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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로 돌아가자"와 "징계권 남용, 교육 파탄, 중앙대 규탄"이란 몸자보를 하고 전북 익산에서 경남 창원까지 삼보일배를 하고 있는 젊은이가 있다. 중앙대 퇴학생 노영수(28)씨.

그는 지난 6월 24일 전북 익산을 출발했다. 중앙대 후배 2명과 동행하고 있다. 모든 구간에서 다 삼보일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진안·장수·함양·산청읍과 진주 등 주요 시가지에서 삼보일배를 해왔다. 이들이 했던 삼보일배를 거리로 따지면 진주까지 40km가 넘는다.

 대학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타워크레인 고공시위를 벌였다가 중앙대에서 퇴학 당한 노영수(가운데)씨가 후배 2명과 함께 전북 익산에서 경남 창원까지 주요 지점에서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대학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타워크레인 고공시위를 벌였다가 중앙대에서 퇴학 당한 노영수(가운데)씨가 후배 2명과 함께 전북 익산에서 경남 창원까지 주요 지점에서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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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에서는 1일과 2일에 삼보일배를 했다. 이들은 '중앙대 국토순례단'를 따라 다니며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중앙대 학생 100여명은 지난 6월 24일 전북 익산을 출발해 부산까지 걷는다. '중앙대 국토순례단'은 지난해 개교 90주년을 맞아 시작되었다.

전북 익산은 한국전쟁 때 중앙대 임시 캠퍼스가 있었던 지역이다. 국토순례단은 창원 두산중공업을 견학한 뒤 부산까지 간다.두산중공업은 두산그룹의 중심 회사로 두산그룹은 2008년 중앙대를 인수해 운영해 오고 있다.

중앙대는 두산그룹에서 인수한 뒤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18개 단과대, 77개 학과를 10개 단과대 46개 학과로 통폐합한 것이다. 주로 인문·사회계열이 대상이 되었다. 학생과 교수들의 반발이 거셌다. 구조조정 반대 활동과 관련해 2명 퇴학, 1명 무기정학, 1명 유기정학, 1명 서면경고를 받았다.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학생이던 노영수씨는 지난 4월 8일 30m 높이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시위를 벌였다.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건설이 맡은 학내 공사장에 있던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대학은 기업이 아니다"고 적힌 펼침막을 내걸었다. 그는 고공시위 4시간 만에 두산건설의 신고로 경찰에 연행되었다.

그 결과는 '퇴학'이었다. 중앙대는 지난 5월 10일 노씨의 고공시위가 "언론에 보도되어 학교의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거나 "재단의 투자 의욕을 잃을 수 있다"는 이유로 퇴학 처분을 내린 것이다.

노영수씨는 퇴학 처분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활동을 벌이고 있다. 변호사의 도움으로 '퇴학처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도 내기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다. 다른 퇴학·정학 처분을 받은 학생들은 그를 돕고 있는 중앙대 학생들과 함께 지난 6월말부터 '농활'(농촌봉사활동)에 들어간 가운데, 노씨는 삼보일배에 나선 것이다.

 대학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타워크레인 고공시위를 벌였다가 중앙대에서 퇴학 당한 노영수씨가 후배와 함께 전북 익산에서 경남 창원까지 주요 지점에서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대학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타워크레인 고공시위를 벌였다가 중앙대에서 퇴학 당한 노영수씨가 후배와 함께 전북 익산에서 경남 창원까지 주요 지점에서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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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타워크레인 고공시위를 벌였다가 중앙대에서 퇴학 당한 노영수씨가 후배와 함께 전북 익산에서 경남 창원까지 주요 지점에서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사진은 진주성 앞 삼보일배 모습.
 대학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타워크레인 고공시위를 벌였다가 중앙대에서 퇴학 당한 노영수씨가 후배와 함께 전북 익산에서 경남 창원까지 주요 지점에서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사진은 진주성 앞 삼보일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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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3일 아침 '중앙대 국토순례단'을 따라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창원으로 갔다. 진주를 떠나기 전 노영수씨를 만났다.

- 삼보일배를 할 때 사람들의 반응은?
"그동안 진안·장수·함양·산청을 거쳐 왔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읍내에서 주로 삼보일배를 했다. 그런데 거의 사람이 없었다. 1일과 2일에는 진주에서 했다. 경상대 앞과 탑마트 앞에서 하고, 도로를 따라 진주성을 돌기도 했다. 중앙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유인물을 만들어 와 나눠주고 있다. 500장 정도 뿌렸다. 많이 응원해 준다. 삼보일배라는 게 약자들의 저항 방식인데, 그래서 그런지 시민들이 격려를 많이 해주시더라. 어떤 경우에는 설명을 해드리기도 한다. 지나가던 시민들이 마실 물이나 음료수를 사와서 주시기도 하고, 밥도 얻어먹기도 한다."

