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한바탕 지나간 속에서도 관객들의 뜨거운 영화 열정이 부천을 달구고 있다. 올해로 14회째를 맞이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PiFan)가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그램들과 다양한 이벤트들로 관객들의 성원 속에 순항중이다.

그 열기의 중심에 탄생 30주년을 맞이한 일본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가 국내에서 최초로 상영되어 건담을 보며 성장한 세대에게는 추억을, 새로운 건담을 보고 있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 주고 있다.

건담의 아버지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 질문에 신중하게 답하고 있다

▲ 건담의 아버지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 질문에 신중하게 답하고 있다 ⓒ 박병우


건담을 창시한 이른바 '건담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 직접 내한하여 깜짝 사인회를 열고 지난 주말에는 Z건담 3부작의 심야 상영에 앞서 관객과의 대화의 시간도 함께하여 영화제를 찾은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시간을 선사했다.

17일 심야에서 일요일 아침까지 연속으로 상영된 Z건담 시리즈 상영 전에 진행된 '심야! 톡! 상영!'에서는 수많은 건담 마니아가 부천시청을 찾아 열렬한 기립 박수로 요시유키 감독을 맞이했다.

건담 시리즈는 연표를 두고 봐야 할 만큼 방대한 서사적 구조와 세계관을 갖고 있다. 수십편의 논문을 쓰고도 부족할 만큼 30년간 이어져 오고 있는 대단한 작품이기도 하다. 부천을 찾아 관객들과 함께 호흡했던 토미노 감독의 무대인사와 인터뷰,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그와 들려 주었던, 그와 나눴던 이야기들을 정리해 봤다.

건담의 아버지가 말하는 건담! 주말,심야상영으로 '기동전사 Z건담' 극장판 3부작의 상영에 앞서 토미노 감독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건담의 아버지가 말하는 건담! 주말,심야상영으로 '기동전사 Z건담' 극장판 3부작의 상영에 앞서 토미노 감독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PiFan


- 일본이 애니메이션 대국으로 성공한 요인과 영향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는 일본이 애니메이션의 대국이라고, 성공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요즘 일본 애니메이션은 쇠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성공 체험을 한 세대들은 '그때는 참 좋았다'라며 끊임없이 옛날을 생각하니 발전적이지 못하고, 과거를 모르는 업계의 신인들은 'How to',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솔직히 요즘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현장에서 일하거나 산업에 관계된 이들에게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작품들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애니메이션의 내용이나 콘셉트에 의해서 세계인들의 생각이 바뀌었다면 모르겠으나, 유럽이나 미국의 건담 팬들만으로 성공적이라고 판단하거나 생각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애니메이션이) 매체로서 성공했다고 보기는 힘든 것 같다.

미국과 유럽 등의 오타쿠(팬)들이 다음 시장으로 이어지는 가이드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부분에 대해선 여러분들께 의견을 묻고, 듣고 싶다. 일본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동남아시아의 팬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템이나 문화, 생활용품, 패션 등에까지 영향력을 미칠 메시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 애니메이션 산업이 완전히 발전하지 않았다고 느껴지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 30년 넘게 30여 이 넘는 시리즈로 거듭나고 있는 건담 시리즈에 대한 생각과 애니메이션 산업의 발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건담의 새로운 시리즈들은 원래 내 콘셉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창작자, 작가적 관점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도 있지만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는 전면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건담이 큰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작품 자체로만 수익을 창출하는 수준까지는 오르지 못했다(이른바 '건프라'로 불리우는 프라모델이나 음반, 게임, 소설 등 다른 분야의 성공까지 포함하여야 성공적이라고 얘기 하는 듯하다). 재정적인 부분을 확보하는 경제적인 부분도 중요하다.

사실 건담을 만든 것도 제작사(선라이즈)의 의뢰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스폰서가 거대한 로봇을 만들라고 요구해 왔었다. 내가 창작하고 싶은 것을 자본의 문제에 구애받지 않고 만들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상업적인 작품은 만들고 싶지 않다고 하는 건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엔 스튜디오 시스템을 통해 업계에 뛰어 들었고 후에 독립해서 작품을 만들면서 의식적으로 시스템을 다져 왔었지만 30년이 지난 지금도 내가 생각했던 비즈니스 모델이 자리 잡은 것 같지는 못한다고 느껴진다. 애니메이션이 매체로서 문화적인 영향력을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현장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무척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30년간 건담을 이끌어 왔으며 거대한 성공신화를 써 내려간 거장의 입에서 나온 발언 치고는 의외의 얘기였다.

