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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 등 야4당과 금속노조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현대차그룹의 전횡적 경영구조와 불공정거래의 실태 및 대안 모색'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16일 오후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 등 야4당과 금속노조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현대차그룹의 전횡적 경영구조와 불공정거래의 실태 및 대안 모색'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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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계속 달릴 수 있을까?"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언론에서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16일 전문가들은 같은 질문에 "위기는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경영권 유지·세습을 위한 전횡적 지배구조가 현대차를 좀먹고 있다"는 비판에 반대 의견은 없었다. 또한 사상 최대 실적의 이면에는 하청기업과의 불공정거래, 사내하청 비정규직 확대, 국내 소비자 비용부담 전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날 오후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 등 야4당과 금속노조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현대차그룹의 전횡적 경영구조와 불공정거래의 실태 및 대안 모색' 토론회는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으로 뜨거웠다.

"5.17% 지분으로 그룹 전체 소유하고 경영권 세습"

이날 가장 큰 비판을 받은 것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문제였다.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그룹 전체의 지배권을 가지고 있는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 지분은 5.17%에 불과하다"며 "정 회장은 순환출자 구조를 이용해 회사 돈으로 그룹 전체를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 연구원은 이어 "현대차의 모든 의사결정이 정 회장 단독으로 이뤄지고 있고, 이는 전횡적인 경영으로 이어진다"며 "정 회장은 수백억 원대의 회사 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2008년 3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판결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문제점은 무엇보다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서 경영권 세습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상황을 제어하지 못하는 데 있다. 정몽구·정의선 부자는 새로운 회사를 설립한 후 그룹 내부거래를 통해 회사를 키우는 방식으로 엄청난 이득을 얻었다.

현대차의 물류서비스를 담당하는 글로비스가 대표적이다. 정몽구·정의선 부자는 50억 원을 출자해 2001년 이 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현대차 그룹의 물량 몰아주기로 회사는 급격히 성장했다. 계열사 등 특수관계자 매출비율은 전체의 85% 수준에 달했다.

2008년 말 기준 글로비스의 지분가치, 지분매각 수입, 배당금 수입 등을 합하면,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이득은 1조1천억 원이 넘는다. 채 연구위원은 "계열사 매출에 의존해서 회사가 크게 성장했는데, 그 성장의 과실은 정 부자가 모두 가져갔다"며 "이는 경영권 세습을 위한 자금으로 쓰인다"고 지적했다.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벌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특정 계열사에 대해 특혜성 몰아주기를 행하고 수급가격의 조작을 통해 초과이익을 실현시켜주고 있다"며 "이는 다른 계열사의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을 전가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비자금을 조성해 수백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이 지난 2007년 9월 6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법원을 나서고 있다.
 비자금을 조성해 수백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이 지난 2007년 9월 6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법원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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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실적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

이날 토론회에서 현대·기아차가 올해 상반기에 이룬 사상 최대 실적의 이면에는 하청기업과의 불공정 거래,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확대, 소비자에 대한 비용부담 전가가 숨어있다는 데 이의는 없었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인력기술실장은 "대기업이 협력 기업을 착취해서 성장했다는 부분에는 전국민이 동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현대차 계열 부품업체는 지난 10년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3배와 10배 상승한데 반해, 비계열 부품업체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5배, 순이익은 2배 오르는 데 그쳤다.

이와 관련, 박선숙 민주당 의원은 "하도급 업체에 대해 적정한 납품 단가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며 "수직계열화돼있는 부품업체에 비해 비계열 부품업체의 수익률은 극명하게 낮아 향후 제품의 질에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이는 도요타 사태의 원인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2009년 말 기준 전체 직원 대비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현대차는 13.76%, 기아차는 7.89%다. 특히, 현대모비스의 경우 그 비율이 43.69%에 달한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은) 필요인력들을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대체해왔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한 "현대차는 중소기업, 사내하청 비정규직과 함께 국내 소비자들을 이익 실현의 원천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이 기본형 쏘나타의 지난 10년간 한국과 미국 판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한국 판매가격의 폭등세가 두드러졌다.

미국 판매가격은 1999년 1만3468달러에서 2009년 1만7486달러로 29.8%의 완만한 상승폭을 나타냈지만, 같은 기간 달러로 표시한 한국 판매가격은 7996달러에서 2만1221달러로 165.4% 폭등했다.

현대차 문제 대안은? "현대차 결단과 제도적 장치 필요"

전문가들 사이에서 현대차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대응은 두 가지로 나뉘어졌다. 한 쪽에서는 지배주주의 전횡을 막는 제도적 장치를 주문한 반면, 재벌해체를 주장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채이배 연구위원은 "부당한 내부거래를 막기 위해서는 재배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이사회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한 주주대표 소송의 활성화나 상법 개정을 통한 제도적 보완책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 자체의 결단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벌의 소유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차그룹을 해체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한 달 이내에 정몽구 회장으로부터 그룹 소유권을 빼앗아올 수 있다"며 "미국 등 외국에서는 재벌이 모두 해체되는 역사적 과정을 거쳤다, 노조나 지도자들은 재벌 해체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그:#현대자동차, #지배구조, #사내하청, #불공정거래, #납품단가 후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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