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마미아 스틸컷

▲ 맘마미아 스틸컷 ⓒ UPI 코리아

무비조이 새로운 식구로 객원기자 김미연씨가 합류하였습니다. 오늘은 새 식구가 된 김미연씨의 첫 번째 기사로 '내 인생의 영화'란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그녀가 선택한 '내 인생의 영화'는 과연 무엇일까요?

 

나는 3D영화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 <해리포터> 퀴디치 경기 장면을 보다 영화관을 뛰쳐나와 맨 정신으로 구토를 하기도 했으며, 안보면 손해 볼 것 같은 <아바타>도 영화 중반부터 안경을 벗고 아스피린을 삼킨 채로 봐야만했다.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라도 어지럼증이 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나 같은 사람도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며 영화를 즐길 수 있을까? 물론이다! 3D가 아니라도 나를 흥분시키고 들썩거리게 만든 작품이 있었다. 그 작품은 다름 아닌 뮤지컬영화 <맘마미아>였다.

 

<맘마미아>는 영화관은 자고로 '팝콘' 먹는 재미가 8할이란 엄마와 이모와 함께 본 영화였다. 이 작품은 57년생 동갑내기 여성인 프로듀서 주디 크레이머, 각본가 캐서린 존슨, 감독 필리다 로이드가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해 만든 영화다. 그녀들의 삶이 늘 뮤지컬처럼 즐겁지만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영화를 제작하면서 그녀들 각자의 삶에 드리워진 그늘이 조금이라도 덜어지지 않았을까 생각될 정도로 <맘마미아>는 에너지 넘친 영화였다.

 

도나는 지중해의 작은 섬에서 조그만 한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20살 딸 소피를 혼자 키우고 있는 중년여성. 도나의 딸 소피는 지금껏 자신의 아빠가 누구인지 모르고 살아왔다. 하지만 우연히 도나의 처녀시절 일기장을 발견하게 된 소피가 자신의 결혼식에 아빠라 예상되는 샘, 빌, 해리를 몰래 초대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그들은 각자의 이유를 들어 모두 자신이 소피의 아빠라 생각하고 소피는 혼란스러워 진다.

 

이에 반해 도나는 세 남자가 소피의 결혼식을 망칠까봐 걱정한다. 도나의 첫 번째 남자 샘은 20여 년 전 도나를 만났을 당시 이미 약혼자가 있었다. 샘은 약혼을 파기하고 다시 도나를 찾아왔으나, 이미 상처받은 도나가 해리와 섬을 떠난 뒤였다. 도나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모든 것이 오해였음을 알게 된다. 소피는 처음엔 진짜 아빠를 찾고 싶은 마음뿐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샘, 해리, 빌 중에 누가 아빠라도 상관없단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결혼을 잠시 미룬 후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겠단 결심을 한다. 이와 동시에 평생 도나를 그리워했다던 샘은 도나에게 청혼하고, 도나는 청혼을 받아들인다.

 

전형적인 인물상은 약점. 뮤지컬 요소가 약점을 채우다.

 

맘마미아 스틸컷

▲ 맘마미아 스틸컷 ⓒ UPI 코리아

혹자는 <맘마미아>의 스토리가 너무 엉성하단 이야기를 한다. <맘마미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들이 너무나 전형적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분명 인물들의 부정적인 면은 드러나지 않고 긍정적인 면만 부각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약점은 시간 제약과 스토리가 노래와 연계되어야 하는 한계, 즉 극의 전반적인 흐름을 깨지 않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래서 맘마미아는 인과적인 연결이나 갈등의 깊이가 타 장르에 비해 다소 미약하다.

 

하지만 뮤지컬 특유의 떼 창과 떼 춤, 오버액션으로 스토리의 한계를 채우고도 남을 정도의 에너지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그래서 일반적인 영화 비평적 시각으로 스토리를 분석하고 비판하는 것은 오버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나 역시 비극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 주인공이 죽어버리는 급작스러운 결말이 아니라 가장 행복할 때 우리가 느끼는 가벼운 불안과 같은 비극, 혹은 이게 억울한 건지 당연한 건지도 헷갈리는 사회 구조적인 비극은 스토리를 세련되게 만든다. 그래서 '지붕 뚫고 하이킥'이 보여준 스토리의 우아함은 인상 깊었다. 우아함은 짐짓 교양을 떠는 것이 아니라 웃음과 비극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이다.

 

<맘마미아>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여성의 생애에서 감성적으로 가장 상처입기 쉬운 황혼의 시간을 춤과 노래로 표현하고 있다. 이 시기는 전 세계 여성들에게 공통적으로 찾아오는 시간이지만 나이 먹는 것에 대한 서글픔으로 흔히 묘사된다.  지나간 세월을 슬퍼하며 소주 한 잔 하며 훌쩍이는 모습은 너무 흔해서 오히려 보라색 깃털 모자를 쓰고 'Dancing Qeen'을 부르는 모습이 신선해 보인다.

 

여성이라면 공감할 가능성이 큰 영화 <맘마미아>

 

맘마미아 스틸컷

▲ 맘마미아 스틸컷 ⓒ UPI 코리아

<맘마미아>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영화다. 특히 중년 여성이 여성의 삶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나이가 든 성숙한 딸 그리고 흘러가는 시간은 잡을 수 없음을 막 인정하기 시작한 여성이라면 누구나 수긍할 만한 이야기를 가진 영화다. 그래서 <맘마미아>는 여성 로망 3종 세트라고 부르고 싶다. 누구라도 반할 정도로 예쁜 딸이 있으며, 처녀시절의 첫사랑이 섹시한 신사가 되어 나타나 감미로운 노래로 세레나데를 바치고, 내 소유의 호텔이 있어 노후 걱정도 없다. 그것도 그리스 지중해에.

