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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과 6월 두 달 동안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초중고 76개 학교를 대상으로 교장공모를 진행했습니다. 각 학교에서는 5월 중 학교별 심사기준을 정하고 심사위원을 선정한 뒤 공모행사를 거쳐서 세 분의 후보자를 6월 1일까지 지역 교육청에 추천했습니다.

지역교육청에서는 6월 중에 학교에서 추천한 세 분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다시 심사규정을 정하고 심사위원을 선정합니다. 이후 공모행사를 거쳐 두 분의 후보자를 정해 서울시교육청에서 추천하고, 서울시교육청은 추천받은 두 사람 중 한 사람을 교육청이 마련한 기준에 따라 6월말까지 교장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이 7월 2일이니 계획서대로라면 이미 결정되었겠지요.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에서는 현재까지 이에 대한 아무런 소식이 없습니다. 이번에 처음 교장공모를 실시하는 학교의 운영위원으로 교장공모과정을 지켜본 저는 여덟 명이 지원한 우리 학교에서 추천한 세 분 중 어떤 분이 교장으로 결정되었는지, 결과가 참으로 궁금합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우리 학교에서 교장공모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동료 교사들과 학부모, 그리고 아이들도 무척 궁금해 합니다. 

궁금하기는 하지만, 교장공모제를 직접 가까이에서 지켜본 저로서는 새로 오는 공모교장에 그다지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습니다. 공모만 요란하게 했을 뿐이지 결국 또 '그렇고 그런' 교장이 올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공모할 때 내세운 엄청난 '공약'을 지키려면 앞으로 교사들과 아이들이 엄청 고생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도 언뜻 스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여러 가지입니다. 그러나 그 중 한 가지가 말만 '공모'지 교장을 공모하는 과정이 우리 학교에 적합한 교장을 충분히 살펴보고 뽑을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왜 그런지에 대한 첫 번째 이유는 명색이 '공모'라면서 충분히 공개하지 않고 진행한 것이고(참고기사 :  전교어린이회장 선거만도 못한 서울시 교장 공모), 두 번째 이유는 심사위원을 선정하고 심사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심사위원이 될 가장 중요한 자격은 '백수'

학교에서 이뤄진 1차 심사 일정. 대부분의 학교가 평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심사를 다 끝냈습니다. 이런 일정이라면 직업을 가진 사람은 심사위원이 될 수 없습니다.
 학교에서 이뤄진 1차 심사 일정. 대부분의 학교가 평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심사를 다 끝냈습니다. 이런 일정이라면 직업을 가진 사람은 심사위원이 될 수 없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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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공모가 그렇잖아도 행사가 많은 5월에 진행이 된 데다 교육청에서 내려온 일정이 매우 촉박해서 급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76개 학교가 모두 서울시교육청이 내려보낸 공문에 따라 공모를 진행하기 때문에 다른 학교도 우리 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5월초부터 진행된 과정은 공고안 작성, 공고안 작성 운영위 심의, 교육청 공고안 보고, 수정된 공고안 운영위 재심의, 공고, 공모 마감으로 순이었습니다.

이어 오후 1시부터 학교 운영위를 열어 저녁밥도 먹지 않은 채 교장공모에서 가장 중요한 심사규정, 평가 문항과 심사 기준표, '학교 교장공모심사위원회' 구성 기준을 마련했는데, 다 하고 나니 8시가 넘었더군요. 그 다음 문제가 '학교 교장공모심사위원회' 심사위원을 선정하는 일이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내려 보낸 '학교 교장공모심사위원회' 구성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심사위원 수는 대상 학교의 규모 및 여건을 고려하여 학교 자율로 결정하되, 최소한 10인 이상으로 구성

▲ 심사위원은 외부인사(학부모회 대표와 임원진이 외부인사 중 50%이상 포함)와 학교 운영위원이 동수가 되도록 구성
▲ 심사위원에 포함되는 학교운영위원은 교원위원, 학부모위원, 지역위원 간 비율을 고려하여 구성

이런 규정에 따라 우리 학교 운영위에서는 '학교 교장공모심사위원회' 심사위원을 10명으로 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중 50%인 5명은 각 성원 비율에 따라 교원위원 2명, 지역위원 1명, 학부모위원 2명으로 구성했고, 나머지 50%를 외부 인사를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여기까지 결정하고 보니 또 오후 8시가 넘었습니다.

2차 심사를 하는 대부분의 교육청이 평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심사일정을 잡고 있었습니다. 직업을 가진 사람은 심사위원도 참관도 할 수가 없습니다.
▲ ㄱ교육청에서 이뤄진 2차 심사 일정 2차 심사를 하는 대부분의 교육청이 평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심사일정을 잡고 있었습니다. 직업을 가진 사람은 심사위원도 참관도 할 수가 없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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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심사기간이 빠듯해서 우리 학교 교장공모심사일 바로 다음 날인 화요일 오후에 서류 심사, 수요일 오후에 설명회와 심층면접을 해야 했습니다. 문제는 오후 9시가 다 된 시간에 심사위원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늦은 밤에 갑자기 전화를 걸어서 교장공모에 대한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는 사람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느냐고 하니, 대부분 교장을 심사하는 심사위원을 한다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입니다. 그래도 이것은 어느 정도 설명을 하면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지목한 해당 사람들이 바로 다음 날과 그 다음 날 이틀동안 시간을 낼 수 있는가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목한 사람한테 전화를 걸면 대부분 다음날과 그 다음날 다른 일정이 이미 잡혀있어서 못 온다고 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평일에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불가능한 데다 전업주부인 학부모들도 대부분 다른 일정이 있습니다. 결국 교장공모 심사위원이 될 첫 번째 자격요건은 '아무 일도 없는 사람'일 수밖에 없습니다.

평일 하루 종일 이루어지는 1차, 2차 심사

우리 학교는 교원 위원 중 한 사람이 담임을 맡고 있어서 오후에만 해야 하므로 이틀에 나누어서 심사를 했지만, 살펴보니 대부분의 학교가 오전 10시 서류심사, 1시 공개 설명회, 3시 심층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심사를 하루동안 끝낸 것이죠.

지역 교육청에서 하는 2차 심사 역시 아침부터 하루에 다 끝내는 곳이 많았습니다. 이렇다보니 말이 공개모집이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교장 공모에 아무리 관심이 많아도 참여할 수가 없습니다. 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심사위원은 물론이거니와 참관조차도 할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이러니 이번 교장공모는 심사위원을 선정하고 심사하는 과정만을 봐도 끼리끼리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 진정한 공모가 될 리 없었죠.

진정한 '공모'라면, 공모 기간을 길게 둬 해당 학교 교사와 학부모들이 대상자들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심사 날짜도 토요일 오후나 휴일로 해야 합니다. 그래야 교장 공모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심사위원이나 참관자로 참여할 수 있겠지요.

공모 교장을 선정하는 심사날짜 하나만을 봐도 이번 서울시 교장공모는 공모가 아닙니다.

덧붙이는 글 | 학교현장 가까이에서 본 서울시교장공모의 문제점을 밝히고 대안을 제시해보는 기사를 벌써 이어서 쓰려고 했는데, 하루하루 숨가쁘게 돌아가는 학교 사정 때문에 이제야 겨우 두번째 글을 올립니다. 다음은 교장공모에 응모한 대상자들이 학교에 제출한 전체 교육계획서를 살펴본 소감과 더불어 진정한 교장공모제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보려고 합니다.



태그:#서울시교장공모, #서울시교육청, #교장공모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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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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