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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 14일 일제고사(학업성취도평가)가 끝나고 제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정답을 가르쳐주는 시험감독 부정 사례가 터져 충격을 주었다. 충북교육청은 해당 학교를 감사한 후 사실을 확인하였으나 더 이상의 조사는 하지 않았다. 교과부도 한 학교의 사례로만 간주하고, 부정의혹이 있는 교과목 점수는 빼서 처리하고, 시험결과를 발표할 때 점수가 대폭 오른 학교만 발표하겠다는 개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말 이런 시험감독 부정이 한 학교에서만 있었던 것일까? 이 문제는 잘 해결되었을까?

 

그렇지 않다. 충북교육계는 아직도 이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7월 21일에 보도자료를 통해 시험감독 부정사례나 시험부정을 강요한 사례가 더 있다며 13개의 부정사례를 발표하였다. 청주MBC에서도 자체 제보를 통해 2개 학교 사례를 제시하였다.

 

도교육청은 이에 대해 제보자와 학교를 알려달라고 하고, 교총이나 대한교조 충북지부도 제보자를 밝히라고 압박하고 있다. 스스로 사건을 조사하고 해결하기보다 제보자를 밝혀야 조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건 진행 과정을 통해 문제의 본질과 해결방안을 고민해보자.

 

힌트주고 자리 배치 지시에, 전보 협박까지

 

전교조 충북지부가 발표한 시험부정사례를 보면 크게 3가지 유형이다. 첫 번째는 직접 힌트를 준 것으로 사회에서 "불국사"를 묻는 문제에 "국어책에 불이 나면 뭐라 할까?"란 식으로 직접 힌트를 주는 경우다. 양자택일 문제에서 "다시 생각해보라" 하는 경우도 많았다.(둘 중 하나 고르는데 힌트만 줬다구요?) 두 번째는 직접 문제를 풀어주는 경우인데 성적이 낮은 학생에게 수학 계산식을 써주는 것을 학생들이 본 경우이다. 답을 짚어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세 번째는 부정행위를 강요하거나 조장하는 사례이다. 시험볼 때 교감이 공부 잘하는 아이랑 못하는 아이랑 섞어서 앉히라는 식이다. 2009년 시험에서도 다이아몬드형으로 앉히라는 식의 이야기가 나왔으나 구체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는데 올해는 여러 학교에서 나온 이야기이다. 또 시험 준비 시간에 시험지를 미리 나눠주라거나 시험시간을 정확하게 지켰다고 질책을 하는 식이다.

 

시험감독부정 책임을 교장, 교감, 교사에게 전가하지 말라

 

올해 유달리 교감의 부정행위 가담이 높은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작년부터 충북도교육청 차원에서 교감회의를 통해 지속적으로 성적올리기 압박을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 회의를 다녀오고 나서 "일제고사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자괴감을 느꼈다고 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역교육청에서 직접 주는 압박도 크다. 전교조의 기자회견 자료를 보더라도 모교육청에서 "평가 결과 상위 5%와 하위 5%는 교육청으로 불러들이겠다"고 한 것이나 학구가 좋은 곳에서 점수가 낮으면 교감을 좋은 학교로 발령내지 않겠다고 하는 등 전보를 미끼로 압박을 한 사례가 드러난다. 점수가 낮은 학교는 낮은 대로,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하는 학교는 높은 대로 성적 압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사실 이날 발표한 자료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분석이 많다. 전교조가 익명으로 보도한다고 하였지만, 교사가 부담을 느껴 결국 학교 사례를 빼달라고 한 경우가 있다. 교사들이 공공연하게 "우리 학교만 그랬겠느냐?", "그렇게 따지면 안 걸릴 교사와 학교가 어디에 있겠냐?"고 하는 분위기인데 전교조로 제보된 것만도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난다. 또 전교조가 기자회견을 한다는 발표만으로도 일선 학교에서 교사들에게 전교조에 제보를 했느냐는 전화가 왔다. 이건 무엇을 의미할까? 

 

전교조 충북지부는 결국 이런 사태의 원인은 도교육청이 작년부터 일제고사 점수를 올리기 위해 교육과정 파행을 조장하고 올해 들어서도 일선 학교에서 월말고사와 학력상이 판치도록 방치한 결과라고 하였다. 구체적인 사례로 2009년부터 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이 학교를 압박한 각종 공문이나 문제풀이를 지시한 공문, 올해 청주와 괴산지역 초등학교에서 광범위하게 문제풀이 보충학습과 월말고사가 시행되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였다.

 

그러므로 이번 시험부정사태의 책임을 일선학교에만 돌리지 말고, 도교육청이 책임을 통감하고 해결할 것을 주장하였다. 도교육청의 자정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전교조충북지부를 비롯한 교육주체들과 함께 '충북 교육과정 실태점검과 일제고사 부정의혹 진상조사단'(가칭)을 공동으로 구성할 것도 제안하였다.

 

제보자 안 밝히면 허위사실로 고발하겠다?

 

하지만 충북교육청은 발표 내용이 "카더라 통신"에 첩보 수준이라며 반발하였다. 전교조에서 발표한 사례를 보면 해당 학교나 제보자가 다 익명으로 처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7월 26일에는 전교조가 발표한 사례 제보자와 학교를 7월말까지 밝히지 않으면 허위사실로 보고 고발하겠다는 발표까지 했다. 충북교육의 명예가 실추되었기 때문이란다.

