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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주> 지방선거를 통해 인천의 지방권력이 교체되면서 인천경제 또한 변화를 앞두고 있다. 인천시의 수장이 바뀌면서 공공재원이 어디에 투자되느냐에 따라 인천의 미래가 달라진다.

예산은 곧 정책이다. 지방정부의 예산이 어디에 투여되느냐가 곧 그 지방정부의 성격을 가늠한다. '실업률 1위, 경제자유구역 땅장사, 방만한 공기업 운영, 인천공항 민영화 논란' 등의 오명을 안고 있는 인천경제는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따라서 새롭게 들어설 인천시정부의 경제기조와 정책에 따라 인천경제의 미래도 달라진다. 분명한 것은 지금이 위기이자 기회라는 것이다. 인천경제가 고용 없는 성장에서 벗어나 고용창출과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이루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를 5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연재 순서 
1. 산업단지와 산업의 구조고도화
2. 인천경제를 위한 인천경제자유구역
3. 인천공기업, 설립취지에 맞는 사업해야
4. 인천공항과 항만, 서해평화시대를 열자
5. 지속가능한 인천경제, 사회적경제를 심자 

인천도시개발공사와 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태영건설,한진중공업 등 5개 기관이 민관합작 사업으로 추진 중인 숭의운동장 개발 사업은 사업성을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PF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구 도원동에 걸쳐 2만석 규모의 축구전용 경기장과 아파트 750세대를 오는 2013년까지 건설하는 개발공사다.
▲ 숭의운동장 개발조감도 인천도시개발공사와 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태영건설,한진중공업 등 5개 기관이 민관합작 사업으로 추진 중인 숭의운동장 개발 사업은 사업성을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PF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구 도원동에 걸쳐 2만석 규모의 축구전용 경기장과 아파트 750세대를 오는 2013년까지 건설하는 개발공사다.
ⓒ 부평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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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공기업, 왜 지방재정 악화의 주범 됐나?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했던 6.2지방선거, 인천에서는 지방정부의 재정위기 논란도 주요 쟁점이었다.

7월 1일 취임한 민선5기 송영길 인천시장 역시 인천의 가장 큰 문제로 재정위기를 꼽고 있으며, 시의 부채를 줄여가기 위해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신설을 재검토하는 등 지방재정의 건전성 강화를 시정의 1순위로 꼽고 있다.

시 재정위기 논란의 한복판에 있는 게 바로 인천도시개발공사 등 공기업이다. 민선5기 인천시장직 인수위원회는 올해 말 시 부채가 3조 1000억원, 인천도시개발공사(이하 인천도개공) 부채가 6조 6000억원 등 9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렇게 되면 시의 예산대비 부채비율이 지난해 29.8%에서 올해 43.7%로 예상되며, 자본금 1조 2350억원인 인천도개공의 경우 부채가 3조 4000억원가량이 더 늘어 부채비율은 264%에서 535%에 달하게 된다.

문제의 심각성은 바로 인천도개공 등 인천 공기업의 재정 건전성과 부채 상환 능력이다. 인천도개공은 지난해 영종하늘도시 개발 사업 관련 토지 분양수익 5573억원과 청라 19단지 아파트 건설 수익 700억원 등 모두 6273억원을 상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SPC(=특수목적법인)사업으로 추진하는 인천대 송도캠퍼스 건설 사업을 떠안으면서 3400억원을 공사비로 지출해, 당초 공사채 상환 계획에 큰 차질을 빚고 말았다.

결국 2003년부터 연평균 200억원의 순이익을 내고 있던 인천도개공은 사장이 바뀐 뒤, 설립 취지와 상관없는 민선4기 시장의 공약사항을 떠맡다시피 하면서 2008년에는 순이익이 46억원에 그쳤다. 동시에 부채만 늘어가기 시작했다.

인천도개공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된 것은 공기업의 설립 취지와는 상관없는 무분별한 각종 SPC사업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인천도개공이 참여한 SPC는 2009년 3월 기준 최소 12개가 넘었다.

인천도개공이 민간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SPC사업 중 도화구역개발사업ㆍ운북레저단지복합사업ㆍ연세대복합단지ㆍU-city 복합환승센터건립ㆍ숭의운동장재생사업ㆍ영종전시복합단지ㆍ151층 인천타워ㆍIFEZ 아트센터 건립사업 등 8개 사업에 투입되는 사업비는 14조 5575억원으로, 이 사업비 중 50%를 SPC 협상 금리인 9~11%로 대출을 받을 때 금융 비용만 2조 1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151층 인천타워의 경우 사업자가 설계비용을 부담해야 함에도 불구, 시가 사업 목적과 전혀 상관없는 인천도개공ㆍ인천지하철공사ㆍ인천교통공사 등을 내세워 이들이 설계비의 '3분의 2'를 부담케 하면서 지역 공기업의 재정 건전성을 더욱 악화시켰다.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 박준복 운영위원은 "재정위기라고 비판할 때, 시는 '위기가 아니'라고 '혹세무민'한다고 그랬는데, 인수위원회 보고를 통해 우리가 우려했던 게 사실로 드러났다"라고 한 뒤 "결국 인천도개공이 이자만 하루에 10억 이상을 내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 과연 이 상태로 지속할 수 있을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설립취지 벗어나면서 '방만'과 '악화' 초래

지난해부터 크게 불거지기 시작한 인천시와 인천도개공 등 지방공기업의 재정위기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인천도개공 등이 공모형(=공공ㆍ민간 공동)으로 참여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이하 PF)사업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인천시 최초의 공모형 PF사업인 '인천대 이전 및 도화구역 도시개발 PF사업'은 이미 인천대 송도캠퍼스 건립과정에서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1100여억원의 추가 공사비가 투입되는 등의 논란을 야기했다. 이 같은 사례는 비단 '인천대 및 도화구역 사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민선4기를 거치는 동안 인천시는 재원의 한계 속에서 건설 경기를 활성화하고 공공목적의 대규모 개발 사업을 전방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그동안 각 사업에 '공공ㆍ민간 공동의 PF' 사업을 적용했다. 인천도개공이 추진하고 있는 다수 사업들이 PF를 통한 재원조달 방식을 취했다.

