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두산그룹이 인수했던 중앙대학교에서 구조조정에 반대하다 퇴학당한 대학생이 두산그룹 중심회사인 두산중공업 앞에서 '부당한 퇴학처분 무효화'를 외치며 3보1배를 했다.

 

노영수(28)씨는 6일 오후 창원 귀곡동 소재 두산중공업 정문 앞에서 삼보일배를 했다. 사측이 제기한 손배가압류에 시달리다 2003년 분신자살했던 고 배달호 열사의 비석에 참배한 뒤 1km가량 떨어진 정문까지 삼보일배를 했다.

 

 

이날 노씨의 삼보일배에는 두산중공업 해고자 김창근, 김춘백, 전대동씨가 함께했다. 두산중공업에서는 2002년과 2003년 노사 갈등으로 해고된 4명이 '해고자복직투쟁위'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해고자들은 두산중공업 정문 앞에서 출근투쟁을 벌이기도 한다.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노영수씨는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지난 4월 8일 30m 높이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고공시위를 벌였고, 지난 5월 10일 퇴학 처분을 받았다.

 

노씨는 후배 2명과 함께 지난 6월 24일 전북 익산을 출발해 진안, 장수, 함양, 진주의 주요 지점에서 "학생은 학교로"라는 몸벽보를 하고 삼보일배를 했다. 이들은 마산역에서도 삼보일배를 했으며, 이날 '해단식'에 앞서 두산중공업 해고자들과 함께 삼보일배를 벌인 것이다. 이들은 2주가량 총 55km 거리에 걸쳐 세 걸음에 한 번 절하기를 해왔다.

 

'부당한 퇴학처분 무효화를 위한 중앙대 3보1배 실천단'은 '두산중공업 해고자 복직투쟁위원회',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동명모트롤(두산모트롤)지회'와 함께 '해단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이 두산중공업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려고 하자 경비원들이 '사유지'라며 막아서면서 한때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노씨는 "두산그룹의 기업 근성은 학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주 가까이 삼보일배를 했다. 학교가 징계를 유지하는 만큼 우리도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다. 박용성 이사장은 돈으로 대학을 사고 학문을 사고 정의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학교를 학교답게 지켜가고자 하는 학생들의 의지만큼은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대 삼보일배 실천단 "징계 조치 취소하라"

 

'중앙대 3보1배 실천단'은 이날 "학교는 부당한 퇴학처분을 무효화하고, 징계조치를 취소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중앙대는 두산이 학교를 인수한 뒤, 학과 구조조정을 통해 여러 과들을 통폐합하고, 취업에 유리한 학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후 이를 실행했다"며 "하지만 이는 각 학과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었고, 학생들은 고공시위를 하는 등 이에 항의하였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은 "학교측은 이 학생들에게 퇴학과 정학이라는 중징계를 내렸고, 이것도 모자라 고소, 고발, 학교접근금지가처분신청까지 감행하겠다고 압력을 행사하였다"며 "또한 이후 징계수위 조절을 위한 어떠한 대화도 거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천단은 "징계가 부당하다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학교에 돌아가길 간절히 바라며 삼보일배를 해왔다"면서 "고되고 힘들었지만, 학교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지난 55km를 견디게 해준 힘이었다. 학생은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학교는 학생이 있어야 할 곳이다"고 밝혔다.

 

해고자복직투쟁위 "수많은 학생들의 미래를 암흑으로 물들이다니"

 

두산 관련 노동조합 등 단체들은 실천단의 삼보일배와 관련해 견해를 밝혔다. 두산중공업해고자복직투쟁위는 지지성명을 통해 "두산은 중앙대를 인수한 뒤, 일방통행식 구조조정을 실시해 수많은 학생들의 미래를 암흑으로 물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노동자들을 대량으로 해고하고 비정규직이라는 노예로 만드는 것도 모자라, 학교에서조차 학생들을 기업의 노예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며 "미래를 책임져야 할 교육재단으로서, 두산의 작태는 몰상식하고 부조리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인천지부 두산인프라코어지회는 "학생들이 미래를 꿈꾸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할 학교가 두산 자본의 상식을 뛰어넘는 행동으로 인해 두산 인수 후 투쟁의 장으로 변해버린 현실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며 "동현장과 교육현장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현장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중앙대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동명모트롤지회는 "노동자가 살맛나는 세상, 학생들이 마음놓고 편안히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동지들의 투쟁은 정당하다"며 "학생 동지의 삼보일배를 적극 지지하며, 두산 자본에 대항해 의미있는 승리를 거둘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 길을 우리도 함께 걸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중앙대학교, #두산중공업, #두산그룹, #구조조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