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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교사나 학생사이에서 일어난 폭행사건들이 뉴스나 신문을 통해서 보도되면서 학생은 학생대로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공포에 휩싸이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혹시?'하며 의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폭행 동영상이나 사진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리고 그 폭행사건들이 한번에 그치는 게 아니라 연이어 보도되니깐 공포심은 더 심해졌습니다.

 

저 또한 학생으로 공포심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좀 심하다 싶은 그런 선생님이 한 분 계시기도 합니다. 중학교 입학해서 겨우 1학기를 끝낸지라 과목마다 다른 선생님들을 적응하지 못하고 초등학교와 다르게 거의 다 선생님들이 매를 드시기 때문에 그런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초등학교 때의 두배가 넘는 과목과 수행평가, 시험 등에 대한 공포가 선생님들에 대한 두려움을 높이는 데 한몫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여름방학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여름방학 과학행사가 있어서 학교에 갔습니다. 그런데 인쇄물을 잘못 가져와서 다시 가져와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가지러 1층에 있는 교무실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교무실은 저의 담임 선생님이 계시는 곳이었습니다. 이번 기말고사에서 다른 것은 잘봤는데 담임 선생님이 담당이신 사회 과목만 뒤떨어져서 뵙기가 좀 부끄러운 상황이었기에 저는 살금살금 들어갔습니다.

 

바로 그때, 선생님께서 절 부르시더니 "어, 수연아! 방학했는데 학교에 왜 왔어?"로 시작해서 "과학행사 끝나고 선생님이랑 잠깐 얘기 좀하자"로 끝내시는 겁니다. 저는 순간적으로 '어이쿠 올게 왔구나. 사회성적에 대해서 뭐라고 하시려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어차피 조금은 생각하고 있던 일이기에 마음을 다잡고 과학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과학행사가 예정시간보다 1시간 일찍 끝났습니다.

 

교무실로 향하는 제발걸음은 천근만근이었고 심장은 '쿵쾅쿵쾅' 거렸습니다. 그런데 예상  외로 선생님은 활짝 웃으시면서 저에게 음료수 하나를 내미시고 "저쪽으로 가자"하고는 옆에 빈 교실로 데리고 가셨습니다. 그때까지도 저는 '아무도 없는 데서 혼내시려나?'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빈교실에 들어서서 의자에 마주 보고 앉자 선생님이 꺼내신 첫마디는"요즘 얼굴이 어두워 보이는데 무슨 일 있어?"였습니다. 순간적으로 아-라는 감탄사가 흘러나왔습니다. 선생님은 성적 때문이 아니라 얼굴이 어두워보이는 저를 걱정해주신겁니다. 솔직히 시험범위랑 수준이 높아졌고 과목마다 선생님들도 다르니 힘든 점도 많았습니다. 중학교 들어서니 엄마와 티격태격하는 일도 많아졌고요. 여자라서 그런지 친구들도 서로서로 예민한 것도 있고 그런 힘든 점이 표정에 드러났나 봅니다.

 

저는 선생님께 학교생활을 하면서 친구들 사이에서 힘든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한반에 총40명 남자 31명, 여자 9명 여자로서 최악의 조건입니다. 친구들끼리 불만도 많습니다. 여자가 조금이다보니 다같이 어울리게 되고 어울리게 되니깐 끌려다니는 상황이 있습니다. 여자가 조금이니 남자 아이들이 무시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행히 선생님께는 저랑 1살차이인 중학생 딸이 있어서 저를 잘 아셨습니다.

 

그리고 성적과 장래희망에 대한 고민도 말씀드렸습니다. 성적에 관해서 선생님은 웃으시더니 방학 때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하고 교무실에 와서 모르는 것을 물어봐도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장래희망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진지하고 심각하게 고민해보지 않아도 될 게 아직 고등학생도 아니기에 재능을 모를  수도 있는 것이고 꿈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은 공부 열심히 하고 선생님이 살아온 지혜가 있는데 선생님이 보기에 저는 잘할 것 같다면서 장래희망에 대해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지 말라는 덕담으로 맺으셨습니다. 순간 내가 커서 선생님이 된다면 저런 선생님이 되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존경심이 생긴 것도 당연합니다.

 

그렇게 얘기를 끝내고 집에 가려는데 비가 왔습니다. 선생님은 우산을 안 가져온 저에게 우산을 빌려주셨고 저는 그렇게 빗속에서 집으로 갔습니다. 선생님과 대화를 하고 나니 왠지 모를 가뿐함이 느껴졌습니다. 여태까지 지고 있던 무거운 짐이 모두 빗물에 씻겨내려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집에 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뉴스와 신문에서 보도되고 있는 교사와 학생사이의 폭행사건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뉴스와 신문에서는 정말 심각하고 소수의 사건을 다룬 것인데 그것을 크게 봐서 모든 선생님들이나 학생으로 보면 잘못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뉴스나 신문의 보도로 인한 잘못된 인식이 저희 담임 선생님같은 좋은 선생님들을 가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좋은 일은 '모두가 그러는 건 아니지'라고 생각하면서 나쁜 일은 '이거 혹시?'라는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뉴스와 신문에 보도되는 것이 모두를, 전체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전국 방방곡곡에 계시는 좋은 선생님들!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세요! 당신들을 보며 대한민국의 많은 학생들이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태그:#선생님, #학생,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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