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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민주당 의원.
 최문순 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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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 이후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최문순 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예외다.

국회 천안함사건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위원인 그는 민군합동조사단의 한국인 명단을 공개한 데 이어, 외국인 조사단의 명단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천안함을 타격했다는 어뢰추진체의 '1번' 글씨가 폭발의 고온에서 온전하게 유지된 것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전문성을 강조하는 민군합조단을 향해 이승헌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라는 전문가의 자문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이승헌 교수는 이어 합조단이 천안함 어뢰 피폭의 결정적 증거의 하나로 제시한 '천안함 흡착물질' 분석에 대해 반박했고, 합조단은 자신들의 분석결과 일부분을 번복하기도 했다.

지난 6일부터 2박3일간 의원실 차원에서 잠수부를 동원해 백령도 현장조사를 실시하기도 한 그는 최근에는 천안함 생존자들을 만나고 있다.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최 의원은 "천안함 사건 당시 음파탐지병을 만났는데, 소나(음파탐지기)가 제대로 작동했고 어뢰 신호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며 "소나와 직접 귀로 듣는 하이드로폰 음탐기 두 가지 모두 다 정상 작동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는 김태영 국방장관이 지난 15일 국회에서 "완전 먹통은 아니었지만 기능이 좋지 않았다. 1980년대 기술로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밝힌 것과는 다른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 장관은 이전에는 소나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국방부 대회의실에 전시된 천안함 침몰 사건 관련 '어뢰추진체 1번 표기' 사진.
 국방부 대회의실에 전시된 천안함 침몰 사건 관련 '어뢰추진체 1번 표기' 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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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제 어뢰 카탈로그라는 건 딱 1장뿐... 북 보증서는 별도용지"

합조단이 공개한 어뢰추진체가 북한제임을 입증한다는 카탈로그에 대해서도 파고들었다.

22일 <동아일보>의 "북한제 어뢰 카탈로그에 북한 경제단체 '공인 마크'가 있다"는 기사 관련 내용도 그는 이달 초순에 이미 파악했었다. 그런데 기사내용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군 관계자가 의원실로 갖고 와 열람시켜준 자료는 모두 4장이었다. 최 의원은 "그중 카탈로그라고 할 수 있는 건 딱 한 장이었다"면서 "합작회사 이름이 영문으로 적혀 있었고 폭발력 등 제원, 어뢰절단면, 프로펠러 등의 사진이 들어 있었는데, 주소도 없고, 북한이라고 확증할 수 있는 게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기밀이라는 군 관계자의 요청을 받아들여 회사명을 밝히지 않았으나, 다른 언론을 통해 Green Pine이라는 이름이 공개됐다.)

그는 "그래서 이걸 보고 어떻게 북한 것인지 알 수 있느냐고 했더니, 이 회사가 북한의 대외수출사업을 하는 회사임을 증명한다는 북한 상공회의소 명의의 영문 보증서를 내놓았다"면서 "이것을 한 덩어리로 입수한 것도 아니고 따로따로 입수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최 의원은 "아무리 북한이라도 무기판매를 위한 홍보물을 딱 한 장으로 만들고, 그 회사가 어느 나라 업체인지를 문서 자체 안에서 설명하지 못하는 카탈로그가 있을까 싶다"면서 "억지로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비상식적 아니냐"고 덧붙였다.

MBC 사장 시절 '황우석 사건'을 겪었던 그는 "극우파가 참여연대 찾아가서 공격하기는 하지만, 당시만큼 외부공격이 심하지는 않은 것 같다는 점에서 이번이 훨씬 쉽다"면서 "하지만 우리 사회가 진실과 사실에 입각해서 정책을 세우고 법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게 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는 본질이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사건 다 "'불편한 진실'일 수 있다"고 표현했다. 진실을 아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 사건에 집중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모든 일이 진실과 사실을 분명히 하고 나서 그 다음 행동으로 이행해야 한다. 그런데 천안함 사건은 이게 확정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군사조치, 대북경제조치 등으로 진행되고 있다. 민군합동조사단 발표도, 감사원 발표도 다 중간조사결과 발표고, 국회 특위도 진상규명 특위다. 세 가지 모두 진실을 밝히는 중간단계에 있는 거다.

