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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 통해 여러 정치인들을 만났지만 개인적인 정치 판단이 아니었다. (다른 연예인들과) 같이 했는데, 왜 나만 좌파냐?"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호텔. 마이크 앞에 앉은 방송인 김미화씨는 기자회견장을 가득 메운 수십 명의 기자들을 향해 또박또박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6일 'KBS 블랙리스트' 발언으로 KBS로부터 고소를 당한 김씨는 이날 오전 영등포경찰서 출석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김씨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나뿐 아니라 내 후배 연기자들이 앞으로 이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끝까지 싸우고자 결심했다"며 "더 이상 코미디언을 슬프게 하는 사회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심경을 밝혔다. 

 

김씨는 입장문 발표 직후 이어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도 자신에 대한 KBS 고소의 부당함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92년부터 '노무현과 손잡고 정치참여를 했다'는 어처구니없는 보도가 났지만 단지 방송프로에서 만난 것이며 섭외는 PD가 했다"고 밝혔다. 또한 "SBS가 2002년 개표 방송을 재밌게 하기 위해 한선교, 남희석씨와 함께 이회창 후보, 노무현 후보 사무실을 다 갔고, 노무현 후보 당선 후 하회탈을 한선교씨와 함께 전달했는데 왜 나만 좌파냐"고 토로했다.

 

김미화씨의 변호를 맡은 정연순 변호사는 "(KBS와의 소송에서) 승리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블랙리스트' 같은 문건의 존재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정부 들어서 특정 연예인에 대한 출연 규제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사실이 아니더라도 의혹을 제기했을 때 그것을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트위터에 블랙리스트 관련 글을 올린 이유

 

다음은 김미화씨와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 지난 6일 오전 트위터에 왜, 어떤 심정으로 'KBS 블랙리스트' 관련 글을 올렸나.

"그 전날(5일) KBS 예능 구성원으로부터 그런 얘기를 듣고 심경이 착잡했다. 그날 아침에 행사가 있었고 너무 일찍 준비를 하는 바람에 시간이 남았다. 그 전날 KBS 예능국장에게 하소연하려고 전화를 했지만 예능국장이 '노조 파업으로 복잡하니까, 파업 끝나고 만나자'고 했다. 사실 그런 하소연 기회를 잃어서 혼자 너무 답답했다.

 

정당한 이유로 연기와 방송에 재능이 없어서 '이건 안 된다'고 국민이 판단해서 내가 코미디언 생활을 못한다면 이해하는데, 내가 느끼기에도 나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얘기를 들어서 너무 속상했다. 그래서 트위터에는 많은 팬들이 지켜보고 계시고 평상시 하소연하고 위로 받고 하는 장소였기 때문에... 아침에 시간이 너무 많았던 죄이다. 그래서 글을 올리게 됐다."

 

- 출연규제라고 느낄 만한 경험을 했나. 기자회견문에서 트위터에 글을 올린 후 KBS가 여러 통로로 으름장을 놓았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가?

"(KBS가 여러 통로로 으름장을 놓았다는 것과 관련)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경찰조사에서 밝히겠다. 사실 KBS 자사 노조원들이 4월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블랙리스트라는 말을 꺼냈고 이후에 언론에도 보도가 됐고, '임원회의 결정사항이 있다'고 자사직원들이 말해서 알게 됐다. 그 후 예능 구성원들이 얘기한 것을 제가 들었고, 또 실제로 출연을 못해서 KBS 내부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는 의혹을 갖게 됐다."

 

- 한국 사회의 연예계가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한다고 생각하나.

"연예인 전체를 말할 수는 없고 코미디언에 한해서 말하자면, 어떻게 우리 사회를 즐겁고 밝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이고, 이런 고민을 하는 코미디언들을 사회가 아껴주길 바란다. 정치적 색을 가진 신문, 연예인의 얘기들을 내보내는 신문 등 여러 신문들이 있을 텐데, 신문의 색이 다르다고 해서 우리 사회 대중 연예인을 편가르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 왜 거대방송사인 KBS가 방송인으로 검증된 김미화씨에게 '출연금지'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고 생각하나? 

"저도 궁금한 사항이다. 사실 제가 방송을 통해서 정치인을 만난 것은 많이 있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하면서 그 안에서 정치인들을 만났고, 방송을 통해 나간 적은 많다. 1992년부터 '노무현과 손잡고 정치 참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당시 SBS 프로그램에서 제가 삼순이 노릇하는 화장실 청소부 아줌마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담당 피디가 국회의원 노무현을 섭외해서 화장실 코너에서 만났다. 그런데 그것이 '92년부터 노와 손잡고 정치참여했다'는 어처구니없는 기사로... SBS를 통해서 조금만 확인했으면 됐을 것을...

 

그리고 2002년 개표 방송할 때, 심심하니까 이회창과 노무현 후보 사무실을 연예인들이 찾아가 방송하는 게 유행이었다. SBS도 그렇게 해보자고 해서 한선교, 남희석과 같이 셋이 한나라당사와 민주당사를 왔다 갔다 하면서 방송했다. 노무현이 당선됐을 때 한선교랑 같이 하회탈을 드렸다. 그런데 왜 나만 좌파냐? 그래서 SBS 사장한테 이런 것을 받으러 다녀야 했다.

 

(SBS사장에게 받아 온 확인서를 들어 보이며) 이게 필요하시면 보여드릴 수 있는데, 이것은 당시의 방송이 김미화씨 개인적인 정치판단이 아니었고 SBS 방송의 이벤트였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당시 이 서류를 받으러 다녀야 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방송에 재능을 갖고 있으니, 부탁한다고 해서 해드렸을 뿐이다."

 

- KBS에 대해 역으로 소송할 생각이 있나.

"변호사와 상의해서 앞으로 결정할 사항이다. (기자회견을 끝내면서) 코미디언이 너무 비장했던 것 아닌가요?"

 

김미화씨의 변호를 맡은 정연순 변호사의 발언 전문.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는 다 아시는 것처럼 KBS가 (6일) 오후 바로 고소를 해서 오늘 아침 11시 영등포 경찰서에 출두한다. 경찰조사에서는 아는 대로 대답할 것이고, 질문과 조사에 성실히 응할 예정이다.

 

명예훼손이라는 부분은 이번 정부 들어서 우리 사회에서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을 잘 아실 것이다. 지금 블랙리스트가 있는냐 없느냐, 어떤 문서가 존재하느냐 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이 정부 들어서 특정연예인에 대한 출연 규제가 광범위하게 있다는 의혹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김미화씨는 실제로 피해를 봤고 그런 억울함을 트위터에 호소한 것이 여기까지 왔다.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실을 이야기 하면 명예훼손 성립이 안 된다. 또, 사실이 아니더라도 의혹을 제기했을 때 그것을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기 어렵다.

 

블랙리스트가 무엇인가 하는 부분과 그것이 있었다는 말을 피디와 같은 제3자로부터 듣고 정신적 충격을 받고 발언하기까지 있던 상황이 사건의 쟁점이 될 것이다. 우리 변호인단은 승리을 확신한다. KBS 노조의 성명도 출연규제 부분을 밝히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즐거움을 위해 봉사하는 연예인들을 정치적 상황에 따라 출연을 규제하는 것은 김미화씨를 마지막으로 다시는 없기를 바란다.


태그:#김미화, #KBS, #KBS 블랙리스트, #블랙리스트,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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