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23일 저녁(현지시각) 독일 하노버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팀이 스위스에 0-2로 패하면서 16강 진출이 좌절되자 이천수가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장면.

2006년 6월 23일 저녁(현지시각) 독일 하노버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팀이 스위스에 0-2로 패하면서 16강 진출이 좌절되자 이천수가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울고 있다. ⓒ 권우성

'잊혀진 탕아' 이천수는 과연 대표팀에 재승선할 수 있을까. 이천수는 최근 중동 생활을 정리하고 일본 J리그 오미야로 입단하여 새로운 축구생활을 시작했다.

 

지난 15일 주빌로 이와타와의 일본 J-리그 18라운드 경기는 이천수의 일본무대 데뷔전이자 조광래 대표팀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선 경기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예상을 깨고 선발 출전한 이천수는 비록 골은 넣지는 못했어도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건재함을 확인했다.

 

이천수가 프로 선수로서 재기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2007년 네덜란드 페예노르트 진출 실패후 급격한 내리막을 탄 이천수는, 국내 복귀를 통하여 2008년 수원 삼성으로 돌아왔고 이듬해에는 전남 드래곤즈로 재임대됐으나 어느 곳에서도 정착하지 못하고 구단과 마찰을 빚었다.

 

지난해는 전남으로부터 임의탈퇴 처분까지 받는 파국 끝에 사우디 알 나스르로 다시 이적했지만 잦은 부상에 임금체불 사태까지 겹쳐 결국 반년 만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야했다. 남아공월드컵 출전이 좌절되고 K리그 복귀마저 불가능한 상황에서 벼랑 끝에 몰린 이천수는 마지막 선택으로 J리그행을 결정했다.

 

아직 첫 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이천수의 건재를 확인했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비록 잦은 기행과 부진으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그를 바라보는 여론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무엇보다 최근 조광래 대표팀 감독이 일본에 간 것이 이천수의 대표팀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조광래 감독은 대표팀 감독 취임 때부터 J리거들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지만 대부분은 청소년대표팀 출신인 박주호, 조영철 등 어린 유망주들에 대한 관심이었다. 이천수에 대해서는 "선수가 경기에 뛰어야 확인할 수 있다"며 J리그에서의 출전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첫 경기부터 풀타임 활약하는 이천수를 보며 생각이 바뀔 가능성도 충분해보인다.

 

무엇보다 기량만 건재하다면 이천수는 아직 대표팀에 뽑히기에 손색이 없는 선수다. 남아공월드컵을 이끌었던 허정무 감독은 훗날 이천수에 대하여 "가장 아쉬운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소속팀 문제만 잘 해결했으면 대표팀 재발탁도 검토했을 것이다. 프리킥이나 세트피스 능력도 좋고, 후반 해결사로는 최고였을 것"이라며 못내 아쉬워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개인성향이 강하고 자기중심적인 이천수가 팀플레이를 강조하는 조광래 축구에 맞지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선입견에 불과하다. 이천수는 두 번의 월드컵과 올림픽, 그리고 1번의 아시안컵 등 숱한 메이저대회에서 활약했던 선수다. 특히 2006 독일월드컵과 2007 아시안컵에서는 사실상 한국대표팀의 에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표팀에 문제가 될 만큼 이천수가 팀플레이를 무시하거나 경기외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적은 한번도 없다.

 

정상적인 몸상태에서 이천수만큼 활용도가 높은 선수도 없다. 이천수는 투톱에서의 처진 스트라이커나 공격형 미드필더는 물론이고, 좌우 날개까지 자유자재로 소화해낸다. 다소 볼을 끄는 면도 있지만 돌파력이나 개인기술은 여전히 국내 최고다. 패스능력이 아주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혼자서 2~3명의 수비수를 끌고 다니며 공간을 열어주는 역할은 박지성이나 이청용에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기술축구를 강조하는 조광래호에서 이천수같은 테크니션을 중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천수로서도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인 대표팀 재승선을 위해서는 2011 아시안컵 출전이 시급하다. 2011 아시안컵은 한국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유일한 대회이자 이천수가 자신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아시안컵 이후로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대비한 세대교체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어느덧 서른이 넘은 베테랑의 반열에 접어든 이천수로서는 아시안컵까지 자신의 건재를 확인하며 무언가 확실한 입지를 구축해놔야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2010.08.16 09:08 ⓒ 2010 OhmyNews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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