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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밟아도 배터리 충전이 잘 안 되는 덕에 오래 타실 수 있습니다. 자전거는 두 대이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도 있습니다. 친구와 '배틀'을 붙으셔도 좋습니다. 헬스공간과 찜질공간으로 제공합니다. 아름다운 자전거발전기."

30일 서울 동교동에 위치한 칼국수집 '두리반'에 구인광고가 떴다. '자전거발전기'를 돌려줄 자원봉사자를 찾고 있는 것이다. 지난 21일 한국전력이 단전 조치를 취하자 자전거발전기로 연명해 나갔던 두리반은 폭염과 어둠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

두리반 사장인 유채림·안종녀씨 부부는 2005년부터 영업을 해오다가 재개발 사업으로 건물이 철거될 위기에 처하자, 인권활동가들과 함께 농성을 벌이고 있다.

두리반에서 인권활동을 하고 있는 조약골씨는 "연이은 무더위에 두리반 활동가들도 지쳐가고 있다"며 "새로운 대책을 강구 중이지만 전기 공급 문제를 어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양광발전기 추가 투입 예정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이 두리반에 제공한 태양광발전기. 늦어도 주말 중에는 추가로 3개가 설치될 예정이다.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이 두리반에 제공한 태양광발전기. 늦어도 주말 중에는 추가로 3개가 설치될 예정이다.
ⓒ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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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반은 일단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실에서 얻은 태양광발전기를 옥상에 설치해 시험 가동 중이다. 발전기 한 대로는 선풍기, 노트북, 알전구 하나 돌릴 수 없는 상황. 정경섭 진보신당 마포구 당원협의회 위원장은 "진보신당 과천지구당에서 태양광발전기 3개를 더 빌려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주말 정도에 발전기를 추가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6일 유채림 사장이 한전에 전기 공급을 재개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판단을 미뤄 온 한전은 29일 공문을 통해 '계량기 철거 및 전기공급계약 해지는 정상적인 조치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전은 또 "(지난해 12월) 전기계량기 철거 당시 계량기 회전판이 돌지 않고 있었으며, 철거를 완료할 때까지 전기사용자의 이의제기나 물리적 저항이 없었던 상황에서는 건물 안에 전기 사용자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사회적 통념에 부합한다"고 단전 사유를 밝혔다.

이에 덧붙여 "전기공급약관 제8조 제4항에 따라 건물소유주인 (주)남전 디엔씨의 동의를 얻어 한전에 신규로 전기사용 신청을 해야 하나, 현재까지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 적법한 전기사용신청을 한 바 없으므로 전기를 공급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30일 지역 정당, 종교계, 시민단체들은 두리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전의 단전 유지 통보를 규탄했다.
 30일 지역 정당, 종교계, 시민단체들은 두리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전의 단전 유지 통보를 규탄했다.
ⓒ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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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전기 없이 살아봤어? 안 살아봤으면 말을 말어"

두리반과 인권단체들은 한국전력의 단전 유지 결정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30일 오전 두리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전의 반인권적인 조치를 규탄했다.

건전지를 사용한 방송 시스템 때문에 마이크의 소리는 작았지만 기자회견에 참가한 사람들의 함성과 외침은 어떤 기자회견보다도 크게 울려 퍼졌다.

유채림 사장은 "두리반은 강제철거집행을 당했으나, 그것을 거부하고 217일째 농성 중"이라며 "그 사이 단 한 번도 사람이 없었던 적이 없었다. (한전 측이) 당연히 세입자가 있는지 와서 보고 건물주에게 '전기를 끊어도 되겠습니까' 하고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저놈들이 법이라고 하는 것들을 우리는 법이라 볼 수 없다"며 "그들의 법은 우리들에게 폭력으로 규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도 "법을 무시하는 게 이명박 정권의 법치이고, 돈만 요구하면서 배만 불리겠다는 재벌의 논리도 이미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저항권은 누구에게나 보장돼야 한다. 우리처럼 돈 없고 권력 없는 사람들에겐 몸뚱이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유채림 두리반 사장이 30일 기자회견에서 한전의 단전 유지 결정을 규탄하고 있다.
 유채림 두리반 사장이 30일 기자회견에서 한전의 단전 유지 결정을 규탄하고 있다.
ⓒ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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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에 참석한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전기 나간 두리반 정신 나간 한전", "한전은 전기 끊고 구청은 관심 끊으면 철거민은 목숨 끊으란 말이냐", "한여름에 전기 없이 살아봤어? 안 살아봤음 말을 말어" 등의 구호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었다.

철거민으로서 연대투쟁을 벌이고 있는 강아무개(전국철거민연합회 신계대책위)씨는 "이 나라의 소외된 약자들이 더 이상 탄압받지 않도록 건설자본의 꼭두각시 놀음을 하고 있는 한전을 규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강씨는 "약자에게는 한없이 약하게, 강자에게 한없이 강하게라고 배워왔다"며 "그러나 한전과 GS건설은 약자에게 너무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약자에 대한 배려를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종교계 인사들도 참석했다. 김종수 목사(촛불을 켜는 그리스도인)는 "두리반의 너무나 처참한 그리고 너무나 절망스러운 모습에 참 마음이 괴롭다"며 "두리반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러 시민단체들과 한마음으로 결코 외롭지 않고 즐겁게 이 투쟁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유채림 사장의 부인 안종려씨는 "주민의 에너지 기본권을 보장하라"며 지난 26일부터 인권활동가 5~6명과 함께 마포구청 도시계획과 사무실에서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강민수 기자는 오마이뉴스 12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두리반, #단전, #한국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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