인천도개공뿐만 아니라 인천시 산하 지방공기업들이 단체장 치적 쌓기에 내몰리면서 설립취지는 실종됐고, 재정 건전성만 악화되고 말았다. 게다가 PF 사업방식마저 금융권이 대출을 꺼려하고 있어, 사업을 재검토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재정 지출 압박도 높은 상황이다.

인천도개공은 인천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설립됐다. 그러나 인천도개공이 추진하는 사업 △중구 영종전시복합단지개발사업(영종물류산업단지) △남구 도화지구 도시개발사업(도화 뉴타운 사업, 숭의운동장 도시재생사업) △남동구 논현동 웰 카운티 건설사업(소래ㆍ논현구역 도시개발사업) △연수구 송도 국제화복합단지 건설(송도 국제학술연구단지 조성, 인천대 송도 캠퍼스 조성) 등은 모두 민선4기 인천시장의 공약사항에 해당되는 사업들이었다.

또한 인천도개공이 출자한 특수목적법인과 개발 사업은 151층 인천타워 개발사업과 운북 복합레저단지 개발사업 등 무려 12개를 넘는다. 인천도개공뿐만 아니다. 인천지하철공사는 송도국제화복합단지(지분 16% 참여)와 인천타워설계유한회사(지분 7.86%)에 지분을 갖고 참여했다. 인천교통공사 역시 인천타워설계와 피에라인천전시복합단지, 송도국제화복합단지개발에 참여했다.

이와 관련,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인천도개공을 비롯한 시 산하 공기업의 대규모 개발 사업에 대한 출자 현황 확인 결과, 민선4기 인천시장 공약사항에 해당하는 사업에 출자하고 있음이 확연히 드러났다"라고 한 뒤 "게다가 지방공기업의 설립 취지와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사업들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인천지하철공사가 연세대학교 송도캠퍼스 교육시설, 151층 인천타워 사업과 무슨 연관성이 있으며, 인천교통공사 역시 무슨 상관이 있나? 결국 설립 취지와 상관없이 공약사항을 밀어붙이다 보니 방만해지고 재정은 악화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특히 인천교통공사가 출자했던 '인천타이거항공' 무산 사례는 '민간시장 영역에 공공부문이 참여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공공부문은 설립 취지에 맞는 사업을 추진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51층 인천타워의 경우 사업자가 설계비용을 부담해야 함에도 불구, 시가 사업 목적과 전혀 상관없는 인천도개공ㆍ인천지하철공사ㆍ인천교통공사 등을 내세워 이들이 설계비의 ‘3분의 2’를 부담케 하면서 지역 공기업의 재정 건전성을 더욱 악화시켰다.
▲ 인천타워 조감도 151층 인천타워의 경우 사업자가 설계비용을 부담해야 함에도 불구, 시가 사업 목적과 전혀 상관없는 인천도개공ㆍ인천지하철공사ㆍ인천교통공사 등을 내세워 이들이 설계비의 ‘3분의 2’를 부담케 하면서 지역 공기업의 재정 건전성을 더욱 악화시켰다.
ⓒ 부평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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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전문ㆍ독립ㆍ투명성 3박자 갖춰야
"낙하산 인사 접고, 인사청문회 검토해야"

위기에 처한 인천시 산하 공기업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방만하게 벌여놓은 사업들과 비정상적인 조직을 설립 목적에 맞게 정리하고 군살을 빼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인천시와 산하 공기업이 공공ㆍ민간 공동의 PF사업을 과도하게 맹신해서는 안 된다. 공공성 사업임에도 불구, 특수목적법인(SPC)에 참여할 경우 공기업은 결국 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에 불과해 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없다. 즉, 추가 재원이 투입되는 이유와 용도나 사업을 변경하는 이유 등을 제대로 알 수 없는 지배구조 아래 놓이고 만다.

민선4기를 거치는 동안 지방채ㆍ공사채 발행 등 재정운용의 부적절성은 결국 인천도개공 등 공기업을 앞세워 대규모 개발 사업을 추진한 데서 비롯됐음이 드러났다. 결국 민선5기는 그동안 추진된 개발 사업들을 점검해 우선순위를 정해야하고,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정리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과정을 만들어야내야 한다.

이와 관련, 인천주민참여예산네트워크 박준복 운영위원은 "지방공기업의 운영과 인사에서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즉 사업운영의 전문성과 의사결정의 독립성을 확보해야한다. 필요하다면 인사청문회도 적극 검토해야한다"라고 한 뒤 "또 공사채 발행 상한제를 도입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건정성 기준으로 삼는 200%를 넘지 않게끔 하는 제도를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인천대학교 양준호 경제학과 교수 역시 "인천지하철공사가 철도 안전에 신경 써야지 역세권 개발하겠다고 나서는 자체가 잘못"이라고 한 뒤 "인천 공기업 정상화를 위해선 인사위원회를 설치해 전문성 있는 임원을 선발하고, 또 감사위원회에 시민사회의 참여를 보장해 투명성을 보장해야한다. 나아가 민간시장과 경쟁하는 사업의 참여를 제한하고, 핵심 논란거리였던 지방공기업이 설립하거나 참여한 SPC(특수목적법인)의 사업내역과 재정내역을 공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도시개발공사, #인천경제, #지방공기업, #인천,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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