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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는 연꽃이 가장 화려할 때라고 한다. 강화군 선원면 지산리에 위치한 '선원사' 3만여 평의 연밭에는 제철을 맞아 피어난 연꽃이 그 화려함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이蓮 저蓮' 제 각각만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이며 서로가 자신만을 봐달라고 앙탈이라도 부리는 듯하다.

 

이처럼 화려한 연꽃밭 일대에서 어제(1일)부터 오는 5일까지 제9회 '연꽃음식 먹거리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주최는 이곳 3만여 평의 연밭을 가꾸고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선원사'다. 선원사 주지 성원 스님은 10여 년 전부터 연을 정성껏 가꾸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성원 스님은 자신의 사찰에서 가꾸고 있는 연을 이용해 만든 각종 먹거리를 방문객들에게 내보이고 있다. 스님은 보는데서 그치는 연이 아닌 농촌의 새로운 소득작물로서의 연을 주목하고 있는 것.

 

연꽃축제 첫 머리는... '박정희 대통령' 추모법회

 

1일부터 시작된 행사 그 첫머리는 고 박정희 대통령과 부인 육영수씨의 추모법회였다. '축제행사'와 '추모법회'는 어울리지 않는 듯하지만 나름 사연이 있단다. 성원 스님은 추모법회로 행사를 시작하는 것은 바로 선원사와 고 박정희 대통령의 사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졌던 선원사지가 발굴된 것은 전적으로 고 박정희 대통령의 공 때문인데 그 공을 잊지 않기 위해 추모법회를 10년 전부터 열게 되었다. 선원사는 고려 고종 19년(1232년)때 호국사찰로 창건된 사찰이었다. 바로 여기에서 180여년에 걸쳐 호국의 상징인 팔만대장경을 조각을 했고 보관하였던 유서 깊은 곳이었는데  1398년경 훼철되어 폐허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던 중 고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1976년 동국대학 강화학술조사단이 탐사활동을 펼친 끝에 이곳 선원사지를 발굴하게 되었다. 호국의 상징인 선원사지가 다시금 역사의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은 이처럼 고 박대통령의 각별한 관심과 지시 때문이였다. 이 같은 점 때문에 고 박 대통령의 추모법회를 10년째 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육영수 여사께서 8월에 돌아가신 점도 감안한 것이다."

 

추모법회가 열린 1일 오전 선원사 큰법당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수백여 명의 신도들이 고 박정희-육영수 부부를 기렸다. 행사에는 대구에서 올라온 '정수회' 유옥생 회장, 인전 신덕선 선생님도 참석했다.

 

행사에서 눈길을 끌었던 순서중 하나는 추모법회 마지막쯤에 울려 퍼진 노래였다. 하지만 찬불가가 아니었다. 바로 선원사 인근에 있는 법명선원의 무상 스님이 기타로 새마을 노래를 반주하고 사람들이 따라 불렀던 것.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살기 좋은 내마을 우리힘으로 만드세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 푸른동산 만들어 / 알뜰살뜰 다듬세

살기 좋은 내마을 우리힘으로 만드세"

 

새마을 노래는 고 박정희 대통령이 작사한 곡이어서 이날 추모법회 마지막을 참석자들과 함께 하기 위해 기획되었다고. 참석자들도 무척이나 흥겨워 했다. 한편 성원 스님은 내년 추모법회에서는 고 박정희 대통령이 즐겨 먹었던 음식을 재현해 행사장에 내놓고 고 박정희 대통령의 의미를 새기겠다고 말했다.

 

연을 이용해 만든 갖가지 음식... '손님 발걸음 유혹'

 

행사장 곳곳에는 연을 이용해 만든 갖가지 음식이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연 뿌리와 연 잎등을 이용해 만든 갖가지 음식이었다. 이곳 행사장에서 팔고 있는 수십 가지의 먹거리의 공통점은 연근가루나 연잎 등을 이용해 만들어졌다는 점.

