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글을 잘 쓰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어쩜 저런 생각을 했을까? 나도 저렇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도 있다. 그러던 중 오마이스쿨에서 운영하는 '세상과 소통하는 생활·취재글쓰기 과정' 강좌가 5.19~7.28일 총12강으로 구성되어 집근처에서 진행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강의를 듣기 전 '나의 이러저러한 열일곱가지 이야기'를 작성했었다. 그때 "오마이스쿨이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글을 쓰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번 강좌를 통해 글쓰기에서 마음속으로만 막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머릿속의 생각을 잘 정리해서 글을 쓰는 것을 배우고 싶다" "감동을 줄 수 있고, 내용이 확실히 전달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싶은 이유로 글을 쓰고 싶다"라고 기재했었다. 이러한 나의 바람이 이뤄졌는지는 모르겠다. 글을 쓰라하면 우선은 두려워하지는 않을 것 같은 마음이 드니 나름의 큰 성과다.

첫기사, 첫톱=3만+1천

글쓰기 강의가 하반기에 이를 무렵, 강의 초반에 냈던 기획안에 대한 글을 안썼더니 강사님이 "숙제 왜 안내세요?"라고 하신다. 모른 척 살짝 넘어가려했더니... 당초 기획안은 '5km 마라톤 도전기'로 약 6주의 훈련과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여러 번 수정과정을 거치다 '마라톤광'에 대한 이야기까지도 나오게 되었다. 글쓰기를 배우지 않았다면 영원히 묻힐(?) 뻔했던 '마라톤광' 이야기다.

수업이 끝난 후, 약간 정리해둔 글을 보완해서 "마라톤광"이라는 제목으로 '사는 이야기'에 글을 올렸다. 글을 올린 오후에 편집부에서 전화가 왔다. "글 재밌게 봤는데, 대회 분위기가 나는 사진 있으면 올려주세요." 마땅한 사진이 없어 안올렸는데, 부랴부랴 컴퓨터에 저장된 사진을 찾아보았다. 겨우 찾은 게 대회에서 제공한 음식 앞 사진 1장. '사진추가'라는 제목으로 편집수정요청을 했다.

<오마이뉴스> 메인화면에 실린 필자의 첫기사.
 <오마이뉴스> 메인화면에 실린 필자의 첫기사.
ⓒ 오마이뉴스

관련사진보기


'쓴기사'에서 기사 상태를 확인해보니 편집부에서 아직 검토중이었다. 영화 '말아톤' 사진 1장 추가하고, 제목을 좀 수정한 상태였다. 기사 올린 지 4일째 되는 날, 기사상태가 궁금해서 인터넷을 열어보니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채 첫톱으로 메인면 머리기사 2에 배치되어 있었다. '아, 이렇게 기사가 나는구나'라며 조회수를 확인해보니 3만이 넘는다.

"오마이.. 첫 기사가 첫톱이네요."

핸드폰에는 '본인은 코디일 뿐, 글쓰는 사람이 주인이다'고 주장하시는 강사님의 격려 문자가 왔다. 기념으로 기사 화면 캡쳐를 받아 컴퓨터에 저장해놨다. 회원들이 공유하는 카페에도 올렸다. 원고료도 3만원이나 적립되어 있었다. 적립된 돈으로 회원들과 술자리를 하게 되었다. 일반막걸리, 명품막걸리, 홍어전, 두부김치, 상추겉절이, 계란찜, 김치. '3만원 범위내에서 음식을 산다'하였는데, 명품 막걸리를 시키느라 천원이 초과되어 3만 1천원을 지불했다.

2007년도 "블로그 개설을 축하합니다"라는 운영자의 글만 남겨있을 정도로 블로그만 개설하고 글도 쓰지 않고, 처음으로 매체에 글을 썼는데 첫톱이 되었다.

모방송사에서 방송섭외 쪽지가 왔다.

"저희가 휴먼다큐 주인공을 섭외하려고 자료 조사를 하던 중에 기사님의 글이 눈에 띄어서요. 마라톤이라는 소재도 독특하고 각자가 마라톤에 대한 생각이 구별이 되니까 나름대로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기자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쪽지 보내봅니다."

답글을 보내지 않자 한 번 더 쪽지가 왔지만, 기자라는 낯선 호칭에 어찌할 바를 몰라 그냥 무응답으로 답했다.

