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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5월 28일 오후 방한중인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단독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5월 28일 오후 방한중인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단독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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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 이후 최근 한중관계는 1992년 수교 이후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0년 마늘분쟁과 같은 한중간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정치·안보 영역에서 현재와 같은 갈등은 그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사실, 한중관계의 경색은 단순히 천안함 사건으로 초래되었다기보다는 집권 이후 지속적으로 추구된 이명박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 정책에 기인한다. 보다 구조적인 문제인 것이다. 현재 중국은 경제발전을 위해 안정적 대미관계를 희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동시에 패권 미국의 중국 봉쇄 가능성 역시 대비해야만 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중국이 한미동맹의 강화를 대중국 포위전략으로 경계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중국은 이명박 정부 집권 이전에 이미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경계심을 관영언론을 통해 수차례 드러내었다. 또한, 2008년 5월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 당시 중국인들의 시위라든지, 그달 말 개최된 한중정상회담기간 중 '한미동맹은 냉전의 산물'이라는 중국외교부의 발언 등은 이명박 정부의 친미정책에 대한 중국의 불편한 심기가 직간접적으로 표출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역시 한중관계의 경색은 외교적 리스크일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천 대지진 지역을 방문하는 등 중국의 호의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기울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일회성 행위로는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한중관계의 경색이 결코 해소될 수 없었다. 대중국 정책 전반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Ⅰ. 거꾸로 선 실용외교

6월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천안함 조사결과 설명회에서 민·군조사단 관계자가 천안함을 침몰시킨 것으로 결론내린 CHT-02D 어뢰의 실제크기 설계도를 공개하고 있다. 지난 20일 합조단이 CHT-02D 어뢰라고 공개한 어뢰 설계도는 북한 중어뢰인 PT-97W의 것으로 밝혀졌다.
 6월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천안함 조사결과 설명회에서 민·군조사단 관계자가 천안함을 침몰시킨 것으로 결론내린 CHT-02D 어뢰의 실제크기 설계도를 공개하고 있다. 지난 20일 합조단이 CHT-02D 어뢰라고 공개한 어뢰 설계도는 북한 중어뢰인 PT-97W의 것으로 밝혀졌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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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은 이명박 정부 이후 지난 2년여 곪아왔던 한중관계를 터뜨린 돌발적 사건이었다. 중국은 천안함 사건 직후부터 북한을 옹호하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였다. 중국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를 수차례 강조하면서 천안함 사건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려는 속내를 보였다. 또한, 이 과정에서 북중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입장을 청취하고 지지할 것을 약속하였다. 이러한 중국의 입장은 7월 9일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 투영되었다. 안보리 성명은 천안함이 '공격'에 의한 침몰임을 명시하였으나, 그 주체가 북한이라고 결론 내리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기초한 7월 24일 아세안지역포럼(ARF) 성명 역시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북한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당초 중국의 지지를 희망했던 한국으로서는 이러한 중국의 '북한 감싸기'가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전격적인 북중정상회담에 대해 중국에 항의하고, 국내의 친정부 보수언론들은 중국의 행태를 무책임하다고 비판하였다. 중국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불만을 직간접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중국 역시 한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북중정상회담은 '내정문제'라고 공식적으로 일축하였으며, 일각에서는 한국편을 들어달라는 이명박 정부의 요구를 '유치'하기까지 하다고 힐난하였다.

문제는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한중간 불협화음이 '레토릭' 차원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화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명박 정부는 7월 21일 한미 외무·국방 장관회담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재확인하고, 강력한 한미동맹을 통해 북한의 추후 위협을 억지·격퇴할 것임을 표명하였다. 이에 기초해 양국은 7월 25일부터 28일까지 동해에서 항공모함 및 최신예 전투기가 참여하는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진행함으로써 북한의 위협에 대한 억지력을 과시하였다. 또한, 올 연말까지 매월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정기적으로 진행할 것임을 천명하기도 하였다.

