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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18일부터 6월 30일까지 병상생활을 했다. 5월 18일 오전 119 구급차에 실려 서산중앙병원으로 갔다가 순천향대천안병원 응급실로 갔다. 순천향대천안병원 입원실에서 꼬박 보름을 허비하고 6월 1일 서울 강남성모병원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3일 수술을 했다.

흉부외과에서 종격동(심장과 폐와 식도 사이) 농양제거 수술 3시간 30분, 이어서 정형외과에서 사지 농양제거 수술 4시간을 했고, 아홉 시간 만에 회복실에서 나왔다. 

태안 앞바다 유조선 기름유출사고로 말미암은 병고였다. 천주교 태안성당 총회장으로서, 매일같이 전국 각지 성당, 수도회, 학교, 병원 등에서 수백 명씩 오시는 천주교 신자 자원봉사자들을 기름제거 작업 현장으로 안내하고 작업 뒷바라지를 하는 것이 내 임무였다.

주의사항과 작업요령 설명을 하고, 작업장 배치를 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뒷바라지를 하고, 점심 배식을 하고, 오후에는 혼자 남아서 주로 학생들에게 필요한 봉사활동확인서, 직장인들의 세금정산에 소용되는 기부금확인서, 고속도로사용료를 면제받는 운송확인서 등의 서류 떼는 일을 챙겨주고, 자원봉사자들이 떠날 때는 버스에 올라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손을 흔들어 드리곤 했다. 

하루 종일 작업 현장에서 기름 냄새를 맡고 돌아와서는 밤늦도록 원고 작업을 했다. 기름유출 사고 때문에 원고 청탁도 많았다. 회갑기념 신앙문집 3권(시집/산문집/소설집) 펴내는 일도 있었다. 과로가 누적될 것은 당연지사였다. 과로 누적으로 면역력이 다운되다시피 했고, 결국 세군 감염에 걸려들고 말았다.

아홉 시간만에 회복실에서 나온 후부터 병상에 누운 채로 수시로 해야 하는 심폐운동도 고역이었다.
▲ 수술 후의 심폐운동 아홉 시간만에 회복실에서 나온 후부터 병상에 누운 채로 수시로 해야 하는 심폐운동도 고역이었다.
ⓒ 지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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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6일부터 몸의 이상을 느끼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지병인 통풍 발작인 줄만 알고 동네 의원에서 그 계통의 주사나 맞고 약이나 지어먹고 하며 계속 활동을 하다가 18일에 이르러서는 꼼짝할 수도 없는 상태가 되어 119구급차를 불러야 했다.

나는 베트남전쟁 고엽제 후유증 판정을 받은 사람이다. 오래 전부터 혈당 혈압 관리를 하며 살아야 했다. 오전에만 컴퓨터 앞에서 원고 작업을 하거나 책 읽는 일을 하고, 오후에는 2시간씩 걷기 운동을 했다. 묵주기도를 하며 들길 산길 바닷가 길을 걷다보면 사색의 즐거움도 배가되어서 3시간을 걷는 날도 있었다.

그런 생활 리듬으로 혈당 혈압 관리는 원활했다. 비록 당뇨, 고혈압, 통풍 등 세 가지 성인병을 안고 사는 신세일망정 하느님 신앙 안에서, 오전에는 글을 쓰거나 책을 읽고, 오후에는 걷기 운동을 할 수 있는 여건에 무한히 감사하면서 즐겁게(마땅히 슬퍼해야 할 일은 슬퍼하면서) 열심히 살았다.

그런 일정한 생활 리듬이 기름유출 사고로 깨어지고 말았다. 장기간 생활 리듬이 깨어지다 보니 과로가 왔고, 면역력 저하 현상이 빚어졌고, 결국은 세균 감염에 걸려들어 병원 신세를 지게 된 것이었다.