글쓰기 NO! 글앓이 OK!

마라톤광, 지리산 둘레길, 지구온난화 현상 총 3편의 글을 썼다. 글이라 하면 어렵고 무엇을 써야할 지도 모르는데 벌써 3편이라니. 일기에도 취재가 필요하고, 글을 쓰기 위해서는 본인의 생각을 우선 쭉  써보라 해서 그리해봤다. 그 생각들을 몇 가지 묶음으로 정리해서 수정하다보니 어느 정도 기본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수정, 재수정, 또또수정... 글을 여러 번 수정하다보니 글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그런 마음이 글에 녹아났던지 강사님께서 그 부분을 왜 그렇게 고쳤을까를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라고 하셨다. 여전히 필자는 깊이 개입되어 있다며 '반드시'는 아니더라도 '가급적'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봐야한다며 고민해보라고 했다.

이러한 '글쓰기' 고민과정은 머릿속에만 맴도는 막연한 생각들을 글로 표현하느라 끙끙 앓는 이가 되는 '글앓이' 과정이었다. 다소 맞춤법이 틀리더라도 글이 된다고 해서 쓰다보니 한 편씩 한 편씩 글이 되었다. 지리산 둘레길 여행에서 민박을 하면서 '민박집 주인'의 이야기를 풀어낸 글, 글쓰기를 하면서 집안과 육아에 신경을 못쓰다보니 집에서 '지구온난화 현상'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것을 소재로 한 글들이다.

쓰다보니 마라톤광, 지리산 둘레길, 지구온난화 현상 총 3편의 글을 썼다.

꾸준히 글을 쓰고 싶기도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 기한도 없는 글을 혼자 풀어내려면 글을 쓰는 데는 한계가 있을 듯 싶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않고 자판기를 두드려볼 용기는 생겼다.

마지막 강의

8월 11일 수요일. 7월말에 끝나는 일정이었지만, 수강생들이 강의를 이대로 끝낼 순 없다며 마련된 자리였다. 장소는 광주가 아닌 전남 순창에 사는 한 회원의 집에서 하기로 했다. 평일이라 다들 바쁜지, 총 12명 중 4(광주)+1(화순)+2(순창)=총 7명만 참석했다. 네비양이 안내하는 대로 가지 않고 다른 길로 갔더니 평소보다 20여분 정도 더 소요되었다.

순창팀 한 분이 중간쯤에 차로 길을 안내해서 외진 길이었지만 찾는 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핸드폰도 터지고 인터넷도 잘된다고 자랑했지만, 회원들의 핸드폰 안테나는 1개만 겨우 뜰 정도로 시골이었다.

마당에 자리잡은 동그란 탁자에는 무김치, 배추김치, 갓김치, 된장, 고추장, 고추, 상추, 토끼풀로 가득 차려져 있었다. 그 옆에는 삼겹살을 구워먹는 돌판도 있었다. 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고 담근다는 김치중에서도 무김치는 밥없이 먹어도 일품이었다. 회원 한 분은 맛있어서 싸달라고 할 정도였다. 마지막 강의라기보다는 강의를 핑계삼아 막걸리와 어울려진 삼겹살 파티였다.

식사를 마치고 회원들에게 수료증을 수여하는 시간이 있었다. 수료증서에는 이런 글이 쓰여 있었다.

"배우는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당신의 열정을 오마이스쿨은 기억하겠습니다. 이곳에서 배운 것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바랍니다."
▲ '세상과 소통하는 생활글·취재글 쓰기 과정' 수료증서 "배우는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당신의 열정을 오마이스쿨은 기억하겠습니다. 이곳에서 배운 것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바랍니다."
ⓒ 박윤희

관련사진보기


"배우는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당신의 열정을 오마이스쿨은 기억하겠습니다. 이곳에서 배운 것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바랍니다."

글쓰기 강좌를 개설한 오마이스쿨다운 글이다. 광주에서는 처음 시도라 했다. 제1기로 끝나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눌 수 있도록 꾸준히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또한, 글에 대한 관심보다는 막걸리와 만나기 위한 핑계일수도 있지만, 오마이스쿨이 맺어준 회원들과의 소중한 인연은 앞으로도 쭉 이어질 듯 싶다.


태그:#오마이스쿨, #글쓰기, #첫탑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