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진가로 사는 법〉
▲ 책겉그림 〈사진가로 사는 법〉
ⓒ 이매진

관련사진보기

본래 뜻하지 않게 새 길을 가는 이들이 많다. 사진작가 이상엽도 그랬다. 신문사에서 글을 쓰던 그도 전혀 생각지 않게 그 길에 뛰어들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듯이 그도 꼭 그랬다. 허나 이제는 그 길목에서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사진', '사회를 아름답게 하는 사진'에 몰두하고 있다.

그가 쓴 <사진가로 사는 법>(이상엽 저, 이매진 펴냄)은 사진가로 살면서 느낀 단상들, 수동식 카메라와 필름을 들고 제주도로 날아간 사연, 그리고 우리시대 12명의 사진작가들이 이야기하는 삶과 사진에 관한 인터뷰를 담고 있다. 사진에 관한한 고수인 그들이 어떤 마음과 자세로 사진을 찍고 있는지 그 진솔한 모습들을 보여 준다.

"요즘 나는 풍경 사진을 찍으러 다닌다. 직접적인 계기가 있다면 사진가 강운구 선생의 전시 <저녁에>일 것이다. 선생은 이미 원로인지라 당신이 인식하는 우리 땅은 농민의 땅이었다. 그것은 다시 돌아올 것 같지 않는 '빈티지'에 관한 향수였다."(15쪽)

사실 그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사람들에게 각인돼 있다. 그가 찍는 풍경은 뭐가 다를까? 그건 프레임 바깥에서 신음하는 자연과 생물들의 소리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과소비로 물이 말라 들어가는 태백과 안동 지역의 불모지 땅, 타클라마칸 사막에 버려진 늙은 낙타의 모습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 아픔과 슬픔과 고독과 긴장의 순간들을 찍는 데에도 필요한 게 있단다. 한 자리에서 오래도록 관찰하는 인내심과 그들에 대한 충분한 예의가 그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사진을 찍는 기술과는 또 다른 겸손한 마음 자세인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도 죄다 그것들이다.

특별히 그가 추천하는 카메라가 있다. FM2, 라이카 M3. 캐논 F-1. 올림푸스 PEN-FT가 그것이다. 모두 디지털 카메라에 말도 안 되게 저렴한 수동식 카메라라고 한다. 100년도 넘게 쓸 수 있단다. 그리고 필름은 코닥의 트라이-엑스 필름을 자주 쓴단다. 입자감도 좋고, 재현력도 뛰어나 다큐멘터리 사진가와 포토 저널리스트들에게 인기가 높단다.

이 책 후반부에 나와 있는 12명의 사진작가들은 무얼 이야기하고 있을까? 그들은 무엇을 찍어야 하는지도 알려 주지만, 어떻게 찍을 것인지를 더 상세하게 밝혀준다. 한 명 한 명씩 각자의 견해를 담고 있어서 마치 토론장을 방불케 한다. 그만큼 비교해서 읽으면 큰 수확을 거둘 수 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라는 현실 속에서도 사진가로 담담히 활동하고 있는 윤정미. 서울대 미대 서양화과와 홍익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뉴욕의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에서 사진과 영상을 공부한 그녀는 사진에 대해 그렇게 말한다.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 자체가 자기가 소유하고 싶은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사진은 그런 마음의 행위다. 수집한다는 것에는 소유욕이 기본으로 깔려 있다. 그런 점에서 사진과 수집은 통하는 면이 있다. 사진 작업을 하다 보면, 내가 하는 것도 하나의 수집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135쪽)

1979년생으로 젊은 사진작가로 유명한 최원준. 2009년 12월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창통 스튜디오 장기 입주 작가로 있고, 미국 시애틀의 비영리 사진센터인 PCNW에서 'Honorable Mention'을 수상한 그. <시선의 지정학>이란 사진책까지 펴낸 그는 이런 포부를 밝힌다.

"2010년, 1년 동안 창통 스튜디오에서 머물 수 있게 됐다. 의정부와 가까워 군사도시에 관한 작업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다. 군사문화와 개발독재를 보여주는 곳이 바로 의정부와 파주지역이다. 이곳을 통해 그런 한국사회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다. 다큐멘터리와 아트 사이에서 나만의 차별화된 작품을 만들고 싶다."(185쪽)

지금도 남한강 두물머리와 여주의 신륵사 앞 여강, 예천의 회룡포 금모래변과 부산의 낙동강 하구 둔치를 돌고 있다는 사진작가 이상엽. 그리고 각자의 삶 속에서 더 온정이 가는 작품을 찍어내고자 애쓰고 있는 12명의 사진작가들. 우리는 그들을 통해 이 사회가 한층 더 따뜻해지고, 한층 더 아름답게 변혁되고 있다는 걸 각자의 렌즈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 http://blog.yes24.com/smallje 에도 실렸습니다.



사진가로 사는 법 - 사진가 이상엽의 리얼 포토 레시피

이상엽 지음, 이매진(2010)


태그:#이상엽, #윤정미, #최현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