 

대표적으로는 연잎밥, 연냉면, 연빈대떡, 연팥빙수, 연만두, 연막걸리, 연식혜 등에 연을 이용하고 있었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길거리 음식에도 접목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실제 자신이 종로3가에서 노점을 하고 있다는 박영순(54·여)씨는 자신의 노점 트럭을 행사장에 몰고와 길거리 음식을 펼쳐놓고 판매를 하고 있었다.

 

박씨가 팔고 있는 음식은 토스트를 비롯해 심지어 커피에까지 연을 이용하고 있었다. 박씨는 자신이 만들어 팔고 있는 토스트의 경우 연 분말을 이용하고 있는데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며 자랑을 늘어 놓았다.

 

연분말은 토스트 사이에 끼워 넣는 '계란' 토핑에 연분말을 넣어 만든다고. 즉 계란을 풀어서 저을 때 적당량의 연분말을 넣게 되면  버터의 느끼한 맛을 잡고 계란의 독특한 비린내를 잡을 수 있어 연 토스트의 맛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한 맛을 낼 수 있다는 것.

 

이 같은 장점으로 인해 현재 자신이 노점을 하고 있는 종로3가에서 히트를 치고 있다며 '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박씨의 노점 경력은 그리 길지 않은 4개월째. 영업을 하는 곳이 국일관 골목 쪽으로 외진 곳이어서 처음에는 주변 상인들이 길게 가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단다. 

 

그가 풀어놓은 초보 노점상의 성공적 정착 비결은 간단하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연분말을 이용해 만든 연토스트가 독특한 맛으로 손님을 끌었다지만 거기에는 자신만의 따뜻한 마음이 녹아 있었기 때문. 바로 박씨가 주변상인들은 물론 손님들에게 무료로 매일 제공하는 수백잔의 연잎차가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게 했다고.

 

"집에 아픈 환자가 있어 성원스님과 알게된 후 이곳 선원사에서 만들고 있는 연을 홍보하고 싶어서 4개월 전에 노점에 나섰다. 노점이라는 게 상상외로 살벌한데 연을 먹으면 마음이 정화되는 점에 착안해 연잎차를 사람들에게 무료로 매일 제공했다. 주변상인들은 저렇게 하루이틀 하다가 말겠지 했는데 지금까지도 이어져오자 사람들이 차츰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연 토스트는 건강과 맛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웰빙식품이다."

 

 

볼거리 먹거리 즐기며 연밭에서 느끼는 여유로움

 

행사가 시작된 선원사 연밭 행사장에는 1일이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은 것은 물론 첫 휴일임에도 그리 많은 사람들이 찾지는 않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군청에서 지원금을 받아 공연행사 등을 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 왔지만 올해부터는 이 같은 공연행사를 일체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성원스님은 강화군에서 지원금을 받게 되면 '포교'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행사의 취지가 바래는 것 같아서 올해부터는 지원금을 일체 받지 않고 자체 예산만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 지원금을 받게 되면 행사에서 종교적인 색채를 지우기 위해 연밭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탑'을 비롯한 불교와 관련된 각종 조형물을 치워야만 했다는 것. 사찰에서 진행하는 행사가 아닌 결국 흔한 지역 축제행사로 그치고 말았던 지난 몇 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의 경우에도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은 물론 예산도 편성되어 있었지만 이를 거부했다고.

 

하지만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음에 따라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 3만여 평에 달하는 연밭을 호젓하게 걸으면서 연이 뿜어내는 자연 그 자체와 평화로움에 흠뻑 젖을 수 있었기 때문.

 

연밭의 물레방아가 시원스럽게 돌아가면서 내고 있는 소리를 들어가며 연꽃을 바라보는 그 정취는 의외로 좋았다. 더구나 시원한 정자에 앉아 연잎차 한 잔에 세속을 씻을 수 있었으니 그 맛과 멋이야 더 무슨말을 할 것인가. 행사장은 강화대교를 건너 '선원사지' 이정표를 찾아서 가면 된다. 입장료는 물론 주차비도 일체 따로 받지 않으니 편하게 찾아가면 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선원사, #상원스님, #연 식품, #연 식혜, #연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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