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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 학교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교원평가를 지켜보면서 이런 교원평가는 얻는 점보다는 잃는 점이 더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교원평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보면서,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교원평가의 방향을 제시해 보려고 합니다. - <기자 말>

 

현재 진행하고 있는 교원평가의 첫 번째 문제점으로 평가방법인 온라인 시스템의 오류를 지적한 기사를 써서 <오마이뉴스>에 올렸습니다. (관련기사:  '난 학부모도 아닌데 교원평가 창이 열리네'  )

 

기사를 보고 서울시 교육청 담당 장학사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온라인 시스템의 문제점을 확인한 뒤 오류를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7월 7일) 다음과 같은 공문으로 온라인 평가 시스템의 오류를 바로 잡는 패치파일을 각 학교로 내려보냈습니다.

 

그러나 이미 많은 학교에서는 평가를 끝낸 뒤였습니다.

 

치밀하지 못한 교원평가

 

 

문제는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닙니다. 서울시 교육청 담당장학사는 이번 온라인 시스템은 서울시교육청 소속 교사들이 만들었는데, 처음 만들어서 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류가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류난 것은 점차 고쳐나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현장 교사들에게 매우 예민한 문제인 '교원평가'를 처음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서 완벽한 시스템으로 시행해야지, 심각한 오류를 안고 시작하면서 '점차 고쳐나가겠다'고 하는 것은 담당자로서 책임없는 태도입니다. 평가대상자인 현장교사가 보기에 참으로 어이없는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강남지역 ㅅ 초등학교는 담당자의 실수로 교원평가 한 데이터가 몽땅 날아가 버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처리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는데, 데이터가 날아가 버린 또 다른 초등학교에서는 교원평가를 다시 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이는 담당자의 실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교원평가를 운영하는 시스템이 애초부터 허술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입니다. 교원평가를 진행하는 한 관리자의 말에 의하면 이 시스템이 순간적인 실수로도 충분히 데이터가 날아가 버릴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정황을 보면 이번에 데이터를 날려버린 학교가 이 학교 뿐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식 절차없이 진행한 '평가기간 연장'은 잘못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평가가 끝나기도 전에 교원평가 결과를 열어본 학교 관리자는 이번 교원평가에 참여한 학부모 수가 매우 적다는 것을 알고 학부모 평가기간을 연장했습니다.

 

학교마다 평가기간이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 학교의 경우 6월 29일부터 7월9일까지였습니다. 학교 관리자는 평가관리위원회를 열어 평가기간연장 절차를 논하도록 한 규정을 무시하고 임의대로 평가기간을 이틀 연장했습니다. 학부모에게 평가기간 연장에 대한 가정통신문도 보냈습니다.

 

문제는 학부모 평가기간을 연장할 때 '교원평가관리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관리자의 일방적인 지시로 평가기간을 연장했다는 것입니다. 교원평가관리위원조차도 모르게 진행한 문제를 지적했더니 그제서야 학교 관리자는 '학부모 참여숫자가 지나치게 적어서 이웃 학교와 비교가 된다고 학교장이 평가 기간 연장을 지시했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어서 '우리 학교만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학교도 함께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도 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서울시 교육청 담당 장학사에게 문의하니 "평가기간 연장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신중하게 하되, 반드시 교원평가관리위원회에서 협의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적법 절차없이 학부모 평가기간을 연장하려했던 일부 학교들은 다시 평가기간을 연장하는 것을 취소하는 가정통신문을 보냈습니다. 이는 기본적인 절차무시입니다.

 

학생들 평가 강제, 정규수업 시간 빼앗겨

 

아이들이 교원평가에 참여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교원평가의 문제점이 더욱 드러납니다. 우리 학교뿐 아니라, 대부분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이 교원평가에 참여시키기 위해 수업시간에 컴퓨터실로 데려가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교원평가 참여한 비율은 교사와 학부모에 비해 매우 높습니다. 결석생을 제외하고 모든 아이들이 참여해 참여율은 거의 100%에 육박합니다.  이 또한 교사가 아이들에게 평가를 강제한 것이기 때문에 평가선택의 권리를 빼앗는 기본권 침해입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는 교원평가를 하느라 정상 수업을 못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학교마다 학년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아이들이 평가하는 대상교사는 담임교사, 교과전담교사, 비교과 교사를 포함해서 대여섯 명이 됩니다. 이 평가를 정규 수업시간에 해서 수업을 빼먹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이보다 먼저 평가하는 방법을 배우고 연습하기 위해서 '모의 평가'를 할 때도 수업을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대여섯 분의 교사들을 평가하는데, 컴퓨터실에 오고가는 시간을 포함해서 한 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물론 몇 분 내에 평가를 다 해 버린 아이도 많다고 합니다만) 결국 교원평가를 한다는 이유로 정규수업을 하지 못했습니다.

 

교원평가 관련 업무가 정상 수업 방해

 

교원평가를 하면서 그렇잖아도 공문의 양과 업무가 많은 학교에 엄청난 양의 새로운 업무가 생겼습니다. 올해 새롭게 쏟아지기 시작한 교원평가 업무 관련 공문처리는 기본이고 그동안 없던 전체 교사가 모두 네 번씩 해야 하는 공개 수업을 위한 일정 계획과 변경도 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학습 지도안 작성과 학부모 공개 수업과 수업 시간 조정을 위한 가정통신문 발송, 공개수업 결과와 교사와 아이들과 학부모 교원평가 결과 처리 등에 대한 내부결재와 보고 및 공문 처리 업무 등이 새로운 업무로 부과됐습니다.

 

또한 교원평가가 올해 처음으로 실시되는 것이기 때문에 관련 지침이 수없이 바뀌어 업무 담당자는 물론이고 일반 교사들도 헷갈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교과부는 "'교원평가' 정책과 연계해서 교사의 수업전문성을 신장시키기 위해서 교원 업무경감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말뿐 오히려 학교 현장은 새롭게 쏟아진 교원평가 관련 업무 때문에 그동안 해오던 정상수업마저 제대로 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수십억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 오류 많은 온라인 평가시스템과 주먹구구식 절차로 정상 수업마저 못하게 하는 교원평가는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태그:#교원평가, #교원온라인평가, #서울시교육청, #교육과학기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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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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