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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님. 이건 신상발언이 아니라 토론이다. 성격에 맞게 구분해 달라."

 

29일 오후 국회 본회의.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이 국민중심연합 심대평 의원의 신상발언이 끝나자 즉시 강하게 항의했다. 심대평 의원은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는 물론 기업유치에 대한 인센티브는 안 된다는 정부 입장은 협박이자 난센스"라며 "이런 식으로 세종시 주민을 협박하지 말아야 한다"고 사실상 수정안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 일은 임동규 한나라당 의원 등 66명 의원 명의로 세종시 수정안이 본회의에 부의되기도 전에 벌어졌다. 10개월 가까이 끌어온 '세종시 수정안' 논란의 종지부는 본회의 시작부터 '뒤끝'을 드러낸 셈이다.

 

이날 본회의에 부의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찬반토론에는 모두 12명의 여·야 의원들이 나섰다.

 

승리를 예감한 수정안 반대론자들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류근찬 자유선진당 의원은 "봉숭아학당보다 더 지독한 코미디 국회로 전락하고 있다"며 "(수정안 찬성론자들이)역사 운운하며 자존심 싸움을 걸어오고 있다"고 질타했다.

 

'술렁임' 속에 등장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원안을 지지하든, 수정안을 지지하든 모두가 애국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한 쪽이 국익이니, 표심이니 하는 말은 하지 말자"고 말해 본회의장을 조용하게 만들었다.

 

반면, 세종시 수정안 부의에 앞장섰던 의원들은 직접 나서 "역사와 후손을 위해" 찬성표를 던져달라고 호소했다. 때로는 "세종시 원안 찬성은 표의 노예가 되는 것(신지호 한나라당 의원)", "세종시 교조주의에서 벗어나라(권성동 한나라당 의원)" 등 반대 의사를 가진 의원들을 자극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찬반토론을 듣고 있던 의원들은 모두 자신이 지지하는 바에 따라 "잘했어"라고 외쳤다. 하지만 야유의 정도만으로도 표결 결과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차명진 "박근혜 전 대표, 역사의 심판 아픈 정도가 아니라 두고두고 기억될 것"

 

세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의 경우를 인용하며 "약속된 것은 가져갈 수 있지만 약속하지 않은 것은 가져갈 수 없다"면서 "원안 외 플러스 알파를 요구해서 안 된다"고 강조했던 이은재 한나라당 의원은 발언 시간이 끝나자 말자 "마이크도 꺼졌는데 이제 내려오라"는 핀잔을 들었다.

 

세종시 원안을 찬성하는 이들의 반발을 가장 많이 받은 이는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이었다. 그는 "원안에 대한 심판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원안을 주장했던 이름 하나 하나가 역사책에 기록될 것"이라며 "원안에 찬성해온 분들 입장 바꾸는데 두려움 있다는 것 이해한다"고 그들을 자극했다. 의원들은 "(두려움)모른다", "할 말만 하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차 의원은 "의결정족수만 놔두고 모두 퇴장해달라"며 "원안에 반대한 우리들이 다 안고 갈테니 후대의 심판도 면할 것이다, 저의 충정어린 권고를 즉자적으로 대응하지 마시고 심사숙고해달라"고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또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박근혜 전 대표를 직접 거론하며 "약속 위반 심판, 참으로 아픕디다"며 "그런데 역사의 심판은 아픈 정도가 아닐 것이다, 두고두고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옥임 한나라당 의원은 숨 죽이고 있던 수정안 찬성론자들의 기를 살렸다. 정 의원이 "수도 분할에 반대하는 자유선진당은 왜 당사를 서울에 두나"라고 질타하자 찬성론자들은 "와"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재석의원 275명, 찬성 105명, 반대 164명, 기권 6명

 

표결이 끝나자 의원들 사이에선 나지막한 환호성과 박수가 터졌다. 방청석에서 서로 귓속말을 나누며 찬반 토론을 지켜보던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서로 악수를 나눈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그는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에게도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를 건넸다.

 

'대북 규탄 결의안' 논란 속 통과... 이정희 "공포정치 합리화시키는 결의안"

 

한편, 한나라당 김동성 의원이 대표 발의한 '북한의 천안함에 대한 군사도발 규탄 및 대응조치 촉구 결의안(대북 규탄 결의안)'은 민주당의 수정 결의안 제시, 민주노동당의 표결 거부 등 논란을 빚은 끝에 이날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민주당은 결의안 이름을 '북한의 천안함에 대한 군사도발 의혹에 관한 진상규명 및 한반도 평화수호 촉구 결의안'으로 바꾸고 '천안함에 대한 북한의 어뢰공격'이란 문구와 '북한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대응조치'를 촉구하는 문구를 삭제했다.

 

또 "국제사회가 북한의 도발행위 재발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을 "한반도 평화를 위해하는 어떠한 세력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한다"는 내용으로 바꾸었다.

 

천안함 침몰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가 진상조사특위 활동도 제대로 않고 대북 규탄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은 무리란 주장이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의결해야 할 결의안은 대북 규탄 결의안이 아니라 균형 잡힌 결의안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은 대북 규탄 결의안과 민주당의 수정결의안 모두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하고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정희 민노당 의원은 "지금은 국정조사와 공개검증이 필요한 때"라며 "국회의 의무는 (천안함 침몰 관련)공개 검증기구를 구성하도록 정부를 설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 의원은 "정부가 이 사건에 대해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을 반역으로 모는 등 공포정치를 펴고 있는데 두 결의안 모두 공포정치를 합리화시킬 수 있는 조치를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결의안엔 천안함 침몰사건의 대응조치와 관련해 "전 국민적 차원에서 일치되고 단합된 대처가 가능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한다"는 문구가 있다.

 

그는 "의문을 말하지 못하는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며 "정부가 할 일은 국회의 결의안을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민군 합동조사위원, 연구자, 국회의원, 국민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조사단도 받아들이자"...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고 있어"

 

김효석 민주당 의원도 "우선 국회가 국정조사부터 바로 하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두 결의안 모두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노골적으로 이들을 비난했다. 김효석 의원이 "북한 조사단도 받아들이자"고 주장하자 이들은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한다", "들어와라", "시민단체 대변하는거냐" 등 목소리를 높여가며 그를 비난했다. 홍희덕 민노당 의원에서 홍영표 의원으로 반대 토론이 이어가자 "그만합시다"라고 말하는 의원도 있었다.

 

반면, 이들은 정미경 한나라당 의원이 "의문점을 전부 해소한 후에 결의안을 통과시킨다면 10년이 걸릴지 100년이 걸릴지 모른다, 지금도 늦었다"며 대북 규탄 결의안 통과를 주장하자 "잘했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결국 민주당의 수정안은 재석의원 243명 중 찬성 77명, 반대 165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됐다. 대북 규탄 결의안은 재석의원 237명 중 찬성 164명 반대 70명 기권 4명으로 채택됐다.


태그:#세종시 수정안, #대북 규탄 결의안, #차명진,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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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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