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문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장에 의한 외압과 불공정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조 위원장이 일련의 상황들을 전면 부정하고 나서 영화인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조 위원장은 21일 오전 제291회 국회 제2차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 출석해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으로부터 독립영화 제작지원과 마스터영화 지원사업 개입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 당했다.

 

 영진위 조희문 위원장. 영화계 좌파 적출을 주장한 문건을 만든 '한국문화미래포럼'에 참여하고 있다.

영진위 조희문 위원장. ⓒ 성하훈

질의에 나선 강승규 의원은 "영진위가 여론의 초점이 되고 있다, 칸 영화제에 출장을 간 사이에 독립영화 지원과 관련해 심사위원에게 전화를 하고 외압을 가한 적이 있느냐"며 포문을 열었다.

 

이에 조 위원장은 "원만하게 심사를 해 달라고 부탁한 적은 있다"며 "심사 운영 방안을 전달하는 경우는 통상적이다"라고 전화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청탁에 관해서는 부인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왜 심사위원들이 기자회견까지 하게 된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그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다, 공정하게 진행을 해달라고 부탁했고, 자기들도 외압으로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며 "여론이 파급되면서 심사위원장이 깊이 관여한 것으로 와전된 것뿐이다"라고 부정했다.

 

지난달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시> '0점' 논란에 대해서 조 위원장은 "그것은 심사위원 개인 의견이고, 심사에 반영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시는 당선되지 않았지만 투자조합을 통해 5억 원을 지원하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이날 조 위원장은 한나라당 소속인 강승규 의원에게조차 "(영화계에) 다양성이 필요한데 지난 정부가 이념적으로 갔다고 해서 오히려 우편향으로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조희문 위원장은 "영진위가 영화계의 균형과 소통, 통합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는 더욱 노력을 확대해 영화행정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는 의례적인 답변으로 이날 업무보고를 마쳤다.

 

"심사위원에 전화, 외압으로 느낄 정도 아니었다"

 

다음은 강승규 의원과 조희문 위원장과 오간 질의응답 내용이다. 

 

- 전임 위원장이 사퇴한 바도 있고, 영진위 출범 이후 깔끔하지 못하게 운영되고 있다. 위원장이 칸 영화제로 출장을 간 사이 독립영화 지원과 관련해 심사위원들에게 전화를 하고 외압을 가한 적이 있나? 

"원만하게 심사를 해 달라고 부탁한 적은 있다."

 

- 왜 위원장이 공정하게 심사를 해 달라고 요구했나. 

"통상적으로 심사위원들에게 심사 운영방안을 전달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엔 공교롭게도 칸 출장과 겹치면서 위원 선정이 마무리 되지 않았고, 원활한 진행과 공정한 심사를 위해서 그렇게 했다." 

 

- 심사위원은 누가 선정하나. 

"심사위원은 최종적으로 위원장이 선정한다."

 

- 그렇다면 위원장이 선호하는 분들 아닌가?

"심사위원도 그렇고, 영진위 지원사업과 관련해 영화계가 여러 가지로 예민한 부분이 있다. 각각 영화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고, 세대 간의 차이도 있다."

 

- 특정 독립영화를 제작 지원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영화들이 심사에 선정됐나?

"안 됐다."

 

- 심사위원도 선정하고 전화도 하고 부탁도 했는데, (위원장이 원하는 영화가) 선정이 안 됐다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한 건가?

"심사를 공정하게 해달라는 포괄적인 부탁을 한 거다. 또 부탁한 영화들에 대해서 확인을 한 것 뿐이다." 

 

- 지난 정권이나 전임 위원장에서 선정됐다면 모르겠는데, 심사위원들이 기자회견까지 연 것은 이상한 일 아닌가?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다. 공정하게 진행을 해달라고 부탁했고,  자기들도 외압으로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위원장이 전화하는 자체가 불쾌하다, 그것 자체가 불공정한 것 아니냐며 사과를 요구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후 외부적인 여론으로 파급됐고, 심사위원장이 깊이 관여한 것으로 와전된 것뿐이다."

 

- (영화계의) 갈등이 표출된 것으로 봐도 되나?

"일부 그런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 독립영화 지원 시스템이나 위원장 본인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공정한 심사를 부탁했는데, 외압 시비로 기자회견도 열리고 작품도 선정 되지 않았다. 

"앞으로 소통과 통합으로 가져가면서 업무처리에 신경을 쓰겠다."

 

- 이창동 감독의 <시>가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왜 우리 제작지원 심사과정에서는 0점을 준 것인가.

"심사는 독자적인 기준으로 하지만 시나리오를 대상으로 한다. <시>의 접수 내용은 영화 용어로 트리트먼트라고 하는데, 줄거리 세부가 아닌 형태라 평가 기준에 적합하지 않았다. 내용이 아니라 형식적인 기준에 미달해서 심사위원 한 분이 0점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최하점은 점수에 반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0점 처리는 심사위원 개인 의견이고 심사에 반영이 안됐다. 그건 사실이 아니다."

 

- (영화계) 밖에서는 충분히 비판적으로 볼 수 있다. 어떤 심사위원인지 모르겠지만, 이창동 전임 장관이라고 해서 심사 과정에서 지나치게 보수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영진위는 그런 논란에 예민하고 또 그것을 극복하고 소통 할 수 있도록 애를 기울이고 있다. 또 <시>는 당선되지 않았지만 투자조합을 통해서 5억원을 지원했다."

 

- (문화, 영화계는) 다양성이 필요한데 지난 정부가 이념적으로 갔다고 해서 다시 우편향으로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영진위는 특히 관심을 가지고 균형과 소통, 통합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진행 과정에서의 소통이 미진하지 않았나 자책도 하고 있다. 앞으로는 더욱 노력을 확대하고, 결과에 대한 공유가 이뤄져 영화행정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

 

영화계 집회에 나타난 원로 영화인들

 

 영화인 집회에 나타난 원로 영화인과 시네마루 관계자들

영화인 집회에 나타난 원로 영화인과 시네마루 관계자들 ⓒ 영진위 정상화를 촉구하는 영화인 일동

한편 영화계에서는 조희문 위원장의 퇴진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영화인들은 지난 17일 서울 동대문구 홍릉동 영화진흥위원회 앞에서 '조희문 영진위 위원장의 사퇴 촉구 및 영진위 사수를 위한 집회'를 열었다.  

 

'부부젤라'를 앞세운 채 모인 70여 명의 영화인들은 "우리는 영진위 파행의 주범인 조희문 위원장의 사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조희문 위원장은 대다수 영화인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어 "우리는 한국영화의 발전과 문화다,양성을 위해 하루빨리 영진위가 정상화되길 바라며 영진위가 공적기관으로서의 제 역할을 다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을 결의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날 집회에는 영진위 특혜 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시네마루 담당자들과 원로 영화인들까지 등장해 영진위 동원 의혹이 일기도 했다.

2010.06.21 14:49 ⓒ 2010 OhmyNews
조희문 영진위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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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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