그리고 정부 조사단이 내놓은 자료들이 완성도가 떨어지고 엉성하고 조악하다. '1번' 글씨처럼 진실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도 있고, '물기둥'처럼 앞과 뒤 얘기가 다른 것도 있고, 알루미늄 흡착물질처럼 정부 자료 내의 모순이 있고, 스크루가 구부러진 것처럼 그 이유를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기본적으로 6하원칙이 성립되지 않고 있다. '누가'는 북한 연어급 잠수정이라고 하는데 이것의 실체도 뚜렷하지 않고, '언제'와 '어디서'는 그 앞뒤 부분이 분명하지 않고, '어떻게'도 음파탐지병은 어뢰 탐지를 못했다고 하고, '왜'는 특히 설명이 안 된다. 확실한 것은 '무엇을' 즉 천안함이 대상이라는 것뿐이다."

- 김태영 국방장관은 천안함 소나에 문제가 있었다고 했는데.
"사건 당시 음파탐지병을 어제(21일) 군 관계자 배석하에 만났다. 소나가 제대로 작동했고 어뢰 신호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음탐기는 소나와 직접 귀로 듣는 하이드로폰 두 가지가 있는데, 두 가지 모두 다 정상 작동했다는 것이다. 소나는 패시브소나(수동 음파 탐지)와 액티브소나(음파를 발사해 그 반사음으로 수중 물체 탐지)를 1시간마다 교체하는데, 사건 당일 오후 9시에 액티브를 패시브로 바꾼다고 함내 당직사관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이 탐지병은 현역 근무 중이고, 러시아 조사단 등 각국 조사단도 다 만났다."

"천안함 특위, 회의 3번하고 끝나는 건지..."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사해온 민군합동조사단이 5월 20일 오전 10시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하는 가운데 과학수사분과장인 윤종성 준장이 결정적 증거물로 제시된 어뢰 추진체 실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사해온 민군합동조사단이 5월 20일 오전 10시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하는 가운데 과학수사분과장인 윤종성 준장이 결정적 증거물로 제시된 어뢰 추진체 실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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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천안함 특위 상황은 어떤가. 활동시한이 이달 27일까지인데. 
"원래 23일 특위를 열려고 했는데, 한나라당이 거부해서 금요일로 하려다가 다시 연기됐다고 한다. 사실상 시한은 종료된 것이다. 회의 3번하고 끝나는 것이다. 특위 활동시한은 한 달 연기가 가능한데, 한나라당이 합의를 해줄지…."

- 미국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이승헌 교수와 서재정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천안함 잔해의 흡착물질을 분석·검증한 논문 등을 최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도 제출했다. 이들과는 어떻게 연결된 것인가.
"박선원 박사(전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를 통해 연결됐다. '1번'이라는 글씨가 고온에서 타거나 변색된다는 것과 관련해 의원실을 방문한 두 교수에게 직접 설명을 듣기도 했다.

흡착물질 문제는 이런 것이다. 합조단은 어뢰폭발물의 구성성분 중 하나인 알루미늄이 폭발을 통해 고온상태가 됐다가 급격히 냉각하면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로 변하는데, 이것이 천안함 본체와 쌍끌이로 건져냈다는 어뢰추진체의 흡착물질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즉, 어뢰에 붙어 있는 하얀색 가루와 천안함 본체에 붙어 있는 하얀색 가루가 동일한 물질이고, 폭발에 의해 생긴 물질이라는 것이다. 합조단은 이것을 입증하기 위해 모의실험을 했고, 그 결과로 나온 흰색가루까지 해서 세 가지가 일치하면 완벽하게 어뢰 폭발이 입증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 발표 자료에는 세 가지 흰색 가루의 성분이 모두 같은 것으로 돼 있는데, 폭발은 모의실험에서만 있었다는 것이 이 교수의 분석이다. 합조단 자료 자체에 그렇게 돼 있는데, 사람들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정부가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승헌 교수가 정부 자료를 근거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 교수는 직접 실험도 해봤다. 알루미늄의 용융점보다 훨씬 높은 온도로 알루미늄을 가열한 후 이를 급랭시켜서 나온 결과물을 확인했는데, 합동조사단의 주장과 달리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 국방부는 나중에, "추가 조사했더니 결정질 산화알루미늄을 발견했다"고 말을 바꿨는데.
"대체로 그런 식이다. 허점이 지적되면 말 바꾸고 그런 식이다. 물기둥 문제도 그렇고, 음탐기 문제도 그렇다."