한편, 요시유키 감독은 지난 17일 부천시청 상영관에서 밤 11시부터 시작한 '심야! 톡! 상영_토미노 요시유키, 건담을 말하다'에서 "내가 만든 작품 외에는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의 다른 어떤 작품도 보지 않았다. 보고 싶지 않다"며 자신이 만든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에 대한 강한 애착과 자신감을 드러 내기도 했다. "아이들을 감동시킬 수 없는 애니메이션은 어른들도 감동시킬 수 없다"는 견해도 덧붙이기도 했다.

- 일본에서는 국가에서 애니메이션 산업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늘 이 자리에 내가 온 것도 그런 지원 때문이다.(웃음) 지난 몇 년 간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산업에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그 부분에 있어서는 한국 정부를 모방하고 있는 게 아닌가도 싶다.

한국의 경우는 스튜디오 건립에도 도움을 주면서 영화나 TV에 상당히 구체적인 지원을 한다고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일본은 여러 가지 규제에 묶여 만족할 만한 실적을 내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애니메이션 같은 창조적인 분야에 관료주의가 개입되서 제대로 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관료주의가 물러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미야자키 하야오도 국가 지원 없이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작품에만 매진하며 성공한 경우 아닌가. 그런데 외국에서 이런 발언을 하는 걸 알면 나라 돈으로 해외에 못나갈지도 모른다."

- 최근 로봇 애니메이션들이 전쟁을 가볍게 다룬다는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벌써 일본이 패전한 지 70년의 시간이 흘렀는데 현재 일본에는 공식적으로 군대가 없다.전쟁을 경험하는 방법은 영화나 애니메이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전쟁을 모르는 세대들이 전쟁에 대해 이야기 하고 그리고 있다. 손으로 그려 낼 수 있기때문에 영화보다 애니메이션이 더 강한 것 같다.

전투를 아름답게만 그리고 특히, 폭발 장면 등은 액션이 너무 아름답게 그려져서 그 순간 누군가 살인을 하는 것을 잊게 되는 것이다. 그건 전쟁이 아니라 패션에 불과하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의 엔딩이 해피엔딩으로만 끝나야 한다는 건 제작사나 어른들의 생각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행복한 이야기만 들려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재미 있기만 하지 않고 마음대로만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아이들도 많다고 생각한다."

- 'Z건담'의 엔딩 대사나 '샤아의 역습' 등에서 토미노 감독이 맡았던 작품 속에서 '뉴타입'이란 새로운 세대, 젊은 세대의 가능성에 대해 주목했던 것 같다. 지금 일본의 젊은 세대들에게 어떤 가능성을 기대하는가?
"지금까지도 '뉴타입'이 거론되고 있다(다른 자리에서 그는 '뉴타입'은 '서로를 오해하지 않고 이해하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솔직히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젊은 사람에게 기대하게 된다. 스스로 젊을 때는 자기 스스로에 모든 것을 걸겠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젊은 세대에게 기대게 되더라.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더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건담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은 훨씬 공격적인데 이것은 나의 여성관과도 밀접하다. 나는 여자들이 훨씬 더 공격적이라고 보는데 전장에서도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위험한 순간에도 냉정할 수 있다고 느껴진다. 내가 여자들에게 기대한다는 것은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잘 해내리라는 믿음 때문이기도 하다."

- 새로운 건담에 대해 묻겠다. '링 오브 건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새로운 건담은 있다고도 말하기 어렵고 없다고도 말하기 어렵다. '링 오브 건담'은 일단 짧은 작품들을 만들어봤는데 가능성은 있다. 그런데 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같다. 그러나  스튜디오에서는 여전히 그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니 가능성이 전무한 건 아니다."

토미노 감독은 건담과는 별도로 3년여간 꾸준히 준비하고 있는 다른 프로젝트도 있다고 살짝 귀띔해 주었다.

정성껏... 깜짝 이벤트로 열린 사인회에서 팬들에게 정성스럽게 사인해 주고 있는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

▲ 정성껏... 깜짝 이벤트로 열린 사인회에서 팬들에게 정성스럽게 사인해 주고 있는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 ⓒ PiFan

'건담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토미노 감독은 자신이 '건담' 시리즈를 몇 편이나 만들었는지 애써 기억하려 하지 않았다. 우주에 대한 상상력과 로켓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던 소년은 지구와 달 사이에 무엇인가 존재한다는 집요한 공상을 키워나가 '건담'이라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자신의 꿈을 지금껏 이뤄나가며 신화가 되었다.

