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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각기 다른 시각으로 읽힌다. 구원사의 드라마나 주류 역사서로, 문명 비평서나 법전의 참고서로, 그리고 신문명의 개척서로. 보는 이에 따라 여러 각도를 제공해 준다. 그만큼 다양한 인물들이 다양한 사고를 토대로 기록한 까닭일 것이다.

 

성경을 해석하는 게 금기시됐던 때는 함부로 해석하면 유죄에 해당됐다. 교황의 자기 강화 땐 체제 전복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제도권 교회로부터 너무 앞서가거나 삐딱하게 나갈 때면 마녀재판에 회부되기도 했다. 오늘날이라고 다를까? 결코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성경에서 들려주는 진정한 하나님의 소리를 읽어주는 이가 있다면 귀를 기울어야 한다. 주류 구원사나 중심 인물사가 아니라 소홀히 대접받는 이들을 소중하게 대하시는 하나님의 자비하신 숨소리 말이다. 때때로 그런 해석자들을 통해 하나님은 정말로 소중한 교회의 계보를 잇게 하신다.

 

루터나 칼빈의 색다른 성경해석이 없었다면 어찌 오늘날 색다른 개신교가 존재했겠는가?  돌이켜 보면 그들보다 더 앞서나간 해석자들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들은 전통 계보를 만들지 못했을 뿐이다. 설령 그들이 전통 계보를 만들진 못했어도 그들 나름대로 교회의 역사적인 자양분을 제공하기에는 충분했을 것이다.

 

김진호의 <인물로 보는 성서 뒤집어 읽기>는 '반역사'로 성서 읽기를 모색한 것이다. 과거인의 시공간적인 맥락과 상관없이 그 자신의 현재 시선으로 텍스트를 읽고, 동시대 사람들과 함께 상상력을 동원하여 해석한 문학비평서다. 그에게 성서의 인물들은 텍스트 안에 갇혀 있는 고유 인물이 아니라 문학 작품에 녹아 있는 생생한 인물들이다.

 

"실상, 군주 시대 때 양자는 화합하기보다는 상대를 타자화하고 파멸시키는 데 몰두했고, 특히 주된 가해자는, 에돔이 아니라, 이스라엘 족속이었다. 요컨대 우리가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서로를 향한 적대의 역사는 분명 역사적 이유를 갖지만, 이젠 그것을 해소해야 한다는 성서의 목소리에 있다."(46쪽)

 

이 얼마나 위대한 발견인가? 사실 구약에 나오는 에서는 동생 야곱보다 통 큰 인물이다. 야곱은 장자권에다 아버지의 축복권까지 형을 속여 빼앗은 인물이다. 그런 그를 20년 세월이 지난 뒤에 용서한 인물이 에서다. 그런데도 신약성경에 이르기까지 야곱의 후손들은 에서의 후손들에게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나님의 공의는 분명 그게 아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이 책은 그 속내를 시원하게 밝혀준다.

 

색다른 관점은 또 있다. 사실 모세는 하나님의 대변자요 절대불가항력적인 신적인 존재다. 그런 그의 일인제사장직에 대해 항의를 한 인물들이 있다. 다단과 아비람이 바로 그들이다. 놀라운 건 그들이 모세에게 대항했을 때 성경은 땅이 그들을 삼켰다고 전한다.

 

기존의 교회는 그 사건을 토대로 일인중심체제를 곧잘 유지해 왔다. 교회의 교우들은 신부와 목사를 위한 일인협력자들로 존재해 온 것이다. 그들이 어떤 부정과 비리로 몸살을 앓아도 그에 대해 교우들은 가타부타 논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하나님만 심판할 뿐 일반 교우들은 심판의 대상자가 아니란 까닭이었다. 비틀어 보면 그들은 위의 사건을 자신의 체제 유지용으로 호도해 왔던 것이다.

 

김진호는 다단과 아비람이 그렇게 항의한 것은 모세의 지도력이 한계에 달한 시점이었다고 말한다. 사실 가나안 땅으로 향하는 길목에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은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모세가 한 말은 달콤한 전략적 언술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이 모세에게 대항한 이유요, 오늘날로 보면 만인제사장직에 대한 논의까지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열아홉째 마당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은, 그 밖에도 가롯 유다를 통해 비춰주는 '우리의 안의 악마성에 대한 욕망과 투사'라든지, 바울을 통해 보여주는 '예수를 만나려면 예수를 죽여라'든지, 삼손과 딤나를 통해 읽게 해 주는 '타종교에 대한 배타주의'라든지, 여러 참신하고 산뜻한 해설들을 만나게 해 준다.

 

뭔가 기발한 상상력은 상투적인 스토리 라인을 흔들어대기에 충분하다. 소설이나 영화의 묘미도 뜻밖의 반전과 아이디어에 있듯이 말이다. 이 책도 역사비평의 관점이 아니라 문학비평의 관점으로 여러 인물들을 읽어주고 있으니, 전혀 색다른 묘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성경을 읽는 것이 그 속에서 전하고자 하는 성찰의 소리를 듣고자 함에 있듯이,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다양한 내면의 소리도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인물로 보는 성서 뒤집어 읽기

김진호 지음, 삼인(2010)


태그:#성서, #김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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