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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의원들은 광주에 내려가서 야전침대라도 놓고 선거운동을 하라."

 

7.28 재보궐선거까지 8일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비공개 원내대책회의에서 각 지역구 의원들에게 '비상'을 걸었다.

 

지난 주말께 재보선 지역 8곳의 판세를 분석한 결과 민주당이 의석을 하나도 못 얻을 수 있단 비관적 전망이 나온 데 따른 '긴급 조치'였다.

 

전현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상황으로 보면 민주당으로서는 재보궐선거 지역구 한 석도 낙승을 기대하기가 매우 어렵다"라며 이 같은 상황을 전했다.

 

전 원내대변인은 "광주마저도 승리를 점치기가 어렵다"며 "민주당 내부에서는 당의 존폐가 걸린 위기상황이란 인식 하에 대책마련에 비상이 걸린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당초 우세한 것으로 점쳐졌던) 인천 계양, 강원 원주, 태백·영월·평창·정선, 광주 남구 등 여러 지역들조차 혼전을 보이면서 선거의 승리를 예측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특히 은평을 지역과 충북 충주 등은 야권연대마저 난항을 보이고 있는 상태라 어느 곳 하나 승리를 점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또 "야권연대를 위해 민주당은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번 재보궐 선거에 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백척간두에 선 심정으로 초심으로 돌아가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1주일 만에 뒤바뀐 판세 분석... '조직력 선거전' 난감한 민주당

 

민주당은 지난 주 초만 해도 '최대 5곳'에서 우세하다는 분석을 하고 있었다. 앞서 우상호 대변인은 지난 18일 "초반 판세 분석은 아직 크게 변화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2곳 정도는 아직 민주당이 우세한 지역이라고 판단하고 있고 2곳 정도가 백중우세하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이날 흘러나온 '비관론'을 일종의 엄살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전 원내대변인은 "지난 주말 각 선거구에서 여론조사를 돌린 결과가 좋지 않다"며 "당초 '재보선에서 5곳은 건져야 본전'이란 말이 있었는데 이젠 그 말이 '언감생심(焉敢生心)'이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통상 재보선에서 투표율이 낮은데다 한나라당 후보들이 정권심판 이슈를 가라앉히기 위해 조용히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분석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데 여당 후보들이 '지역일꾼론'을 앞세우며 '영포게이트', '4대강 사업' 등 굵직굵직한 이슈를 피해서 재보선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지 않단 얘기다.

 

전 원내대변인은 "재보선 관심이 떨어지면서 민주당이 취약한 조직선거로 재보선이 치러질 것 같다"며 "지지층의 투표 의사도 약하고 여론조사 결과도 안 좋아 당 차원에서 비상이 걸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박 원내대표가 비공개 원내대책회의 때 '이번에 잘못하면 민주당이 문 닫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일단 외국에 나가 있는 의원들을 모두 귀국시키는 한편, 지역 의원들이 각 지역구의 시장, 복지관 등에서 발품을 팔며 민심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위기론' 통한 지지층 집결 의도? "야권 후보 단일화 없인 승리 힘들다"

 

일각에선 박 원내대표가 직접 '재보선 위기론'을 제기한 이유가 심상치 않게 흐르는 7.28 재보선 흐름을 당력 집중으로 끊고,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의 집결을 꾀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7.28 재보선 흐름은 민주당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우선 전통적 '텃밭'인 광주 남구에서도 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등 '비민주연합' 단일후보로 나선 오병윤 후보(민노당 사무총장)가 민노당 자체 조사에서 장병완 민주당 후보를 역전하는 등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재보선 직전 "광주에서 양보할 것"을 민주당에 요구했던 민노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광주 남구를 7.28 재보선 전략지역으로 결정하고 모든 당력을 총집중하여 (오 후보를) 반드시 당선시키겠다"고 결정한 상황이다.

 

송영길 인천시장이 3선에 성공했던 인천 계양구 상황도 만만치 않다. 정세균 대표와 송 시장의 알력 끝에 전략공천된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의 김희갑 후보는 인지도와 지역연고가 약해 이상권 한나라당 후보에게 최근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재보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 은평(을)의 지지부진한 후보 단일화 논의도 이 같은 흐름에 한몫하고 있다. 야권의 후보 단일화 논의가 미궁에 빠지면서 민주당 장상, 민노당 이상규, 국민참여당 천호선 등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이 답보상태에 빠졌다는 얘기다.

 

정세균 대표가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한 인터뷰에서 "이번에 민주당 후보가 (은평의) 대표선수로 나가면 앞으로 다른 당 후보를 대표선수로 내보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며 양보를 호소했지만, 다른 야당들은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당장 지난 6.2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연대에 큰 기여를 했던 이상규 민노당 후보 측은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양보만 요구하는 '놀부 심보'가 아닌 '호혜와 연합정신'"이라고 질타했다.

 

다른 야당의 관계자는 "박지원 원내대표가 '위기론'을 제기한 것은 실제로 민주당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선거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위기론을 통한 지지층 집결로 현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야권단일화 없인 은평을 비롯한 다른 선거 지역에서 승리하기는 힘들다고 본다"고 말했다.


태그:#7.28 재보선, #은평, #박지원, #민주당, #후보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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