자신은 프리랜서라면서 죽는 날까지(1941년 생이니 벌써 70을 바라보는 나이다) 애니메이션 연출 하겠다는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에게서 고집스러운 장인(匠色)의 기운이 느껴졌다.

작업을 할 당시에는 집요하리 만큼 완벽주의를 고수하고 괴팍하다는 소문도 직접 대해보니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친근한 모습이었다.

건담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대하는 모습이나 마지막으로 숙소인 호텔을 떠나던 날, 매일같이 자신을 챙겨주던 자원봉사자들과 감사의 인사를 나누며 기념사진도 잊지 않았다(그는 사진을 찍기 위해 무릎을 끓기도 했다!).

토미노 감독은 일본으로 돌아가 다시 왕성한 창작 활동을 벌이겠지만 건담의 신화는 앞으로도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된다.

친절한 토미노 할아버지 자신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던 자원봉사자,스텝들과 기념 사진도 무릎까지 꿇어가며 잊지 않았다.

▲ 친절한 토미노 할아버지 자신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던 자원봉사자,스텝들과 기념 사진도 무릎까지 꿇어가며 잊지 않았다. ⓒ 박병우


25일까지 열리는 부천영화제에서는 건담의 최초 극장판 '기동전사 건담' 1~3편과 '기동전사 건담:역습의 샤아' '기동전사 Z건담' 극장판 1~3편도 함께 상영된다. 아직 스크린에서 건담을 만나지 못했다면 아직은 기회가 남아 있다. 더 늦기 전에 25일까지 열리는 부천으로 고고씽.

애미메이션 <건담>은 어떤 영화
1979년 첫 선보인 이래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건담'이 벌써 30주년을 넘어 섰다. 건담은 일본의 로봇 메카닉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시리즈로 단순한 애니메이션 시리즈라고 보기엔 일본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쳤다.

건담 시리즈는 건담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에 의해 '선라이즈'사에서 1979년 첫 제작되어 TV시리즈로 방영되어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며 지금까지 TV 시리즈와 OVA, 극장판 시리즈가 제작되고 있다. 후에 '에반게리온'이 단순히 애니메이션을 뛰어 넘어 문화적 현상을 넘어 사회적 현상으로까지 이어졌지만 그 이전에 이미 건담이 있었다.

실제로 에반게리온의 안노 히데아키는 감독 데뷔전,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과 함께 스태프로서 작업에 참여하여 그에게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었다. 애니메이션 역사에 큰획을 그으며 신화라 불리는 건담은 프라모델 완구에서부터 게임, 소설, 음악, 만화, 게임 등 다양한 분야로 파생되어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넘어 하나의 신화가 되다 1979년 TV 시리즈로 첫공개되어 폭발적인 반응과 사회적 현상까지 불러 일으켰던 건담은 지금까지 새로운 시리즈로 그 역사를 계속 써내려가고 있다.

▲ 애니메이션을 넘어 하나의 신화가 되다 1979년 TV 시리즈로 첫공개되어 폭발적인 반응과 사회적 현상까지 불러 일으켰던 건담은 지금까지 새로운 시리즈로 그 역사를 계속 써내려가고 있다. ⓒ SUNRISE


PiFan '건담 특별전'은 건담 시리즈 30년 역사 속에서도 매니아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중요한 작품 8편이다. 마니아들에게 '퍼스트 건담'으로 불리는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기동전사 건담> 1,2,3편과 <기동전사 건담 : 샤아의 역습>,<기동전사 Z 건담>1,2,3편과 <건담 UC> 편이 많은 팬들의 기대와 호응속에 25일까지 관객들을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토미노 감독이 연출한 건담 시리즈

TV Animation:
기동전사 건담
기동전사 Z 건담
기동전사 ZZ 건담
기동전사 V 건담
턴A 건담

극장 Animation
기동전사 건담 1, 2, 3
기동전사 Z건담 1, 2, 3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기동전사 건담 F91
턴A 건담 세계광, 월광접

*제작 및 원작자로 참여한 작품은 제외하고 감독한 작품만 표기

덧붙이는 글 쿵씨네에도 실렸습니다.
건담 토미노 요시유키 PIFAN 부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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