예상대로 중국의 반응은 강경하였다. 중국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자국의 안보이익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단호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였으며, 서해, 산둥, 그리고 남중국해에서 전개되는 인민해방군의 대규모 군사훈련을 연일 언론에 공개하기도 하였다. 관영언론 역시 노골적인 한국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 중국에 터무니없는 요구를 강요," "동북아는 한국이 방종해도 되는 곳이 아냐," "미국에 대해 NO라고 하지 못하는 한국" 등 불편한 심기를 직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한국을 억눌러야 하는가 아니면 구슬려야 하는가?"라는 설문까지 내놓고 있다. 이에 중국 네티즌들은 압도적으로 한국을 성토하는 댓글로 도배하고 있다.

이러한 한중관계의 악화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분명한 것은 한중 양국 모두에게 결코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중국으로서는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주변국가와의 원만한 관계가 필수적이다. 국가대전략으로 내세우는 화평발전의 필수조건이기도 하다. 특히, 중국에게 한국은 경제적 관계뿐만 아니라 정치, 안보적으로도 중요한 국가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동맹국가인 한국과의 원만한 관계는 미국의 세력권을 잠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전략적인 자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아니, 대중국 관계의 악화는 중국에 비해 한국에게 더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중국은 이미 경제적으로 한국의 최대 무역상대국이 되었으며, 정치적으로도 G2로 불릴 만큼 강대국이 되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특히, 현재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라는 점에서 원만한 한중관계는 한국의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한미동맹의 강화가 반드시 한중관계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는 없다. 한국이 얼마나 외교전략을 기민하게 구사하느냐에 따라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를 동시에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강대국간 경쟁구도가 뚜렷해질수록 중간에 위치한 약소국의 '약자의 힘'은 오히려 배가될 수 있다. 4백년 전 광해군의 조선이 명과의 전통적 조공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부상하는 후금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명과 후금의 경쟁관계를 이용해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불행히도 이명박 정부의 대중국 외교는 그렇지 못했다. 중국에게 한미동맹 강화를 대중국 봉쇄전략의 일환이라고 간주하게끔 하였던 것이다. 미국이 여전히 세계 초강대국이라는 사실에서 한미동맹 강화전략은 합리적 외교행태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해 한중관계의 악화를 초래시키는 것은 전혀 합리적이지 못하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취임 초기부터 '실용외교'를 강조했다는 사실에 비추어 더더욱 그렇다. 국제정치는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으며 따라서 세력관계에 따른 자국의 이익추구가 실용외교의 기본전제라면, 급속히 부상하는 중국과의 관계악화를 초래하는 외교정책은 실용외교라 볼 수 없다. 이념에 근거한 친미노선의 강화는 거꾸로 선 실용외교일 뿐이다.

더군다나, 현재 미중관계를 반드시 대립적 구도로 볼 필요도 없다. 미중관계는 상호 갈등적인 만큼 협력적인 관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중국에게 개혁개방은 자본주의 세계질서로의 편승을 통한 국가발전전략이기 때문에,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과의 원만한 관계는 핵심적 외교목표일 수밖에 없다. 미국 역시 다르지 않다. 소련 붕괴 이후 가중되는 패권유지비용을 감소시키기 위해 그 전략파트너로 중국의 역할이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다. 9·11 이후 전 세계적 반테러전쟁, 이란 및 북한 핵문제와 같은 지역현안 및 기후변화 문제, 그리고 최근의 금융위기 등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중국의 협력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차이메리카, 이익상관자, 그리고 G2와 같은 용어는 이러한 미중 협조체제의 다양한 라벨일 뿐이다. 공멸을 피하며 양국간 이익균형을 맞춰나가자는 것이다. 초제국주의론이 말하는 강대국간 카르텔이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중국이나 미국 모두 천안함 사건으로 양국간 안정적인 협조체제가 붕괴되는 상황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 5월말 개최된 미중 전략경제 회담에서 한반도 안정이 최우선이라고 확인했던 사실은 결국 미중관계가 한미관계 혹은 한중관계보다 상위의 개념임을 짐작하게 한다. 본회담에서 한국의 강경한 대북정책에 대해 미국이 자제시켜줄 것을 중국이 요청했다는 일부 보도 역시 이러한 미중 협조체제의 메커니즘을 시사한다. 이익균형을 이룬 강대국들은 결코 약소국으로 인한 상호간 관계악화를 용납하지 않는다. 천안함 사건 이후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성공할 수 없는 구조적 이유인 것이다.

