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4강 진출을 알리는 남아공월드컵 공식 홈페이지

독일의 4강 진출을 알리는 남아공월드컵 공식 홈페이지 ⓒ FIFA

 

남아공월드컵 8강전에서 우승후보 독일이 또 다른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4-0으로 크게 이기고 월드컵 3회 연속 4강 진출이라는 값진 성과를 이뤘다.

 

독일은 마치 그들의 '독일제 자동차'처럼 빈틈없는 조직력과 쉬지 않고 상대를 압박하는 공격 축구를 앞세워 미리 보는 결승전이라는 말이 창피할 정도로 아르헨티나를 완벽히 무너뜨렸다.

 

4년 전 월드컵에서도 독일과 8강전에서 만나 승부차기 끝에 아깝게 패했던 아르헨티나는 설욕은커녕 그 때보다 훨씬 더 굴욕적인 패배를 당하고 쓸쓸히 돌아섰다.

 

이번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상대다운 상대'를 만난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은 경기 시작 2분 만에 첫 골을 내준 뒤 이렇다 할 승부수도 띄워보지 못하고 결국 독일 축구 앞에서 거품이 터져버렸다.

 

뮐러, 독일 축구의 '신상 골잡이'

 

독일이 4-0이라는 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일찌감치 첫 골을 터뜨린 토마스 뮐러의 활약이 컸다.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가 크로스를 올리자 뮐러는 재빨리 상대 수비수를 따돌리며 파고들어 헤딩으로 이날 경기의 첫 골이자 결승골을 터뜨렸다.

 

뮐러의 활약은 공격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동료 공격수 루카스 포돌스키와 함께 수비에도 적극 가담하며 '허리 싸움'에 힘을 보탰다.

 

아르헨티나가 카를로스 테베즈, 리오넬 메시, 곤살로 이과인 등 공격수들이 수비 가담을 소홀히 여긴 탓에 미드필더들과의 간격이 넓어져 결국 동료 미드필더들과 수비들에게 큰 부담을 준 것과 비교해보면 뮐러의 활약은 더욱 칭찬받을 만하다.

 

독일 최고의 명문구단 바이에른 뮌헨에서 활약하며 독일 축구의 세대교체를 이끌고 있는 21살의 젊은 공격수 뮐러는 첫 월드컵 출전인 이번 대회에서 벌써 4골을 터뜨리며 득점왕까지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날 후반전 도중 핸들링 반칙으로 경고가 누적되어 4강전에서는 그의 활약을 볼 수 없게 됐다.

 

외질-슈바인슈타이거 '발락을 찾지 마세요'

 

월드컵 개막 직전 최고의 스타 미드필더 미하엘 발락이 부상으로 빠진 독일은 오히려 새롭게 떠오르고 있던 메수트 외질을 자랑할 기회를 잡았다.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며 가운데와 측면을 가리지 않고 파고드는 외질의 부지런함과 거침없는 공격 전개는 발락의 자리를 잊게 만들었고, 그의 발끝에서 시작되는 독일의 공격은 5경기를 치르며 13골을 터뜨렸다.

 

터키 이민자 부모 밑에서 자라난 외질은 샬케 04를 거쳐 현재 베르더 브레멘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뛰어난 실력은 물론이고 젊은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침착함이 돋보여 이번 월드컵이 끝난 뒤 더욱 큰 명문구단으로 옮겨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외질이 주로 공격에서 발락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면 수비에서는 슈바인슈타이거가 버티고 있었다.

 

공격도 뛰어나지만 이날은 주로 수비를 맡은 슈바인슈타이거는 공의 흐름을 읽고 아르헨티나의 패스를 한 발 먼저 끊어내며 동료 수비수들을 편하게 해줬고, 과감한 몸싸움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상대 공격수들을 괴롭혔다.

 

공격과 수비의 중간에서 경기를 이끌어간 슈바인슈타이거는 후반 29분에는 리오넬 메시가 부럽지 않은 드리블과 돌파로 아르헨티나 수비수들을 3명이나 제치고 프리드리히의 골을 도왔다.

 

이날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본 발락은 외질과 슈바인슈타이거가 자신의 역할을 대신해 큰 승리를 이끄는 것을 보고 크게 기뻐하며 박수를 보냈지만, 자기 없이도 너무 잘하는 독일 축구를 보며 내심 질투를 느꼈을지도 모를 일이다.

 

클로제, 월드컵 역사 새로 쓸까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미라슬로프 클로제는 이날도 2골을 터뜨리며 이번 월드컵에서 4골을 기록해 동료 공격수 뮐러와 함께 득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날 독일의 원톱 공격수로 나선 클로제는 전반에 별다른 활약이 없었지만 후반에만 2골을 터뜨려 아르헨티나의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외질과 슈바인슈타이커의 기막힌 도움 패스가 있었지만 그의 뛰어난 위치 선정 능력도 한몫 했다.

 

만약 클로제가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득점왕에 오른다면 지난 독일월드컵에 이어 연속 두 번째다. 하지만 그의 목표는 더욱 크다.

 

지금까지 월드컵에서만 14골을 기록하며 70년대 독일 축구를 이끌었던 '대선배 공격수' 게르트 뮐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클로제는 앞으로 2골만 더 터뜨린다면 브라질의 '축구 황제' 호나우두까지 넘어 월드컵 역사상 최다득점자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사실상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인 32살의 베테랑 공격수 클로제가 과연 월드컵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남아공월드컵에서 절대 놓치지 말아야할 볼거리다.

2010.07.04 09:27 ⓒ 2010 OhmyNews
남아공월드컵 독일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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