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구 동산의료원 환자식당 조리노동자들이 해고와 저임금에 맞서 농성에 돌입한 지 40일

이 지났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과 지난 6월 1일부터 새로 환자식당 위탁경영을 맡은 풀무원(주)ECMD가 조리원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인력파견 업체로부터 공급받는 형식으로 재하도급을 주면서 십수년간 일해온 조리노동자들이 해고를 당하거나 최저임금을 강요당하자 근로조건 저하 없는 고용승계 등을 요구하면서 농성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공공노조 동산병원 영양실분회 소속인 이들은 "의료원이 환자식당 위탁업체를 풀무원으로 변경하면서 이 회사와 맺은 용역업체에 입사할 것을 종용받았다"고 밝히고 "외주업체에서 다시 용역업체로 넘어가는 사이 월 105만원 수준이던 임금은 20% 이상 깎여 최저임금 수준으로 떨어지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화자 분회장은 "하루에 몇 번씩 속옷이 젖고, 장화에 땀이 흥건이 젖어도 환자식은 치료의 연장으로 알고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왔다. 그런데 노조원이라는 이유만으로 해고당했다. 우리가 동산병원 환자들을 위해 밥을 했지 언제 밥장사를 했느냐. 동산병원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또 "유니토스라는 용역회사에서 시급 4110원을 적은 근로계약서를 내밀고 계약하라고 했다"며 "근로자의 날을 제외한 법정공휴일을 보장하지 않고 취업규칙도 하나 보여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아무개씨는 "2007년 병원에서 환자식당 외주화를 할 때 병원장이 직접 고용승계를 약속했다"며 "그런데도 지금은 나몰라라 하며 약속한 사실이 없다고 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녀는 "우리는 다단계 임금노예가 아니다. 지금까지 받아왔던 임금을 보장하고 고용을 보장하라"며 울음을 터트렸다.

 

 

노동자들은 "농성을 벌이고 있는 환자식당 앞에는 늘 병원측에서 고용한 용역직원들과 병원 직원들이 감시를 하고 있다며 "심지어 화장실을 갈 때도 따라다닌다. 도대체 뭘 잘못했기에 우리를 감시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동산병원과 풀무원(주)ECMD가 나서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동산의료원 해고노동자들은 지난 8일 상경해 풀무원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과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등으로 구성된 파견철폐대책회의와 함께 동산의료원 환자식당 운영을 포기하고 해고된 노동자들의 복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후 대책회의 관계자들은 풀무원측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지만 풀무원측은 엘리베이터와 계단 등을 봉쇄해 전달하지는 못했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3년 전 (주)한화리조트에 환자식당 위탁경영을 계약하면서 3년간 고용보장을 계약조건으로 내걸었다"며 "당시 통상임금의 150%를 위로금으로 주고 월 5만원 인상, 진료비 감면 3년간 보장하는 등 병원으로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 풀무원(주)ECMD와의 계약에서는 다른 업체들이 노조때문에 계약을 포기함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그런 조건을 내걸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위탁업체에 환자식사를 맡길 경우 식사의 질이 더 좋아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역의 일부 병원들도 전문업체에 외주를 주는 추세이고 노사관계는 위탁업체에서 알아서 해야 할 문제이지 동산병원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풀무원(주)ECMD측은 "조리원을 용역업체에 맡겨 운영하는 것은 회사의 경영방침"이라며 용역업체인 유니토스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용역업체인 유니토스 관계자는 취업설명회를 3회 개최하려 했지만 조리원들이 듣지 않았다며, 일부의 조리원들은 계약을 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지금 농성하고 있는 사람들은 입사지원서도 내지 않았고, 같이 일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회사가 주도적으로 인력운영을 하지만 지금 단독적으로 고용을 하겠다 말겠다는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의 이윤에 반하는 고용은 할 수 없다고 못밖았다.

 

그러나 지역시민단체들은 동산병원이 환자식당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동산병원은 환자식이 한 끼에 5190원인데 풀무원(주)ECMD와는 3500원에 계약했다고 말했다. 가만히 앉아서 식사 한 끼당 1690원의 이윤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풀무원ECMD측은 용역업체인 유니토스에 얼마의 이윤을 남기고 용역을 줬고, 유니토스 또한 이익을 남기기 위해 최저임금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환자식의 질을 떨어뜨리고 노동자들의 임금을 저하시킨다며 동산병원이 직접 환자식당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동산병원 환자식당 식사 질 보장 및 하청용역 철회 직고용 쟁취를 위한 지역시민단체대책위(이하 대책위)'를 구성하고 동산병원에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등 대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동산병원 관계자와 수차에 걸친 면담, 그리고 풀무원 관계자와의 면담 등을 진행했으나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동산의료원의 주인인 계명대학교 신일희 총장이 나서야 사태가 해결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책위는 지난 9일 계명대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생명을 우선시해야 하는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에서 치료의 가장 기본이 되는 환자 식사를 직접 책임지지 않고 외주업체에 맡긴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한 환자식사를 하청에서 하청으로 외주화하다 보니 식사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환자식사의 질 저하의 문제, 비정규직 대량해고의 문제에 대해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다"고 말했다.

 

대책위에 참여하고 있는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동산의료원은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의료봉사와 복지실현'을 설립목적으로 밝히고 있다"며 "그러나 의료봉사와 복지실현의 정신이라는 진정성은 왜 환자식당에서는 멈추어야 하는가"라고 말하고 동산병원이 환자식당의 돈벌이를 그만두고 환자식당 노동자들의 고용과 관리를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태그:#동산의료원, #해고, #최저임금, #비정규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