Ⅱ. 대중국 외교, 무엇을 할 것인가?

서해 합동 해상기동훈련이 실시된 지난 5일 오후 서해상 훈련구역 내에서 대잠 탐지 및 공격 훈련이 실시 되고 있다. 작전 중인 대천함에서 어뢰가 투하되고 있다.
 서해 합동 해상기동훈련이 실시된 지난 5일 오후 서해상 훈련구역 내에서 대잠 탐지 및 공격 훈련이 실시 되고 있다. 작전 중인 대천함에서 어뢰가 투하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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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한국의 대중국 외교는 갈등과 협력이 공존하는 미중관계에 대한 정확한 판단에 기초해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상술한 바와 같이, 대중국 외교의 성패는 한미동맹 강화가 한중관계의 악화로 전이되는 것을 어떻게 차단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중국과의 긴밀한 의사소통을 통해 한미동맹의 불가피성을 중국에 이해시키는 것은 그 첫 단계라 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은 공식적으로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주도의 동맹구조를 '냉전의 산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군 철수시 세력공백에 따른 일본의 재무장화 등에 대한 우려로 미군의 존재를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다면, 한국은 한미동맹의 강화가 중국 포위전략의 일환이 아니라 동북아지역의 세력공백에 대한 안전장치임을 중국에 납득시킬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을 이용해 대만문제를 다루려는 미국의 전략에 대해서 일정한 '거리두기'가 필요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천안함 사건과 같은 돌발적 안보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데에서도 중국과의 보다 긴밀한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다. 사실, 천안함 사건 초기 중국과 긴밀한 의사소통을 이뤘다면, 이후 한중관계의 경색이 이 정도로 심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고원인의 조사과정에서 중국은 배제되었으며 다양한 반론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소행임을 사후 통고하는 데 그쳤다. 더군다나 북한에 대한 무력시위 성격의 대규모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서해에서 계획하는 등 중국을 오히려 자극하는 상황을 연출하였다. 러시아 조사단도 천안함 조사결과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합동 군사훈련에 대한 중국의 반응을 과연 예상하지 못했던 것인가? 예상했다면, 그것은 의도적으로 중국을 자극하는 행태일 수밖에 없다. 합리적인 행태라 결코 볼 수 없다.

한편, 미중간 협조체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은 한국으로서는 대북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미중 양국 모두 한반도 안정에 대해 동의하고 있는 이상 그에 부합하는 한국의 대북정책은 그만큼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1970년대초 미소간 데땅트와 미중관계의 개선이 7·4 남북공동성명의 필요조건이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이와 같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구조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남북관계가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일부 대북 강경론자들은 북한을 더욱 압박하면 권력승계기 북한의 '급변사태'까지도 도모할 수 있다는 과격한 주장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들의 논리는 동북아 역학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부족에 기인한다. 1990년 동독의 서독으로의 흡수통일은 소련의 쇠퇴라는 동유럽에서의 거대한 세력관계 변화와 결코 동떨어져 생각할 수 없다. 2010년 동북아는 그 반대다. 북한의 국내 상황이 불안정하다는 점에서 1990년 동독과 비슷하더라도 북한의 혈맹국 중국은 쇠퇴하지 않고 오히려 급속히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전략적 요충지 북한이 붕괴되는 상황을 어떠한 형태로든 차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북한 역시 그만큼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 할 합리적 동인을 갖는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책으로 북한이 더욱 깊숙이 중국품으로 들어갔다는 일각의 비판은 바로 이러한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어떠한 형태로든 천안함 사건에 대한 출구전략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향후 남북관계와 한중관계는 현재의 경색국면을 벗어나기 힘들다. 현실과 동떨어진 자기희망적 외교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비록 그것이 외교정책결정자들의 이념적 정체성을 충족시켰다는 만족감을 선사할지 모르나, 현실적 국가이익은 그만큼 훼손될 수밖에 없다. 그 후과는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정권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이 항상 합치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 정권의 이익이 국가의 이익에 종속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 없다. 이명박 정부가 진정 실용외교를 추구한다면 대중국 외교정책 전반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 * 코리아연구원 홈페이지에서 원문 및 다양한 정책자료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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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천안함, #한중관계, #미중관계, #코리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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