벽에는 14-15종의 기하학적 무늬가 새겨져 있다. 안에는 원형 기둥을 따라 휘감아 도는 계단을 만들어,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게 만들었다. 탑 정상에는 10㎡ 정도의 공간을 만들어, 창문을 통해 투르판 분지를 조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소공탑(왼쪽)과 청진사
 소공탑(왼쪽)과 청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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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탑 옆에는 이슬람 사원인 청진사가 있다. 가운데 네모난 형태의 입구 건물이 있고, 아치형 문을 통해 본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아치 둘레에는 벽감 장식을 만들었는데, 그 안에는 어떤 조각이나 장식도 없다. 본당 안은 가운데 예배당과 주변의 포교당으로 이루어져 있다. 예배당 한 가운데 천정에는 창문을 내서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이슬람 사원의 내부는 일반적으로 그렇게 밝지는 않은 편이다.

포도농가에서 바가지 쓴 건 아니겠지?

소공탑을 보고 나서 우리는 포도농가로 간다. 이곳 투르판의 특산물인 포도 구경도 하고 그것을 먹어보기 위해서다. 또 필요하면 그곳에서 건포도를 구입할 수도 있다. 우리는 길옆에 차를 세우고 가이드를 따라 위구르 농가로 들어간다. 안으로 들어가니 포도넝쿨 아래 긴 마루가 깔려 있다. 그 위에는 긴 상이 놓여 있는데, 화려한 카페트가 덮여 있다.

시식용으로 제공된 포도
 시식용으로 제공된 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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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자리에 앉자 주인이 청포도와 건포도, 수박을 상 위에 갖다 놓는다. 포도구경을 하기 전에 잠시 과일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라는 뜻이다. 우리에게 내놓은 건포도는 다섯 종류다. 네 종류는 알이 굵고, 한 종류는 알이 아주 작다. 알이 굵은 것 중 두 가지는 씨가 있고 두 가지는 씨가 없다. 알이 아주 작은, 생기다 만 것 같은 건포도는 차처럼 우려먹어야 좋다고 한다.

포도맛을 어느 정도 보고 나서 우리는 건포도를 보러 간다. 포도나무 아래 좌판 형태로 펼쳐 놓았는데, 종류가 20여종은 되는 것 같다. 이들 포도의 등급은 품종에 따라 나누어지기도 하지만, 건조기간에 따라 나누어지기도 한다. 건포도 상태라 우리 같은 사람이 품종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지 주인의 설명에 따라 건조기간이 다른 것을 확인하는 수 밖에 없다.

1등급 포도 앞의 우리 팀원들
 1등급 포도 앞의 우리 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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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 동안 건조시킨 포도가 가장 급이 낮아 4등품이라고 한다. 이것은 건조기에 들어가 말리게 되는데, 너무 짧은 시간에 수분이 증발하기 때문에 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다음으로 40일 정도 말린 것이 있는데, 이것이 3등품이다. 노지에서 말린 것으로, 지나친 햇볕이 오히려 품질을 떨어뜨리는 모양이다. 그 다음부터는 포도건조장에서 말리는 것이다. 60-70일 말리면 2등품이 되고, 100일을 말리면 1등품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일반론이고, 건조하는 사람의 노하우에 따라 제품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건포도의 값은 등급에 따라 두 배씩 올라간다. 최저 등급의 것은 약품 처리를 해서 말리는 것으로 권하지도 않는다고 하니, 우리는 별 수 없이 가장 좋다는 1등급에 눈길을 준다. 결국 2등급을 산 사람이 한 팀, 1등급을 산 사람이 두 팀이다. 1등급은 1㎏에 150위안이다. 우리나라에 비하면 월등히 싼 가격이지만, 중국에서의 가격을 알 수 없으니 불안하기도 하다. 우리는 값을 깎는 대신 양을 조금 더 넉넉히 받는다.

등급이 낮은 포도
 등급이 낮은 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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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여행에서 발마사지 외에, 공식적인 쇼핑을 하는 것은 이곳이 처음이다. 가이드들이 쇼핑에서 일부 이익을 취한다는 말을 들은 터라 물건을 안 사주기도 좀 그렇다. 또 우리를 안내한 이경광 씨는 역사적인 지식은 좀 부족하지만 서비스 정신은 투철해, 우리를 위해 여러 가지로 애를 많이 썼다. 문제점을 시정해달라는 우리의 요구를 듣고는 고치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현지여행사의 마인드가 변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해 보인다. 갑인 국내여행사가 을인 현지여행사와 이익을 적절히 배분하면서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포도농가에서 만난 위구르 전통춤

▲ 포도농가의 위구르 전통춤 포도농가에서 위구르 전통춤을 추는 모습이다. 손의 움직임이 유연하고, 몸의 움직임이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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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농가에서 얻은 또 하나의 즐거움은 위구르 소녀가 추는 전통춤 관람이다. 우리가 건포도를 사기 전, 한 3분 정도 독무(獨舞)를 보여주는데 볼만하다. 춤의 특색은 손의 움직임이 유연하고 목의 움직임이 독특하다는 것이다. 또 춤사위가 우리 전통춤에 비해 역동적이다. 생음악이 아닌 오디오 음악에 맞춰 춤을 춘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 훌륭한 편이다.

평범한 농가의 포도넝쿨 아래서 음악과 노래에 맞춰 추는 춤은 우리 모두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주었다. 춤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처음에는 서서 팔 동작 위주로 춤을 춘다. 이어 팔 동작이 몸을 돌리는 동작과 연결된다. 두 번째는 반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펼치는 손동작이 중심이 된다. 이어 회전하면서 춤에 더욱 더 역동성을 부여한다.

세 번째는 처음 부분과 유사하다. 이곳의 전통춤도 역시 A-B-A 형식으로 이루어진 것 같다. 다만 마지막 부분에서는 무희가 몸을 한 바퀴 돌리며 무릎을 꿇고 앉는다. 그리고 두 팔을 쭉 펴 사선처럼 경사지게 한 다음 하늘을 향해 뭔가 염원하는 듯한 포즈를 취한다. 농사가 잘 되라고 빌던지, 아니면 가정에 복을 가져다 달라고 비는 듯하다.

포도농가 대문
 포도농가 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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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춤을 지나치게 내식으로 해설한 것 같다. 사실 예술은 느끼는 것이지 해설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음악과 노래 그리고 춤은 그 자체로 즐기면 되는 것이다. 우리는 그 소녀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우리에게 생각지도 않은 즐거움을 주었으니 말이다.


태그:#카레즈, #지하수로, #소공탑, #포도, #위구르 민속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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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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