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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의 아침. 아파트 촌이 밀집된 모습이 우리나라 아침풍경과 비슷하다.
 북경의 아침. 아파트 촌이 밀집된 모습이 우리나라 아침풍경과 비슷하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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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아침을 맞는다. 호텔 건너편 처마 밑에 참새부부가 둥지를 틀었는지 열심히 들락거린다. 산책을 나선다. 새벽에 근로자들이 바쁘게 걷는다. 중국인들은 아침을 사 먹는다던데, 거리에는 리어카에서 전병을 파는 노점들이 군데군데 있다. 맥도날드 가게도 아침 일찍 열었다.

길을 걷는다. 상쾌한 느낌은 덜하다. 조금 삭막한 느낌. 산이 보이지 않아서 그럴까? 도로를 따라 걷는다. 담장 위에 핀 강아지풀이 정겹게 느껴진다. 자라는 풀이나 나무가 비슷하니, 사는 것도 다르지 않겠다. 옅은 안개 속, 아파트 위로 해가 떠오른다.

중국인들의 생활 그대로 볼 수 있는 인력거 투어

베이징의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있다. 후통(胡洞)이다. 우리말로 치면 좁은 뒷골목. 후통은 원나라 때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몽골어로 우물을 뜻하는 '후통(忽洞)'에서 유래했단다.

인력거투어. 자전거에 수레를 단 인력거는 좁은 골목길을 달린다.
 인력거투어. 자전거에 수레를 단 인력거는 좁은 골목길을 달린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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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거투어를 한다. 인력거는 자전거에 2명이 탈 수 있는 수레를 달았다. 예전에는 사람이 직접 끌었다는데, 세월의 변화에 따라 자전거로 변했다. 자전거라고 하지만 건강한 사람 둘을 태우고 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힘들게 인력거를 끄는 데, 뒤에서 편안하게 앉아 있는 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골목길을 달린다. 후통의 골목길은 바둑판처럼 생겼다. 이리저리 달린다. 좁은 골목길을 잘도 달린다. 상당히 빠른 속도다. 힘들 때는 엉덩이를 들어 올리고서 달리기도 한다.

문 위에 만주어가 쓰인 집.
 문 위에 만주어가 쓰인 집.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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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통에 있는 구멍가게.
 후통에 있는 구멍가게.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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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풍경은 잿빛. 가끔 가다 가게들이 있고, 낮잠을 즐기는 사람, 웃통을 벗고 걸어가는 아저씨도 있다. 이 거대한 도시에 옛날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풍경이 너무나 친근하게 다가온다.

재개발 바람에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

인력거는 사합원(四合院)이라는 북경 전통주택에 잠시 들른다. 사합원은 쉽게 말해서 가운데 마당을 두고 동서남북으로 건물을 배치한 형태의 주택이다. 북쪽은 부모가 거주하고, 동쪽은 아들, 서쪽은 딸, 남쪽은 집안일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생활하는 형태다.

사합원 전통가옥 풍경. 커다란 나무가 대추나무다.
 사합원 전통가옥 풍경. 커다란 나무가 대추나무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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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는 대추나무나 석류나무 등 다산을 상징하는 나무들을 심었고, 아들은 해가 뜨는 방향인 동쪽에 거처하게 함으로써 아들선호사상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가 들른 사합원은 대지가 300평 규모인데 우리나라 돈으로 90억 원 정도의 가치란다. 중국도 우리나라처럼 재개발 열풍이 있어, 북경의 중심인 이곳이 재개발될 경우 그 경제적 가치가 무척 크기 때문이란다.

귀뚜라미 싸움 도박에 집 한 채 값이

사합원에서 귀뚜라미 아저씨를 만났다. 중국 남자들의 4가지 취미가 있는데, 새 키우기, 화초 키우기, 금붕어 키우기, 그리고 귀뚜라미나 여치 키우기다. 귀뚜라미 아저씨는 한국 방송에도 나오고, 일본 잡지에 나오는 등 아주 유명하다고 자랑한다.

귀뚜라미 집에는 암컷과 수컷이 함께 있다. 여치를 보여주는 귀뚜라미 아저씨.
 귀뚜라미 집에는 암컷과 수컷이 함께 있다. 여치를 보여주는 귀뚜라미 아저씨.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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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를 키우는 이유는 가을철에 도박을 위해서란다. 귀뚜라미 싸움으로 도박을 하는데 보통 집 한 채 값이 오고간단다. 중국인들의 도박사랑은 남다른 것 같다.

사합원을 구경하고 다시 인력거를 타고 나온다. 시장도 잠깐 들러본다. 우리나라 시장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야채의 모양이 조금 다를 뿐, 공같이 생긴 가지나, 오이처럼 생긴 야채 등.

일정이 끝나고 밤에 마트에 갔지만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나 똑같다. 우리나라 마트와 전혀 다른 게 없다. 나갈 때 카트를 마음대로 버려 놓는 것만 빼고….

