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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폭행범을 근절하기 위해 지난달 국회에서 통과된 '화학적 거세' 제도에 전문가들은 심리치료와의 병행과 장기적인 임상실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화학적 거세' 법안을 발의했던 박민식 한나라당의원이 이 법안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화학적 거세' 법안을 발의했던 박민식 한나라당의원이 이 법안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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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와 박민식 한나라당 의원 주최로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화학적 거세'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는 심리학자, 변호사, 의사로 구성된 발제자들이 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가 됐다.

지난 6월 29일 국회는 박민식 한나라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킨 바 있고, 이 법안에 대한 후속조치로 이번 토론회가 열린 것이다.

토론회 모두 발언에서 박 의원은 "'화학적 거세제도'는 조두순, 8세 여아 초등학교 납치 성폭행 사건에 이어 동대문 아동성폭행 사건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논란이 됐던 아동성폭행 문제를 처리하게 위해 다급하게 법안이 준비됐다"면서 자신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 토론자들의 조언을 당부하기도 했다.

먼저 교도소에서 성폭행 피의자들과 상담하면서 교도소, 보호감호제도를 연구하고 있는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의 주제발표가 있었다.

성폭행범을 위한 교도 정책 보완해야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이 발표에서 '화학적 거세'제도를 찬성하지만 현재대로는 시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이 발표에서 '화학적 거세'제도를 찬성하지만 현재대로는 시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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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교수는 먼저 '화학적 거세'라는 제도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도입된 약물을 효율적으로 쓰려면 대상자들을 선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초범자들까지 무작정으로 다 실시하겠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제도가 가진 추상적이고 모호한 점들을 보완해서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다운 사례 중심의 연구자료들을 제시하며 발표를 이어간 이 교수는 아동성폭행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교도, 교정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3년, 5년동안 피해자가 범죄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교정기간은 분명 중요한 교육기회일텐데 이 시간에 최소한의 노역만 의무해 놓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성폭행범을 데리고 개별화된 처우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교도소내에서 약물치료와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병행할 전문 인력들이 확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물치료 동의 없으면 자기결정권 위반

이어서 지정토론으로 나온 이경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약물치료법안이 가진 위헌성들을 따졌다. 먼저 이 변호사는 "화학적 거세 제도는 가해자는 나쁜 사람이고 형사 처벌을 한 이후에도 우리 사회의 위험요소가 될 수 있으므로, 위험인물을 철저하게 감시와 통제하는 것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가 내재돼 있다"며 화학적 거세제도가 헌법에 위배됨을 밝혔다.

그리고 절차상으로도 형사제재와는 별도로 피의자의 동의없이 이루어지는 약물치료는 '자기 결정권', '신체의 자유'를 크게 침해한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이 법안의 입법과정에서는 대상자의 동의를 전제로 한 법률이 계류됐었지만 의결 불과 하루 전에 강제적인 화학적 거세를 내용으로 하는 법안이 의결됐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대신 사후조치보다는 사후예방의 차원에서 "아동성폭력의 신고율을 높힐 수 있는 피해자 지원체계의 강화(피해자보호시설, 아동성폭력전담상담기관 등)와 아동성폭력의 처벌을 담보할 수 있는 수사·사법담당자들에 대한 교육, 아동전문가 양성 및 전문가와의 유기적 협력시스템 구축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의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가 장기적인 임상실험을 통해서 한국인에 맞는 약물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신의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가 장기적인 임상실험을 통해서 한국인에 맞는 약물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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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인 임상실험이 선행돼야

현장에서 성폭력 피의자들을 상담해 온 신의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는 "조두순, 8세 여아 초등학교 납치 성폭행범 같은 나이든 아동성폭행범은 드문 경우"라면서 "이웃집 오빠, 사촌 오빠 등으로 성폭행범의 연령이 어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들 청소년들은 처벌이 힘들고 심리치료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밝히면서 성폭행범에 대한 인식도 개선돼야 함을 밝혔다.

그는 덧붙여 입법과정이 너무 섣불리 진행된 점을 지적하면서 "이렇게 땜질하듯 진행하면 실패하고 말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신 신 교수는 외국의 사례만 참고하고 있는 현실을 꼬집으면서 "한국인에게도 임상적으로 가능한 지 3년, 5년 시행해보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하나하나 잡아서 고쳐나가야 한다. 하루 이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축적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김현채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보호법제과장은 법안을 집행하는 입장에서 세 전문가들의 조언에 동의하면서도 반론이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 서슴없이 반박했다. 김현채 과장은 "특히 이수정 교수가 지적했던 교도행정의 문제는 저 스스로도 절감한다"면서도 "앞으로 보완해 나갈 것들이 많아서 바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환 변호사가 지적한 자기결정권을 침해에 대해서 김현채 과장은 "이 약물치료명령제도는 치료와 보완처분의 일환이다"며 "당사자의 동의에 의해 부과여부가 정해진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법리에 맞지 않다"며 형사제재 이외에 이뤄지는 전자발찌, 신상공개제도의 일환임을 밝혔다. 그리고 김현채 과장은 "의사와 심리학자들을 포함한 전문가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협조를 요청"했으며 간단한 질문을 정리하면서 토론회는 마무리됐다.

한편, 오늘 이 토론회에는 주제발표, 토론자 외에도 우윤근 국회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이주영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한선교, 장광근, 이화수 한나라당 의원, 최영희 민주당 의원 등의 국회의원들과 경만호 대한의사협회 회장, 안동현 대한의사협회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 학대예방분과위원장 등의 의학계인사들이 참석했다

덧붙이는 글 | 강민수 기자는 오마이뉴스 12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화학적 거세,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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