- 정부가 어뢰추진체를 공개하면서, 의심을 거둔 경우도 많은데.
"북한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북한이 한 행동이라는 것이 완전해지기 전까지는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 침수절단설, 피로파괴설, 좌초설, 기뢰설 등과 달리 어뢰에 의한 사건이라고 하면 대단히 엄밀해야 한다. 북한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한에게 뚫렸다고 할 경우에 우리 내부적으로 다치는 사람이 많다."

- 정부가 어뢰추진체를 조작했다고 생각하나.
"그런 말이 나오기 전에 정부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어야 한다. 입증 책임이 정부에 있는 것이다. 스크루가 휜 것은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것이다. 합조단은 스크루 제조사인 가메와사에게 문의한 결과라며 물속에서 돌다가 갑자기 동력이 끊기면서 그 반작용으로 안쪽으로 휘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수용하지 못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어딘가에 얹혔다가 급하게 돌리면서 그렇게 된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그리고 합조단에 가메와사 인력이 참여했다. 이런 경우는 조사단에서 배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

-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현재 집중하는 분야가 있다면.
"생존 장병들을 면담하고 있다. 어제 음탐병과 좌측 견시병 두 명을 만났다. 이 견시병도 섬광이나 물기둥, 화약 냄새가 없었다고 말한다. 함장도 만나고 계속 만날 것이다. 자유로운 상태에서 말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지만 모순이 나타나는 부분이 있다. 합조단은 백령도 해병대의 초소 근무병이 물기둥을 봤다는 건데, 1.8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초소근무병과 바로 근처에 있던 견시병의 증언 중 어느 쪽이 더 설득력이 있고 합리적이겠나."

"북한 어뢰 카탈로그라는 자료 보고 허무했다"

천안함 스크루들이 안쪽으로 휘어져 있다.
 천안함 스크루들이 안쪽으로 휘어져 있다.
ⓒ 최문순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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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군합동조사단이 천안함을 공격한 어뢰와 동일 기종으로 지목한 북한제 어뢰를 홍보하는 카탈로그에 북한의 국가명이 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지난 11일 특위를 앞두고 군에 북한의 카탈로그를 요청했다. 기밀이라 열람만 가능하므로 의원실을 방문해 설명하겠다며 서류 4장을 갖고 왔다. 그런데 카탈로그라고 할 수 있는 건 딱 한 장이었다. 무기 소개 책자의 일부분을 갖고 온 게 아니라고 했다. 카탈로그에는 북한의 '합작회사'(Associated Corporation) 이름이 영문으로 적혀 있고 폭발력 등의 제원, 어뢰절단면, 프로펠러 등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주소도 없고, 북한이라고 확증할 수 있는 게 전혀 없었다.

그래서 이것을 보고 어떻게 북한 것인지 알 수 있느냐고 했더니, 이 회사가 북한의 대외수출사업을 하는 회사임을 증명한다는 영문의 보증서를 내놓더라. 서류 아래에 북한 상공회의소 명의와 주소와 전화번호가 쓰여 있다. 세 번째 장은 어뢰 설계도였고, 부품명은 일본말로 돼 있었다. 넷째 장은 카탈로그에 있는 어뢰 단면도를 확대한 것인데 검은 글씨로 '전원'이라는 단어들이 쓰여 있다. 