'북경성의 용춤' 공연에는 아리랑이 나온다

북경의 마지막 일정은 '북경의 밤 디너쇼'다. 저녁을 먹으면서 공연을 본다고 디너쇼란다. 높은 빌딩 숲 속에 낮은 건물이 있는데, 디너쇼가 열리는 전용극장이다. 극장 안은 벌써 관객들로 가득 찼다. 공연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선지 극장 안에 앉아 있는 게 어색하기만 하다.

'북경의 밤 디너쇼' 공연. 북경의 역사를 공연으로 만들었다.
 '북경의 밤 디너쇼' 공연. 북경의 역사를 공연으로 만들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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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이 오르고 공연이 시작된다. 공연이름이 우리말로 '북경성의 용춤'이다. 중국 특유의 화려한 전통복장을 한 공연이 펼쳐진다. 공연은 총 7장으로 구성되었다. 중국 북경의 초기역사부터 시대별로 구성된다. 막이 시작될 때마다 무희들이 등장하는데, 무대 옆에서도 나오고, 관객 뒤편에서도 갑자기 나온다. 웅장하고, 화려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공연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붉은색과 푸른색 무희들이 번갈아 나오면서 색감의 대비를 더한다. 명나라, 청나라를 거쳐 공연의 막바지로 갈 때쯤 아리랑 가락에 맞춰 한복을 입고 부채춤을 추는 무희들이 나온다.

"어! 이게 왜 여기서 나오지?"

공연에는 소수민족으로 아리랑 가락에 맞춰 부채춤을 추는 조선족도 등장한다.
 공연에는 소수민족으로 아리랑 가락에 맞춰 부채춤을 추는 조선족도 등장한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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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다양한 민족들의 전통 춤이 이어지면서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중국내 소수민족으로 조선족이 등장한 거다. 중국의 일부를 구성하는 조선족이라니…. 서글픈 생각이 든다. 하나의 나라와 민족이 남과 북이 나뉘어 있는 것도 부족해서, 타국 땅에서는 소수민족으로 분류되고 있는 현실이….

여름밤의 열기가 넘쳐흐르는 십찰해 밤거리

십찰해(什刹海) 야경이 좋다고 한다. 십찰해는 본래 몽고어로 열 개의 사찰이라는 뜻이다. 호수주변에 10개의 사찰이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지만 지금은 남아있는 게 없다. 차에서 내리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제기를 족구처럼 경기하는 사람들, 음악에 맞춰 남녀가 쌍으로 춤을 추는 모습 등. 북경의 활기찬 밤이 펼쳐진다.

밤을 즐기는 북경시민들
 밤을 즐기는 북경시민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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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주변으로 길을 사이에 두고 호프집과 야외 카페가 이어진다. 호프집마다 라이브 공연을 한다. 외국가수가 락을 하는 곳, 감미로운 중국 노래를 부르는 가수 등등. 길을 가던 많은 사람들은 발길을 멈추고 공연에 빠져든다. 은은한 밤거리에 감미로운 노래가 온몸을 감고 흘러간다.

야외카페에서 맥주라도 시켜서 먹고 싶은데, 시간을 주지 않는다. 잠시 돌아보고만 나와야 한다니 조금 아쉽다. 여행의 또 다른 목표는 그곳의 생활과 문화에 빠져 들어가는건데….

침대에 얼룩이 졌으니 세탁비 내세요

북경에서 3일을 자고, 아침 일찍 공항으로 출발해야 한다. 호텔에서 체크아웃 하는 데 문제가 생겼다. 어제 노점에서 산 망고를 먹다가 침대 시트에 흘린 것이 문제가 되었다. 호텔 지배인은 세탁을 해야 한다며, 세탁비를 요구했다. 시트 하나에 180위안. 침대가 두 개니 360위안(6만8천원 정도)을 내란다.

노점에서 커다란 망고를 샀다.
 노점에서 커다란 망고를 샀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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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가이드가 이야기를 했다는데, 주의 깊게 듣지 않았다. 그래도 그렇지 세탁비를 그렇게 많이 요구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가이드는 지배인과 실랑이를 벌이고, 쉽게 끝날 것 같지가 않다. 우리 때문에 일행이 기다려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가이드에게 그냥 합의하자고 했다.

가이드는 지배인에게 100위안 이상 못 주겠다고 계속 싸운 끝에 합의를 했다. 영수증을 받아보고서 씁쓸하게 웃었다. 더운 날 생수가 몇 병이고, 아이스크림이 몇 갠데…. 조금은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느 나라 호텔이든지 다 마찬가지란다.

북경의 거리 풍경속에서
 북경의 거리 풍경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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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북경에서 마지막 에피소드를 남기고 한국으로 향한다.


태그:#북경, #베이징, #인력거, #북경의 밤, #사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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