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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사무소 인근 대곡천에서 울주군 관계자와 주민들이 어린 참게 7만 마리를 방류하고 있다
 5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사무소 인근 대곡천에서 울주군 관계자와 주민들이 어린 참게 7만 마리를 방류하고 있다
ⓒ 울산제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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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하천으로 복원돼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의 모델로까지 수차례 언급한 태화강의 상류에 울산시 울주군이 어린 참게를 방류한 것을 두고 전시 효과를 위한 종의 학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울산 울주군은 지난 5일 오후 태화강 상류인 두동면사무소 인근 대밀마을 앞 하천 등 3곳에서 군수와 지역 인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동남참게 방류 행사를 가졌다. 이날 방류된 참게는 등딱지 길이가 0.7cm인 어린참게 7만 마리.

하지만 이날 참게가 방류된 태화강 상류는 지난 1964년 건설된 사연댐, 대곡댐의 위쪽에 위치해 바다나 강 하류로 내려와 산란을 하는 참게의 특성상 댐에 막혀 번식을 못하고 생을 마감해야 한다.

한국발생생물학회가 분석한 '동남참게의 생식년 주기와 환경적 요인' 자료에 따르면 사육한 암 참게의 반 이상은 염분 농도 9.6%와 19.2%의 조건에서 산란했으나 염분 농도 0.0%의 조건에서는 산란한 암 참게가 한 마리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이를 입증하고 있다.

앞서 울주군의회는 참게 방류 예산 1500만원을 '점점 사라져 가는 참게 종의 번식을 위해' 승인했지만 결국 예산 승인 취지와는 관계없이 전시성 행사비용으로 쓰이게 됐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태화강을 칭찬한 탓인지 근래들어 한나라당 소속 울산지역 지자체장들과, 기업, 지역인사들이 태화강에서 어종 방류행사를 부쩍 많이 갖고 있다.

울주군이 2009년 16만 마리의 어린 참게를 방류한 것을 비롯해 태화강에서는 이처럼 참게 방류 행사가 잇따르고 있지만 이번 같이 댐으로 막힌 태화강 상류에서의 방류는 처음이다.

전문가들 "방류된 참게들 번식하지 못하고 죽게될 것"

특히 이번 방류가 참게의 번식을 염두해 두지 않은 것을 두고 울산의 도시브랜드가 된 생태하천 태화강의 이미지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어릴적 태화강에서 멱을 감았다는 김태한(54)씨는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태화강 생태하천의 후광을 받아보려는 과욕에서 빚어진 전시성 행정"이라며 "하찮은 작은 참게지만 번식을 목적으로 하는 생물이라는 점에서 이는 학대"라고 말했다.

동남참게 생태 전문가인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이태성 연구관은 "참게는 강과 바다를 왔다갔다하면서 산란 때 바다에 내려와 번식한다"며 "댐에 막혀 하류로 내려가지 못하면 성장은 하지만 번식은 하지 못하고 일생을 마치게 된다"고 말했다.

울주군은 과거 태화강 상류에 살았던 참게를 그리워하는 주민들의 향수를 달래기 위해 방류를 하게됐다는 입장이다.

울주군은 "40여 년전 사연댐이 만들어지기 전 이 하천 상류에 참게가 많이 서식했다는 주민들의 얘기를 듣고 적어도 일정기간 참게를 구경하고, 성장하면 잡아먹을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방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에 따르면 동남참게는 한반도 동남쪽 하천에 주로 산다고 이름이 붙여졌다. 식탁에서 인기 있는 게장을 담아 먹기에 가장 맛있는 게라고 해서 참게로 이름 붙여졌지만 무분별한 어로와 수질오염으로 개체수가 점점 줄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태화강 상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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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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