- 가족들은 걱정을 많이 하고 있을 것 같은데.
"어머지께서 만류를 많이 하신다. 어머니께서는 저 보고 '네 인생이고, 네가 할 일도 많은데 거기에 너무 얽매이면 안된다'고 하시더라. 안타까워하신다. 누구나 부모라면 만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3일 진주에서 만난 중앙대 퇴학생 노영수씨.
 3일 진주에서 만난 중앙대 퇴학생 노영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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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공시위를 하고 퇴학 당했던 과정을 설명한다면?
"고공시위 뒤에 손해배상청구를 하겠다고 하더라. 타워크레인 점거로 인해 공사에 지장을 입어 손실을 봤다며 A4용지 4장 분량으로 정리된 손실내역서를 내밀었다. 2500만원이었다. 학생으로서는 거액이었다.

징계위원회가 열리기 전이었다. 손배소 청구 이야기는 뒤에 징계위에서 압력을 넣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학생을 대상으로 손배소 청구를 한다는 게 사회적으로 여론이 좋지 않았다. 징계위가 열리기 전에 학생 9명이 삭발했다. 돈이 없으니 삭발한 머리카락이라도 주겠다는 취지였다. 사회적 이슈가 되니까 손배소를 내지는 않았던 것으로 안다. 징계위에서는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퇴학이 내려졌다."

- 두산그룹 사무실이 있는 두산타워 앞에서 1인시위를 했던 것으로 아는데?
"두산타워 앞에서 2명이 1인시위를 했다. 그런데 고발을 당했다. 경찰에서 조사를 받으며 고발장을 읽어봤는데, 집시법 위반으로 고발되었더라. 신고하지 않고 집회를 열었다고 주장했다. 그 때 한 명은 도끼를 들고 누워 있는 퍼포먼스를 했다. 두산타워 앞 마당에 엎드려 있었는데, 두산측은 사유지라 주장하며 사유지 밖으로 나갈 것을 요구했다. 저와 같이 1인시위를 했던 친구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었는데, 2명이 같은 장소에 있었다고 집회라고 주장했다. 그날 좀 떨어져서 있으니까 경찰도 별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두산 측은 고발했던 것이다."

- 퇴학 처분에 대해 소송을 내지는 않았는지?
"퇴학처분무효확인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소송을 내지는 않았다. 타워크레인에 올라간 행동이 범죄행위이고 과격한 부분이 있었다고 스스로 인정한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 봐야 하는 거 아니냐. 학교를 파괴한 것도 아니다. 학교 운영에 대해 무엇인가 의견을 제시하려고 한 것이다. 구조조정 반대를 하면서 설치했던 천막이 철거되고 게시물도 철거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의사표현으로 고공시위를 택했던 것이다.

그것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징계면 모를까 퇴학이라는 것은 학교에서 영구 배제하는 것인데, 너무 과도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징계권 남용이다. 퇴학 처분은 무효가 되어야 한다. 퇴학을 시킨 것은 보복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본다. 제 행동에 맞는 적절한 처분이 내려져야 한다. 소장은 변호사 검토를 거쳐 다 작성해 놓았다."

- 본인은 고공시위를 하고 퇴학을 당했지만, 이후 대학측이 구조조정에 대해 달라진 게 있는지?
"저는 고공시위 이후 민·형사 책임이나 징계 처분에 있어 피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징계위에 가서도 학교 본부나 학사운영 파행의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 학교 당국에 대해 사과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제 행동으로 선의의 제3자가 피해를 입었다면 사과하겠다고 했다. 시위 이후에도 학생들의 희망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렇기에 사과하지 않았다. 퇴학까지 당했지만. 이후에도 학교의 변화는 없다. 오히려 더 막가고 있다."

- 퇴학 처분을 당한 뒤 학교에 계속 나갔나?
"학교 측은 퇴학생 2명이 학교 자치공간에 머무른다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는 반응이었다. 퇴학의 의미는 학교 공간에서 퇴거한다는 의미가 있는데 학교 자치공간에 있으면 실효성이 없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출입금지가처분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 두산그룹의 중심 회사인 두산중공업이 있는 창원에서는 어떻게 행동할 계획인지 궁금하다.
"삼보일배를 할 것이다. 두산중공업 공장까지 갈 것이다. 두산중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 복직투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두산중은 박용성 이사장이 쥐락펴락한 공간이다. 두산중의 해고자와 중앙대의 징계 사태를 보면 상당히 닮아 있는 부분이 많다고 본다. 해고자들과 같이 자리를 마련할 것이다. 두산중 앞에서 두산그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할 생각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논의 중이다."

