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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연합의 두 활동가가 낙동강 함안보(18공구) 공사장 타워크레인(전체 높이 40m)에서 '4대강정비사업 전면 중단' 등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수자원공사와 지에스(GS)건설 측이 언론사의 취재활동을 봉쇄해 비난을 받고 있다.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과 언론노동조합 부산울산지부 등으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경남연대'는 25일 성명서를 통해 "취재봉쇄는 국민의 입을 막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사 취재기자뿐만 아니라 경남도의원들도 현장 방문을 저지당하자 경남연대가 입장을 낸 것이다.

 

함안보 공사는 지난 16~17일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가물막이 구조물 안 공사현장이 수몰된 상태다. 공사는 중단되었으며, 물을 빼내는 작업만 하고 있다.

 

 

농성 첫날 아침, 일부 취재진 들어갔다가 나와

 

최수영(40) 부산환경연합 사무처장과 이환문(42) 진주환경연합 사무국장은 지난 22일 오전 5시부터 크레인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낙동강은 흘러야 한다'와 '4대강사업 전면 중단' 등이라고 쓴 펼침막을 내걸고 고공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함안보 공사장으로 들어가는 출입문은 2개가 있는데, 두 활동가는 이날 새벽 출입문을 통하지 않고 전망대와 출입문 사이 언덕으로 내려가 들어갔다. 이들은 가물막이 구조물을 지나 보트를 타고 크레인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당시 <오마이뉴스> 기자는 이들이 크레인까지 들어가는 과정을 취재하고 있었다. GS건설 관계자는 이날 오전 6시경 차량을 타고 현장에 나타났다. 이후 한 방송사 기자가 가물막이 구조물까지 들어왔다가 GS건설 관계자가 제지하는 바람에 크레인 아래까지 들어오지 못하고 나갔다.

 

이날 오전 7시경 <오마이뉴스> 기자와 환경연합 관계자들도 고공농성자만 남겨두고 현장에서 나왔다. 경찰과 소방서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8시경 현장에 도착했다. 이때부터 공사장 출입문은 철저히 통제되었다.

 

언론사 취재기자들은 함안보 전망대에서 고공농성장을 취재할 수 있게 되었다. 거리는 700m가량 떨어져 있다. 또 이날 오전 환경단체들은 지난 16~17일 사이 내린 집중호우 당시 준설투기장의 침출수 문제를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출입문에서 열려고 했지만, 충돌이 빚어졌다.

 

환경단체는 "출입문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지만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출입문 안쪽에는 경찰이 배치되어 있었다. 환경연합 활동가 2명이 출입문을 넘어 들어가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수자원공사와 GS건설측은 고공농성장이 언론에 노출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출입문을 봉쇄했던 것. 이날 환경연합 관계자는 "이전에는 출입문 쪽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문을 닫지 않았다. 크레인에서 점거 농성이 벌어지니까 감정적으로 나오는 것 같다"고, 한 언론사 기자는 "고공농성장은 사진으로 이미 보도됐는데, 출입문을 막는다고 해서 보도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남도의원과 창원시의원들이 현장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이것도 봉쇄되었다. 손석형 석영철 이종엽 경남도의원과 정영주 송순호 창원시의원은 지난 24일 크레인 농성을 지원 중인 4대강사업저지경남본부 이경희-박창균 공동대표 등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후 이들 의원들은 크레인 아래를 방문해 현장의 안전에 대해 직접 점검하려고 했지만, 수자원공사와 GS건설 관계자들이 '공사장의 안전'을 이유로 거절해 항의하기도 했다.

 

함안보 공사장 안에는 창녕경찰서와 창녕소방서, 한국수자원공사, GS건설 관계자들만 들어가고 있다. 크레인 아래 가물막이 구조물 위에는 이들이 설치해 놓은 천막이 있다. 이들은 크레인 아래에 그물망을 설치해 놓았다.

 

 

언론장악저지경남연대 "농성 현장이 국가기밀인가"

 

언론장악저지경남연대는 25일 성명을 통해 "함안보 고공농성장 공사 현장의 언론통제가 극심하다"며 "크레인으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인 함안보 공사장 입구가 건설업자에 의해 원천 봉쇄되고 있다. 농성자들이 철저히 차단됐다"고 밝혔다.

 

경남연대는 "언론사 취재는 접근 자체가 원천 봉쇄되고 있다. 도대체 왜 언론의 취재를 막는가. 공사현장, 농성 현장이 무슨 국가기밀인가"라며 "농성 시작부터 현장과 농성자들의 사진은 이미 공개된 마당이다. 공사장 출입을 막는 수자원공사와 시공사인 GS건설 관계자들은 현장의 안전문제를 구실로 내세운다. 침수로 인해 공사조차 진행되지 않는 곳에서 무슨 안전을 내세우는가"라고 따졌다.

 

"누구의 안전을 말하는가. 농성자들의 안전인가, 공사 관계자들의 안전인가. 아니면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기식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현장을 숨기기 위한 것인가? 농성자들의 안전을 위한다면 그들의 현재 상황이 있는 그대로 국민들에게 전달돼야 한다. 그렇게 안전문제가 걸린다면, 경찰들은 도대체 어떻게 지금 이 시각에도 공사장 내부를 활보하는가. 경찰은 되고 언론사 기자는 안 된다는 식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솔직히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언론 취재를 봉쇄하는 것은 농성 상황을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겠다는 의도라는 것. 경남연대는 "이는 독재식 발상이다. 개발독재와 군부독재가 다르지 않다는 증거다. 군부독재 시절의 보도통제와 다르지 않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면서, 그렇게 자신의 논리에 자신이 없는가"라고 밝혔다.

 

경남연대는 "군부독재식 보도통제라는 욕을 더 이상 듣지 않으려면, 언론사의 당연한 취재와 지방의원들의 정당한 의정활동을 더 이상 막아서면 안 된다"며 "환경과 함께 민주주의까지 파괴하는 이들에게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이 기다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그:#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함안보, #언론장악저지경남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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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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