이것을 한 덩어리로 입수한 것도 아니고 따로따로 입수했다고 한다. 무기 판매를 위한 홍보물을 딱 한 장으로 만들었을까. 그리고 그 회사가 어느 나라 업체인지를 문서 자체 안에서 설명하지 못하는 카탈로그가 있을까. 억지로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비상식적 아닌가. 이 자료 보고 엄청 허무했다. '1번'도 허무했지만, 아무리 북한이 만들었다고 해도 무기 판매 카탈로그라고 하면 부피가 좀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 설계도에 일본어가 적힌 것은 CD에 담긴 설계도면을 국내 컴퓨터로 읽고 프린터로 출력하는 과정에서 글꼴이 깨지면서 나타난 의미 없는 용어라고 한다.
"변환을 잘했으면 되지, 꼭 깨진 것을 공개했어야 할까. 그것도 이상하지 않나."

"천안함 사건, 황우석 사건보다 훨씬 쉽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
 최문순 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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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우석 사건' 때는 MBC 사장이었다. 이번 천안함 사건과 비교한다면.
"그때보다는 훨씬 쉽다.(웃음) 황우석 사건 때는 애국주의에 기반한 엄청나게 심한 공격을 받았다. MBC는 물론이고, 시골에 계시는 80세 노모가 외출을 못할 정도였다. 이번 건은 남북관계 갈등이 진실에 접근하는 것을 막고 있다. 극우파가 참여연대 찾아가서 공격하기는 하지만, 그때처럼 센 것 같지는 않은 것 같다.(웃음)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같다. 우리 사회가 진실과 사실에 입각해서 정책을 세우고 법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게 돼 있지 않다. 천안함이 대표적이고, 언론악법, 세종시, 4대강도 다 그렇다. 이렇게 해서는 선진국으로 갈 수 없다. 가장 큰 걸림돌이다. 특히 남북관계는 몰아 때리기로 북한 탓으로 돌려버리지 않나. 또 두 사건 다 '불편한 진실'일 수 있다. 천안함 사건도 황우석 사건처럼 진실을 아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일 수 있다."

- 그때처럼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고 보나.
"황우석 박사 때는 두 번의 반전이 있었다. 황 박사가 논쟁하다 병원에 들어갔을 때와 내부 고발자가 나타난 때였다. 이번에는 '1번'이 그렇다. 당시와  비슷한 과정을 겪을 것이라고 본다. 시기가 언제일지 모르지만…."

- 합조단은 '1번'에 대해 심해 수온이 낮기 때문에 남아 있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럴 수도 있는데, 덜 합리적이지 않은가. 250kg의 폭탄이 터지면 1600도에서 3000도까지 고온이 발생한다는데, 그 온도에서 글씨가 변색되거나 타 없어진다는 것과 그렇지 않다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과학적인가."

- 브누코프 러시아 대사가 "천안함 침몰은 쿠르스크호 침몰 사건과 똑같다"고 말했다고 전한 게 논란이 됐는데.
"브누코프 대사를 만난 결과에 대한 보도자료 중 이 부분을 언론에서 러시아가 천안함 침몰 원인을 내부 폭발로 보고 있다고 해석해서 썼다. 당시 통역은 주한 러시아 대사관의 한국말을 잘 하는 러시아인 직원이 맡았다.

그런데 우리는 러시아측이 내부 폭발이라고 보고 있다고 한 적이 없고, 그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천안함 침몰은 쿠르스크호 침몰 사건과 똑같다'고 한 것은, 당시 사건 조사하는 데 2년이 걸렸고 사건 조사에 참여했던 3인이 러시아의 천안함 조사단으로 왔다는 맥락에서 한 말이었다."

주한 러시아 대사를 면담하는 최문순 의원.
 주한 러시아 대사를 면담하는 최문순 의원.
ⓒ 최문순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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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최문순, #천안함 사건, #카탈로그, #물기등, #백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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