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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안개 속에 운행되던 군 작전용 특수보트가 암초에 걸려있는 모습
 짙은 안개 속에 운행되던 군 작전용 특수보트가 암초에 걸려있는 모습
ⓒ 김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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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7시 45분경 충남 태안군 소원면 모항항 인근에서 발생한 보트 전복 사고는 '레저 보트'라는 해경의 발표와 달리 군 작전용 특수 보트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탑승자도 13명이 아니라 15명으로 확인되는 등 관계 기관의 은폐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태안 해경은 지난 3일 오후 11시경 언론사에 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3일 오후 8시 30분, 만리포 방파제 남서방 300미터 지점 간출암과 충돌한 레저 보트에서 유모(40)씨 등 13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오후 7시 45분경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방파제 인근 낚시꾼이 소방방재청을 거쳐 태안해양경찰서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태안해양경찰서는 인명구조정 및 해양경찰 122구조대 리브보트와 민간자율어선 등을 사고 발생장소로 보냈고 8시 30분경 13명 전원을 구조한 후 모항항을 통해 서산의료원으로 후송 조치했다.

여러 언론 매체들은 이러한 보도자료를 근거로 낚시 어선이 귀항 중에 짙은 안개 때문에 암초에 걸려 전복되어 13명의 조난 사고가 났고 5명이 위독하다는 내용의 속보를 냈다.

탑승자 대부분 현역 장교와 가족들... 일부 민간인도 탑승

구조된 탑승자들이 응급처치 후 태안 해경과 어민들에 의해 옮겨지고 있다.
 구조된 탑승자들이 응급처치 후 태안 해경과 어민들에 의해 옮겨지고 있다.
ⓒ 김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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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4일 사고 현장을 목격한 어민들과 태안해경, 서산경찰서 등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이번 사고는 단순한 낚시 어선이나 레저 보트의 전복 사고가 아니라 인근에 위치한 해군 소속 특수부대의 군 작전용 보트가 짙은 안개 속에서 암초에 걸려 전복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태안 해경은 당초 13명이 탑승했다고 밝혔으나 탑승자 가운데 특수부대 소속 2명의 부상자는 부대 요원들이 별로로 데려간 것으로 드러나 총 15명이 탑승했던 것으로 밝혀지는 등 해당 부대가 사고를 축소·은폐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보트 탑승자 대부분이 현역 장교와 가족들로 알려진 가운데 일부 민간인들도 탑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외부인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는 특수 부대에서 출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 보트에 민간인들이 어떻게 탑승했으며, 탑승자들이 무슨 관계로 함께 동승했는지 의혹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한 태안 해경의 조사에 해당 부대가 조사를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사고 이후 태안 해경 형사들이 해당 부대를 방문했으나 사고자들의 신원 파악조차도 협조가 안 되는 등 난항을 겪고 있으며 기초조사 후에는 해당 부대로 조사를 이관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은폐에만 급급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오후 탑승자 15명은 서산의료원과 서산중앙병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았으며 몇몇 환자들은 서울 영동세브란스병원과 건양대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는 등 최소한 3∼5명이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평상시에도 주말이면 이 보트에 가족단위 탑승한 거 봤다

구조된 탑승자가 심한 부상을 입고 피를 흘리고 있다.
 구조된 탑승자가 심한 부상을 입고 피를 흘리고 있다.
ⓒ 김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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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해경의 요청으로 사고 현장에 출동했던 갈매기호 김성완 선장은 "사고 현장에 도착해 보니 해경 구조선과 해당 부대 구조요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었고 여기저기서 '사람 살려달라'는 비명이 나는 등 마치 전쟁터에 온 것 같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 선장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는 부상자들 가운데 이불로 덮여 있는 사람들도 있어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일 정도로 처참한 현장이었다"며 "모항항으로 13명을 옮기고 2명은 해당 부대의 보트에 의해 따로 옮겨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6시경에도 해당 보트가 만리포 해변의 짙은 안갯속에서 많은 사람을 태우고 초고속으로 운항하다가 태안 해경 구조용 수상 오토바이와 충돌할 뻔한 아찔한 상황을 보았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부대 인근 어민들에 따르면 "주말이면 태안 군용보트가 가족단위 사람들을 태우고 만리포 주변을 돌아서 오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며 "군용 보트가 워낙 빨라 어선들은 충돌사고가 날까 봐 조마조마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는 등 정상적인 작전이 아닌 군인 가족들이 레저용으로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하지만 이 부대는 그동안 특수부대 특성상 외부에 거의 노출이 안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의 처리를 맡은 태안 해경 관계자는 "해당 부대의 고압적인 자세로 인해 기초 조사조차 협조가 안 되어 조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면서 "중간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히는 등 해경으로서는 해당 부대의 협조만을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다.

덧붙이는 글 | 바른지역언론연대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태안, #모항, #태안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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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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