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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관련 해직교사인 정상용(구산초), 김윤주(청운초), 박수영(거원초), 최혜원(길동초), 송용운(선사초), 설은주(유현초), 윤여강(관양중) 교사에 대한 심사가 열린 2009년 3월 16일 오후 서울 삼청동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앞에서 해직교사들과 전교조 조합원들이 '징계 취소'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일제고사 관련 해직교사인 정상용(구산초), 김윤주(청운초), 박수영(거원초), 최혜원(길동초), 송용운(선사초), 설은주(유현초), 윤여강(관양중) 교사에 대한 심사가 열린 2009년 3월 16일 오후 서울 삼청동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앞에서 해직교사들과 전교조 조합원들이 '징계 취소'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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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강원도교육청이 개그맨인가. 재판에서 지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수밖에 없는데, 세상에 이런 코미디가 어딨나. 참 황당하다."

최승룡 강원도교육청 대변인은 실소를 터뜨렸다. 그는 "소송 당사자가 법정에서 패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강원도교육청은 이른바 '해직교사 소송 취하' 요청을 거부한 검찰에 대한 강한 불만을 나타내며 반발하고 있다. 검찰의 소송 취하 요청 거부는 진보 교육감에 대한 정부쪽의 노골적인 발목잡기라는 것이다.

최근 검찰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를 거부해 해직된 교사들에 대한 '해임처분취소' 행정소송 항소심을 취하해달라는 강원도교육청의 요청을 거부했다. 검찰은 "1심 법원의 판단에 대하여 법리상 재검토가 필요하고, 향후 선례의 의미로서도 상급심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근거를 들었다.

강원도교육청 "소송 의지 없는데 계속 재판하라니"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 제6조는 "행정소송을 수행할 때 행정청의 장은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법무부장관은 행정소송에 관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법무부의 직원, 검사 또는 공익법무관을 지정하여 그 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으며 행정청의 장이 지정하거나 선임한 사람을 해임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이 법률을 근거로 소송 취하를 거부함에 따라 9월 1일까지 해직교사들을 복직시키겠다는 강원도교육청의 계획은 일단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 강원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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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강원도교육청 측은 "소송 당사자인 우리 교육청이 소송을 할 의지가 없는데, 검찰이 지휘권한으로 소송 취하를 못하게 하는 게 과연 합당한 일인지 의문"이라며 난감해하고 있다.

최승룡 대변인은 "우리는 이미 해직교사들이 제기한 해임처분취소 행정소송 1심에서 패했고, 법원은 '해임은 부당하다'고 결정했다"며 "현 강원도교육청 집행부 역시 전임 교육감이 재량권을 남용해 징계를 너무 과하게 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대변인은 "교육청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데, 도대체 무슨 소송을 더 하라는 것이냐"며 "소송을 제기한 원고(해직교사)의 주장이 옳다는 피고(강원도교육청)를 계속 법정에 세워 싸우게 하는 건 일찍이 유례가 없는 코미디 중의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또 최 대변인은 "우린 해직교사들을 빨리 복직시키기 위해 항소심에 성실히(?) 임해, 최대한 빨리 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2심 재판이 강행될 경우, 법정에서는 피고가 원고의 주장을 적극 옹호하는 진풍경이 벌어질 수도 있다.

현재 일제고사를 거부하거나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보장해 해임된 교사는 강원도에 4명, 서울에 7명이 있다. 이들 해직교사들은 모두 이미 법원 1심에서 해임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최대한 빨리 져서 해직교사 복직시키겠다... 이런 과정 자체가 코미디"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한승 부장판사)는 작년 12월 31일 "이 사건 이전과 이후에 일제고사 감독을 거부하거나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하는 등 (해직교사들과) 유사한 행위를 한 교사들에 대해 견책에서 정직 3월의 징계가 내려지는 등 다른 경우와 비교해볼 때 해임의 중징계를 한 것은 지나치게 무거운 것으로서 징계권 남용이라고 볼 수 있다"고 결정했다.

춘천행정법원 역시 지난 2월 11일 "일제고사 거부를 이유로 교사들을 해임한 것은 위법하다"며 해직교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를 근거로 전교조 강원도지부장을 지내고 해직된 경험도 있는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취임 직후 "일제고사 문제로 해직된 교사들을 최대한 빨리 복직시키겠다"고 말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역시 "시험(일제고사) 거부로 해임 처분된 교사 징계는 과했다고 본다"며 항소심 취하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두 교육감의 계획은 일단 제동이 걸렸고, 해직교사들의 교단 복귀는 다시 먼 미래의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에서 해직된 송용운 교사는 "두 교육청이 이미 해임의 부당함을 인정했기 때문에 소송을 지속해도 결과는 뻔하다"며 "만약 대법원까지 가야 한다면 다시 몇 년을 더 기다려야만 학교로 돌아갈 수 있는데, 이는 결국 해직교사들을 끝까지 괴롭히겠다는 정부의 뜻이 아니겠냐"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동해시 청운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 해직된 남승화 교사는 "재판을 지속해 다시 수년 동안 복직을 늦추는 건 국가가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이다"며 "검찰은 정치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법원의 1심 판결을 받아들여 소송을 취하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태그:#민병희, #해직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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