 '중앙대 국토순례단'은 지난 6월 24일 전북 익산을 출발해 부산까지 도보순례를 벌이고 있다.
 '중앙대 국토순례단'은 지난 6월 24일 전북 익산을 출발해 부산까지 도보순례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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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대 국토순례단을 따라 다니며 삼보일배를 하는데, 갈등은 없었는지?
"엿새 동안 했던 자료를 정리해서 학교 홈페이지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렸다. 사진도 올렸다. 그랬더니 바로 반응이 왔다. 한 학생이 초상권 침해라며 사진도 찍지 말라며 먼 발치에서도 뒷모습을 찍지 말라고 했다. 그대로 하면 강력하게 제재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하더라. 그래서 학교 관계자한테 말했다. 그렇게 당당하지 못하느냐고. 왜 학생끼리 긴장 관계를 조성하려고 하느냐고 따졌다."

- 교수들은 어떤 반응인지?
"많은 교수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다. 대학은 워낙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교수등급제'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표면적으로 학교 입장을 반대하거나 저항하는 학생에 대해 공개적 지지 입장은 표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분명히 많은 교수들이 잘못된 '기업식 구조조정'이나 '학사운영의 방향'에 대해 학생들이 행동하는 것에 대해 마음 속으로 응원해 주실 것이라 생각한다."

- 대학 구조조정에 대해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한다면?
"대학은 사회에 진출하고, 취업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현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대학 운영의 기본 방향을 오직 취업 하나에만 목표로 맞춰 놓으면 안 된다고 본다.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다. 인문·사회계열도 너무 취업이나 효율의 잣대에 얽매여서는 안된다. 대학답게 순수해야 한다. 다양한 이야기나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 기업이 대학재단 전면에 들어오고, 학사개편도 기업식으로 하는 것은 대학 본연의 역할이 아니라고 본다. 경쟁이나 효율을 강조하다보니 대학 본연의 역할이 깨져 가는 게 안타깝다."

-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맨 땅에 헤딩하기식이다. 삼보일배 끝내고 서울에 올라가면 새로운 싸움을 계획할 것이다. 저항해 나가야 한다. 삼보일배는 그 때를 위한 단련이다. 대학은 쉽게 길들여지지 않고, 기업에서 하는 것처럼 오너 근성으로 되는 게 아니며, 상명하달식으로 쉽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 내는 게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할 것이다. 지금 학교가 운영하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계속 싸워 나가고 싶다."

 중앙대 퇴학생 노영수(왼쪽)씨는 가슴에 "학교로 돌아가자"고 쓴 몸벽보를 붙이고 지난 1일과 2일 경남 진주에서 삼보일배를 했다.
 중앙대 퇴학생 노영수(왼쪽)씨는 가슴에 "학교로 돌아가자"고 쓴 몸벽보를 붙이고 지난 1일과 2일 경남 진주에서 삼보일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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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지?
"현실적으로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상황에서 확실하게 싸우지 않고 물러나면 퇴학처분을 인정하는 셈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대학 구조조정 반대 싸움에 대한 정당성도 다 포기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개인적으로 앞가림하는 데는 보탬이 안 될 수도 있지만, 나중에 전체 큰 틀에서 삶의 일정에서 봤을 때는 이런 힘듦이 좋은 기반이 될 것이라 본다."

- 이전에도 중앙대에서 퇴학생이 나온 적이 있는지?
"민주동문회에서 성명서를 낸 적이 있다. 군사정권 때도 정부에서 학생들을 퇴학시키라는 지침이 내려와도 학교가 학생들을 보호해 주었다고 했다. 그랬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민주동문회는 지금 학교가 군사정권 때도 학교가 학생들을 지켜준 전통을 재단에서 뿌리 뽑고 있다고 지적했다."

- 더 하고 싶은 말은?
"삼보일배로 육체적으로도 많이 고달프다. 시작하기 전에는 정말 피하고 싶었고, 어떻게 보면 회피하고 싶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일 것이다. 저는 진심을 담아서 학교랑 대화하고 말로서 풀고 싶다. 더 이상 끝까지 남아서 저항하는 부분이 개인적으로 부담이고 해서 최대한 거리를 좁혀 보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거절하는 학교 입장을 보면서, 학교에서 표면적으로 말한 게 시위를 해서 퇴학처분을 내린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학교 정책에 저항하고 반대하면 뿌리채 뽑혀 나간다는 본보기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씁쓸하다."


#중앙대학교#두산그룹#대학 구조조정#노영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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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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