<2>

수술 후 내 몸에 한동안 항체가 만들어지지 않아서 의료진은 긴장을 했다. 다행히 그 고비를 넘겼지만 혈당과 혈압 문제가 심각했다. 공복 혈당이 300 이상으로 체크되니 인슐린 처방이 나올 것은 당연지사였다. 

몇 번 인슐린 주사를 맞았다. 그러자니 덜컥 겁이 났다. 그동안 미량의 약 복용과 지속적인 걷기운동으로 혈당 관리를 잘해 왔는데, 이러다가 '인슐린의존형'이 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두려움 때문에 인슐린 처방을 거부했다.

의료진과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 속에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대전에서 사는 막내 동생이 왔다. 금산고교에 재직하는 교사인데, 인삼으로 유명한 금산에서 생산된 것이라며 홍삼 엑기스 한 상자를 가지고 왔다.

나는 상자 안에서 비닐로 된 홍삼 봉지들을 꺼내어 병실의 여러 명 환자들에게 두 봉지씩 돌렸다. 동생은 다소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나는 그때 홍삼이 내 몸 안에서 어떤 작용을 할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지 않고, 그저 막연히 홍삼이 몸에 좋다는 것만 생각하면서 한 봉지를 마셨다.

한 시간쯤 후 간호사가 와서 다시 혈당 체크를 했다.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점심식사 후 2시간 혈당 수치가 150 이하로 나오는 것이었다. 다음 순간 '혹시 홍삼이?' 하는 생각이 냉큼 들었다. 저녁식사 후 2시간 혈당 수치도 마찬가지였다.

2008년 7월 초 우리 집으로 문병을 온 공주대 교수 조동길 소설가와 함께.
▲ 퇴원 직후 2008년 7월 초 우리 집으로 문병을 온 공주대 교수 조동길 소설가와 함께.
ⓒ 지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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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부터 나는 매일 세 봉지씩 홍삼을 마셨다. 간호사들은 하루 네 번씩 혈당 체크를 했다. 아침 일찍 내가 눈을 뜨기도 전에 와서 혈압과 체온을 재고, 공복 혈당 체크를 했다. 하루 세 끼 식사마다 정확이 2시간이 지나면 와서 체크를 하곤 했다.

나는 식사 후 1시간쯤 있다가 홍삼을 마시곤 했다. 식사와 혈당 체크 사이, 한 중간쯤에 홍삼을 마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리라는 내 나름의 생각을 고수했다. 식전 공복 혈당은 90 정도로 체크되고, 아침식사 후 수치는 120 정도, 점심식사 후 수치는 140 정도, 저녁식사 후 수치는 170 정도로 체크되곤 했다.

이렇게 홍삼을 마시기 시작한 직후부터 혈당 수치는 신기하게 잘 잡혔는데, 혈압이 문제였다. 반대로 혈압은 더 오르는 것이었다. 고민을 했다. 혈압 문제 때문에 홍삼 복용을 중지하느냐, 우선은 혈당부터 잡고 보느냐, 두 갈래 길을 놓고 정말 고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일단 혈당부터 잡기로 했다. 간호사들이 수시로 체크를 하며 혈압 쪽에 더 신경을 쓰므로 나는 혈당에 우선을 둬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런 생각으로 계속 하루 세 번씩 홍삼 복용을 했다. 그러자 일주일쯤 지나고부터는 홍삼이 혈압도 잡아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혈당과 혈압 모두 정상 상태를 유지하게 되었다.

그런데 퇴원 열흘 전쯤에 홍삼이 거의 떨어지게 되었다. 홍삼을 아끼기 위해 하루 두 봉지씩, 아침과 저녁에만 복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점심식사 후 홍삼을 먹지 않은 상태로 혈당 체크를 했다. 놀랍게도 200이 훌렁 넘어버렸다. 홍삼을 먹지 않은 탓임을 직감했다. 저녁에는 홍삼을 먹고 혈당 체크를 했다. 170 이하로 체크되었다.