 

이렇게 여성의 로망을 그대로 보여주던 영화는 중간 중간 귀에 익숙한 '아바' 노래를 흘려보내면서 개인의 기억에 저장되어 있던 추억들을 불러들인다. 추억은 영화 속 댄스음악과 뒤섞여 감정의 최고조에서 불꽃이 되어 터진다. <맘마미아>는 두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최저비용 최고효율의 엔터테이먼트 상자다. 감독은 셀 수 없이 많은 무대를 연출한 경험을 토대로 영화에서도 관객의 욕구를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었다. 엔딩 때 커튼콜을 연상시키는 장면은 현장감을 느끼게 했으며, 뮤지컬 무대에서 선보일 수 없었던 공간적 한계는 영화란 장르적 특성을 통해 보완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리스 지중해 섬의 영상미는 낭만을 더했다. 무대에서 놓치기 쉬운 배우들의 내면 연기와 여러 가지 디테일한 면들은 클로즈업 샷으로 절묘하게 보여줬다. 다양한 샷과 앵글을 통해 관객들은 가장 효과적으로 감독의 의도에 따라 갈 수 있었다. 도나가 남자 셋을 맞닥뜨리고 혼란스러운 마음에 지붕위에 올라가서 여기저기 뒹굴면서 퍼포먼스를 펼치는 모습은 정교한 편집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장면이다. 

 

<맘마미아>는 배우들의 연기가 얼마나 큰 역할을 차지하는지 보여준 작품이다. 배우들의 열정적인 동작과 감정몰입은 영화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특히 메릴 스트립은 허름한 멜빵을 걸치고 낫을 들고 다니면서 바닥을 수리하는 중년의 아줌마 그 자체였지만, 그녀는 너무 아름다웠다. 'Winner take's it all' 을 부르면서 쓸쓸하게 먼 곳을 주시하는 그녀. 격정, 회한, 설렘, 기쁨, 슬픔, 행복들을 모두 겪어 온 깊고 아름다운 눈을 가진 그녀. 그녀는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반짝거리는 젊음의 아름다움에 전혀 뒤지지 않는 농후한 아름다움을 뿜어내었다.

 

<어 크로스 더 유니버스>라는 영화가 있다. <맘마미아>처럼 비틀즈 노래를 토대로 만든 뮤지컬 영화다. 이 작품은 대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였다. 젊은 아티스트의 고독한 사랑 이야기와 1960년대 당시의 시대적인 우울함을 몽환적으로 그려냈다. 오싹할 정도로 뇌리에 박힌 선명한 색채감과 영국 특유의 우울함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한국 같은 경우 전국 두 개 관에서만 개봉하는 설움을 누렸고, 다른 경로로 본 관객들은 노래만 좋고 전반적인 스토리는 황당하단 평을 내놓았다.

 

<어 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린다. <맘마미아>와 <어크로스더 유니버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어 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불친절하다. <맘마미아>가 쉽고 공감 가는 이야기를 풀어놨다면, <어 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전반적으로 내용이 어둡고 표현 방식도 실험적이다. <맘마미아>가 탱탱한 젊음과 삶에 대한 긍정을 과시했다면, <어 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특유의 방황과 풀린 눈, 광기어린 반항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물론 둘 다 젊음의 모습이다. 하지만 대중은 소프트하고 달콤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 <맘마미아>가 관객들을 더 사로잡을 수 있는 종합선물 세트 같은 영화란 생각이 든다.

 

극장 문을 나서면서 다시 전업주부가 된 엄마와 이모

 

맘마미아 스틸컷

▲ 맘마미아 스틸컷 ⓒ UPI 코리아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배경은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이다. 오프닝 장면이 소피가 샘, 해리, 빌에게 우편을 부치면서 사건이 곧 전개 될 것이란 설렘을 느끼게 했다면, 엔딩은 소피가 섬에 정착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격려를 받으며 더 넓은 세계로 떠나는 모습을 통한 성장이었다. 도나가 머물고 있는 섬이 안정과 정착을 상징한다면 소피가 향하는 바다는 미지의 세계와 성장을 상징한다.

 

엔딩에서 도나가 소피를 배웅하는 장면은 필연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세대의 이동을 뜻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소피의 삶은 온전히 그녀의 몫이다. 그리고 도나는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섬을 선택한 도나의 삶도 분명 낭만적이고 아름다울 것이다. 그녀는 섬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의 영역을 꾸려나가면서, 소피가 돌아온다면 언제든 포근히 감싸줄 수 있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항구가 될 것이다. 영화에서 실제로 떠나는 것은 소피지만 감독은 앞으로 더 많은 날들과 사건들이 도나와 소피를 기다리고 있을 것임을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통해 암시하고 있다.

 

영화는 자본의 논리를 전제로 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이기 때문에 고객만족은 그 본분을 지키는 것이다. <맘마미아>는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뮤지컬 중에 한편이다. 이것을 7000원이라는 효율적인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은, 대중문화, 대량소비가 가져온 가장 큰 선물이다. 영화가 끝난 후 엄마와 이모는 <맘마미아>의 뮤지컬 관람까지 추진하려고 했다. 영화 본 후 타 콘텐츠에까지 재구매가 연계되는 상황이었다. 이 정도면 고객이 100% 만족했다는 말이다.

 

극장 문을 나서자마자 다시 전업주부로 돌아간 엄마와 이모. <맘마미아>의 지중해 섬과 현실은 그만큼 멀어 보였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뒤 엄마가 흥얼거리는 <맘마미아>는 며칠간 계속되었다. 삶이 지루하다고 딸에게 털어놓았던 한 전업주부의 삶에 소녀 같은 감성을 불러 일으켰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최고의 작품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06.27 10:38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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