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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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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취임식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참석해 곽 교육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취임식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참석해 곽 교육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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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의 대강당은 11층이다. 30여 명의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 대가 도착했지만 이내 만원.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계단을 찾아 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서울시 첫 진보교육감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에게 11층까지 계단은 한달음이면 충분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취임식이 열리는 1일 오후 5시, 서울교육청 대강당의 250석 좌석은 턱없이 부족했다. 통로뿐만 아니라 빈 공간마다 사람들이 들어섰고 강당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로 복도까지 북적였다.
 
복도에는 곽 교육감에게 보내는 시민들의 메시지를 모아 만든 '취임을 축하드려요!'라는 큰 글씨가 세워져 있었다. 시민들이 보내는 메시지에는 '보충수업 없애 주세요', '예체능 시간 늘려주세요' 같은 애교 섞인 바람부터 '무상교육도 좋지만 순차적으로 무엇을 먼저 실행해야 하는가 살펴보라'는 뼈있는 충고도 담겨 있었다.
 
곽 교육감의 취임식은 축하 화환 하나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소박했지만 그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열기로 취임식장은 뜨거웠다. 곽 교육감이 대강당으로 들어서자 참가자들은 "교육감님 사랑해요"라며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곽 교육감은 서울교육의 '행복한 교육혁명'이 시작됐음을 선언했다.
 
'혁신교육', '책임교육', '희망교육'의 약속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부인 정희정씨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부인 정희정씨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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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축하의 꽃다발을 건네받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축하의 꽃다발을 건네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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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교육감은 취임사에서 가장 먼저 교육 구성을 구성하는 주체들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국제학업성취도 2위는 훌륭한 성과지만 우리 교육주체들의 역량은 소진되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 지속가능성이 없는 교육에 매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근본부터 고민하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며 각 교육주체들에게 메시지를 던졌다.
 
"학생들은 자신을 기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평생을 바쳐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선생님들은 교단에 처음 설 때처럼 아이들을 향한 첫사랑의 불길을 다시 지펴야 한다. 학부모님들은 모든 아이들이 함께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교육당국은 부패와 비효율의 낡은 틀을 깨고 본연의 책무를 회복해야 한다."
 
곽 교육감은 이어 선거기간 꾸준히 밝혀 왔던 '선진국형 혁신교육, 포기 없는 책임교육, 대물림 끊는 희망교육'이라는 자신의 교육청사진을 약속했다.
 
그는 이를 위해 "정규수업을 혁신하고, 서울형 혁신학교를 도입해 공교육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겠다"며 "사교육이 발붙일 수 없는 멋진 공교육으로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교육격의 대물림을 끊고, 집 가까운 곳에서 최고의 공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은 또 '사회가 함께 가르치는 학교', '차별과 소외가 없는 학교'를 천명했다. 그는 "암사동 재래시장도, 대학로 연극무대도 학교이며, 만둣집 아저씨도, 옷가게 아주머니도 교사가 될 수 있다"며 "지역의 교육자원이 함께하는 지역사회 네트워크형 열린 학교, 학습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장애, 다문화 등의 차이가 차별과 소외를 낳지 않는 기회균등의 학교를 만들겠다"며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책임교육'을 강조했다.
 
"친환경 무상급식 무상 교육 실현의 출발점"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회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취임식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무상교육을 지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회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취임식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무상교육을 지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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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교육감은 '친환경 무상급식' 시행에 대한 확고한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친환경 무상급식은 헌법이 명한 보편적 교육 복지 실현의 출발점"이라며 "유아교육부터 고등학교까지 무상 의무교육을 넓혀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교육감은 친환경 무상급식 이외에도 '방과 후 돌봄 학교', '공립유치원 설립', '사립유치원 지원 확대' 등의 교육 복지 정책을 내놓으며 "맞벌이 부부들도 안심하고 아이들을 낳고 키울 수 있도록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데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열정과 능력이 있는 모든 선생님들께 교장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며 '교장 공모제'를 확대할 것임을 밝혔다. 그는 또 교원평가는 성찰과 지원의 개념으로 설계되고 활용돼야 한다"고 밝혀 교원평가 제도를 확대하거나 교사들의 인사에 적용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곽 교육감은 끝으로 "민주진보의 기치로 교육감이 되었지만, 이제 모든 서울 시민들의 교육감이 되어야 한다"며 "우리 모두 꿈의 학교로 가는 행복한 교육혁명의 길을 함께 걸어가자"고 취임사를 마쳤다.
 
곽 교육감의 취임사 이후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와 교사대표, 학생대표의 축사가 이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주호 교과부 1차관이 대독한 축사에서 "교육청과 일선학교에서도 공교육 변화에 앞장 서 달라"며 "정부는 현장의 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교육 일선의 요청에 최대한의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의 교사 대표로 축사를 한 구남초등학교의 권사리 교사는 "방송에서 부자를 위해서 무상급식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 부자와 가난한 자를 나누지 않는 것이 교육이라는 곽 교육감의 말씀을 듣고 감동했다"며 "곽 교육감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랑스럽게 내보일 수 있도록 교육개혁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한울중학교 3학년 문서희양은 당찬 축사로 곽 교육감을 '압박'하기도 했다. 문양이 곽 교육감에게 '일제고사 폐지', '진로지도 수업 실시', '방과후 학교와 동아리 활동 지원'을 요청하자 참가자들은 박수로 호응했다.
 
한편, 이날 취임식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이해찬 전 국무총리, 김근태 전 국회의원,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 함세웅 신부를 비롯해 인터넷으로 참가를 신청한 100여 명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취임식 이후에는 '교육감과 함께 하는 깨소금 토크쇼'라는 제목의 2부 행사가 진행됐다. 이 행사는 문화예술인과 학생, 학부모, 교사, 장애인, 다문화가족 학생 등이 한자리에 모여 다양한 교육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로 마련됐다.
 
한완상 전 부총리와 이해찬 전 총리, 취임준비위원장을 맡은 박재동 화백, 김근태 전 의원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취임식에서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한완상 전 부총리와 이해찬 전 총리, 취임준비위원장을 맡은 박재동 화백, 김근태 전 의원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취임식에서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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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곽노현, #서울교육감, #취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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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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