 

충북 교총과 대한교조 지부도 도교육청을 거들고 있다. 전교조의 제보가 충북교육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제 얼굴에 침뱉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일선 교사들은 충북교육의 파행이 극에 달했는데 더 이상 더럽혀질 명예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한다. 더러운 게 묻었으면 침이라도 묻혀서 닦아야 하지 않냐는 것이다. 또 문제가 발생했으면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할텐데 내부고발자를 밝히지 않을 것을 알면서 진실공방으로 몰고 가 문제를 호도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 학교의 시험부정 사태만으로도 반성하고 물러나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적반하장이라고 분노하는 사람들도 있다.

 

충북도의회의 이광희 의원은 이런 사태를 빗대어 "벌거숭이 임금님-충북교육감"이란 글로 풍자하였다. 보충수업, 문제풀이로 대표되는 교육과정 파행과 시험부정사태를 학생들이 알고 교사가 알고 지역사회가 알고 있는데 도교육청만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도교육청은 이미 도의회에서 교육과정 파행과 시험감독 부정사태에 대해 질책을 받은 바 있다. 

 

언론에서는 이런 부정 사례가 사실로 밝혀지면 이기용 교육감이 2008년도에 전국 꼴지였던 일제고사 점수를 2009년도에 최상위로 올린 것이 다 부정되는 사태가 오기 때문에 이렇게 나오는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고 교육현장에서 곪을대로 곪은 상황을 협박으로 막을 수 있을까? 도교육청에서 이렇게 나오는데 일선 교사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을까? 가뜩이나 교과부에서 부정부패척결을 외치고 감사원에서 내부고발자를 보호한다고 하는데 도교육청의 이런 자세는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비판이 많다.

 

충북교육청도 결국 교과부의 희생양?

 

언론들이 전교조 충북지부와 도교육청, 보수교육 단체들 간의 공방으로 여론을 몰아가는 가운데 도교육청도 결국 교과부 일제고사 정책의 피해자라는 분석이 나왔다. 시험지옥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구하기 위한 충북시민모임에서는 29일 논평을 통해 이번 사태는 교과부가 일제고사를 전수평가로 강행하고 학교별, 교육청별 서열화를 해서 일어난 필연적인 결과이며 우리 교육의 슬픈 자화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도교육청측에 제보자를 밝히라는 식의 협박을 거두고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하였다. 아울러 시민사회와 어깨를 맞대로 교육과정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교과부에도 책임을 물은 시민모임은 내부에서 교과부를 항의방문하자는 의견까지 나왔다고 한다.

 

대한교조 충북지부도 교과부에 해결책을 주문하였다.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것이라면 학교 성적을 공개하는 정책을 개선하고 표집평가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하라는 것이다. 보수단체에서조차 일제고사를 표집평가로 전환하고 점수를 공개하지 말라는 요구가 나오는 것이다. 앞으로 교과부와 충북교육청의 대응이 궁금하다.

 

충청북도교육청은 정녕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가?  

[논평] 학업성취도 평가 시험 부정에 대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2010년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가 기어이 사단을 냈다.  제천의 모 초등학교를 비롯한 많은 학교에서 시험부정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어떤 교감은 부정을 종용하고, 어떤 교사는 아이들에게 답을 알려주기까지 했다고 한다. 가장 정직해야할 학교에서 어린 학생과 교사가 부정행위를 공모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는 그동안 시험지옥에서 우리아이들을 구출하기 위한 충북시민모임에서 누누이 강조해왔던 일제고사를 통해 학교별, 교육청별 서열화를 하면서 시작된 학교파행이 만들어낸 필연적인 결과이며, 우리교육의 슬픈 자화상이다.

 

  하지만 시험부정의 책임을 지고 도민들에게 석고대죄를 해도 시원찮을 충청북도교육청은 진심어린 반성은커녕 제보에 의해 시험부정을 발표한 교원단체에 법적조치 운운하는 등 많은 실망을 주고 있다. 이는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며, 교육을 정상화하겠다고 양심을 선언한 제보자들에 대한 공공연한 협박이다.

 

  일제고사를 준비하면서 학교별 경쟁을 유도하고, 학교파행을 조장한 당사자가 충청북도교육청이라는 것은 아이들, 부모들, 교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충청북도 교육청은 언제까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우를 범할 것인가?

 

  이번 시험부정까지 이르게 된 것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책임이 크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표집평가로도 충분한 것을 전수평가로 바꾸고, 시험성적을 학교·교사 평가에 연동하도록 밀어붙이면서 학업성취도 평가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왜곡했다. 아이들의 시험 스트레스는 가중되고, 교사는 아이들에게 부정행위를 장려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올해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눈에 띄게 감소한 우수 학교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교육과학기술부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를 왜 일제고사로 보는지를 한마디로 보여주는 것이며, 계속해서 학교파행을 방조하겠다는 것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다. 충청북도교육청은 일제고사로 인한 학교파행과 시험부정에 대해서 솔직하게 인정하고 지역사회와 머리를 맞대고 교육과정 정상화를 위해 나서는 것이야말로 실추된 충북교육의 명예를 회복하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이기용  교육감은 도민들의 목소리에 기울이고 이를 존중하는 것이 민선교육감으로 기본적인 소임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0. 7. 29

시험지옥으로부터 우리아이들을 구출하기 위한 충북시민모임                    


태그:#시험부정의혹, #일제고사, #충북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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