나는 입원 전에 먹던 홍삼이 집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내고 급히 딸아이를 보내 홍삼을 찾아서 가져오게 했다. 동생이 가져온 홍삼과 딸아이가 집에서 가져온 홍삼은 생산업체가 달랐지만 효과는 동일했다.

이로써 나는 홍삼의 효능을 확신하게 되었다. 홍삼이 내 몸 안에서 일으키는 작용, 혈당은 물론이고 혈압까지 잡아주는 신기한 효능을 100% 확인한 셈이었다. 기쁘고도 감사한 마음이었다.

<3>

나는 요즘도 계속 홍삼을 마신다. 경제 문제가 따르므로 병상생활을 할 때처럼 하루 세 번씩 마시지는 못한다. 아침에는 약 복용을 하니 혈당 수치가 괜찮은 것 같고, 점심 이후에는 두 시간 정도의 걷기 운동으로 효과를 보는 것 같아서 하루에 한 번, 저녁식사 한 시간쯤 후에 홍삼 복용을 한다. 엑기스를 마시는 경우도 있고, 농축액을 물에 타서 마시는 때도 있다.

내 몸은 정말 홍삼이 잘 맞는 체질인 것 같다. 엑기스든 농축액이든, 그리고 캡슐 제품이나 환으로 만들어진 것 등등 모든 홍삼 제품이 다 잘 맞는 것 같다. 심지어는  홍삼 성분이 미량인 드링크 같은 것도 혈당 조절에 확실한 도움을 준다. 

대한민국상이군경회 환갑맞이 회원 축하행사 참석 후 이기영 충남지부장, 강희범 태안군지회장과 함께. 2009년 10월 22일의 모습
▲ 환갑 축하를 받고 대한민국상이군경회 환갑맞이 회원 축하행사 참석 후 이기영 충남지부장, 강희범 태안군지회장과 함께. 2009년 10월 22일의 모습
ⓒ 지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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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도 당뇨를 가지고 있다. 나처럼 거의 매일 걷기 운동을 하지 못하므로 조절이 잘 안 되는 때도 있다. 얼마 전에는 수치가 계속 높게 나오니 동네 내과의원 원장이 인슐린 처방을 했다. 인슐린을 맞고 왔다는 얘기를 하기에 앞으로는 절대 인슐린 주사를 맞지 말라고 단단히 이르고는 다음날부터 아내에게는 홍삼을 더 공급했다. 캡슐로 된 홍삼 제품을 아침에도 먹고, 학교에 가지고 가서 점심식사 후에도 먹도록 했다.

그랬더니 혈당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고, 계속 알맞은 수치가 유지된다. 그러니까 아내에게도 홍삼이 잘 맞는 것이다. 여간 다행이 아니다.

가끔 홍삼 선물을 받는 경우가 있다. 우리 부부에게는 가장 값진 선물이 아닐 수 없다. 홍삼 복용을 할 때마다 성호를 그으며 감사하는 마음을 갖곤 한다. 하느님께 감사하고, 선물을 해준 이에게 감사하고, 인삼 재배를 하는 농민들에게도 감사한다. 홍삼 제품을 생산하는 이들께도 감사하고, 홍삼 자체에도 감사한다.

그러다 보면 당뇨와 고혈압 등 성인병을 지니고 사는 내 신세가 별로 서글프지 않다. 어쩌면 하느님의 은총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성인병 자체에 대해서도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 그런 마음 자체가 하느님의 축복일 수도 있으므로….

인간이 사는 대자연 속에 인삼이라는 식물을 안배해주신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한다.


태그:#고엽제후유증, #상이군경, #성인병, #홍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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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출생.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추상의 늪」이, <소설문학>지 신인상에 단편 「정려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옴. 지금까지 120여 편의 중.단편소설을 발표했고, 주요 작품집으로 장편 『신화 잠들다』,『인간의 늪』,『회색정글』, 『검은 미로의 하얀 날개』(전3권), 『죄와 사랑』, 『향수』가 있고, 2012년 목적시집 『불씨』를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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