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말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년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봤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죠?"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취임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박재동 화백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박 화백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박 화백은 마음 속 흰 도화지에 자신이 상상해 온 학교 모습을 그리고 있는 듯했다.

 

박 화백만이 아니다. 9일 오후 서울 방배동 서울시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취임준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100여 명의 인사들 역시 모두 희망에 차 있었다. 곽 후보는 연방 웃었다. 취임준비위 고문으로 위촉된 이삼열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노무현 전 대통령 후원회장을 맡았던 이기명씨 역시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곽노현 교육감 취임준비위원장 박재동 화백 "꿈을 꾸는 것 같다"

 

곽 당선인 측은 80여 명에 이르는 '매머드급' 취임준비위를 발족시켰다. 이들은 오는 7월 1일 취임식까지 서울시교육청 업무를 보고·인수인계 받고, 정책과 공약 실행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실질적인 '인수위원회'인 셈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박재동 화백이 위원장을 맡았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안승문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사무총장, 이종태 전 한국청소년 정책연구원장, 장은숙 전국참교육학부모회 회장 등 5명은 부위원장을 맡았다.

 

또 배옥병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상임대표, 홍윤기 동국대 교수, 김삼진 혁신학교 덕양중 교장,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김옥성 목사 등 34명은 분과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명박 정부의 성격은, 특히 교육정책 방향은 인수위 시절에 규정됐다. 영어 몰입교육을 상징하는 '어륀쥐 교육'이란 말 역시 인수위 시절에 나왔다. 마찬가지로 '곽노현 체제'의 서울교육의 성격 역시 지금의 업무 인수인계 기간에 규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취임준비위원장 박 화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재동 위원장은 "교육의 새 패러다임을 짤 기회가 드디어 찾아왔다"며 "교육이 그동안 옛날 방식에 갇혀 있었는데, 이제 풀어줄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보수는 물론이고 교육 관료들의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장점을 놓치면 안 된다"며 "편을 갈라 우리 편이 아니면 배제하거나, '정권'이 바뀌었다고 다른 쪽을 적대시하는 문화 풍토는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점령군' 행세를 하며 인사권을 남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또 박 위원장은 "취임준비위가 규모가 너무 큰 것 아니냐"는 지적에 "새로운 판을 짜야 하기 때문에 검토해야 할 일들이 굉장히 많아 지금의 규모는 절대 큰 게 아니다"며 "차분하고, 겸손하게 그리고 세밀하게 일을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박 위원장과 나눈 일문 일답이다.

 

"교육의 새 패러다임 짤 기회가 왔다"

 

- 공식 직함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취임준비위원장'이지만, 사실 서울시교육청 업무 인수위원회를 총괄하는 자리다. 그동안 예술계에서만 활동했는데,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내게는 예술가적 기질이 있지만, 교육에 대한 관심도 많다. 고등학교에서 미술선생 6년을 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애니메이션과 교수로 10년 가까이 일했다. 시사만화가로도 활동했지만 교육계에 더 오래 있었다.

 

평소, 우리 아이들이 초중고 12년을 정말 뿌듯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또 아이들을 기쁘게 하는 교육과 학교를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었다.

 

곽노현 당선인과는 선거 전에 우연히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 때 교육에 대한 내 생각을 이야기 했는데, 곽 당선인이 '내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하더라. 놀라웠다.

 

취임준비위원장 제안을 받고 처음엔 큰 바위가 머리에 떨어진 것처럼 아찔했다. 너무나 중요한 순간, 교육의 새 패러다임을 짤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기쁘고, 설레고, 또 명예롭기까지 하다. 꿈꾸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순간은 한 20년 후에나 올 줄 알았는데, 금방왔다."

 

- '꿈꾸는 것 같다'는 말을 몇 차례 하고 있는데.

"그동안 아이들은 보수적인 교육 환경 속에서 경쟁으로 내몰려 힘든 시간을 냈다. 아이들을 위해 새로운 교육을 할 기회가 드디어 왔다. 이번 기회에 잘 하면 된다. 이런 상황이 왔다는 것 자체가 정말 꿈을 꾸는 것 같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지?(웃음)"

 

- 서울에서 진보 교육감 후보가 왜 선택받았다고 생각하나?

"시대적인 요구인 것 같다. 물론 현실 선거에서 보수는 분열한 반면, 진보는 단일화에 성공한 원인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아이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나. 국가적, 사회적으로 새로운 교육의 틀이 필요하다. 교육이 새로운 길로 가지 않으면 안 되는 때가 왔다. 교육이 그동안 옛날 방식에 갇혀 있었는데, 이제 풀어줄 때가 됐다."

 

- 기존 교육 관료들과의 화합과 소통도 중요할 텐데.

"당연하다. 우리는 어제(8일)부터 일을 시작했는데, 이제 대화하고 소통해 나갈 것이다. 관료들에게는 오랜 경험이 있고, 우리에게는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둘이 잘 어울려야 한다. (교육계에서 오래 활동해 온 분들의) 장점을 놓치면 안 된다. 포용하면서 함께 하자고 말할 예정이다."

 

"우리가 점령군? 교육관료와 대화하고 소통하겠다"

 

- 교육관료, 혹은 보수 일각에서는 곽 당선인 쪽을 두고 '점령군'이란 표현까지 쓰고 있다.

"편을 갈라 우리 편이 아니면 배제하거나, '정권'이 바뀌었다고 다른 쪽을 적대시하는 문화 풍토는 없어져야 한다. 내가 교육청 인사에까지 관여하지 않지만, 지금까지 교육계에서 일해 온 분들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 크게 걱정하지 마시고, 함께 가자는 말을 하고 싶다."

 

- 교육행정에 안착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상황 판단을 하기까지 약 1년 정도는 필요할 것이다. (교육 개혁의) 큰 방향은 잡았다. 다만 빨리 할 일과 천천히 해야 하는 일을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교사들과 대화하면서 함께 가야 한다. 교사들을 괴롭게 만들면 안 된다. 당선인이 여러 상황을 잘 알고 있더라."

 

- 곽 당선인 자녀가 외고 재학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는데. 

"그런 이야기는 아직 구체적으로 나누지 못했다. 얼핏 들은 바로는, 아이가 원해서 들어갔다고 한다. 곽 당선인 역시 외고 폐지를 주장한 게 아니라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 아닌가."

 

- 취임준비위원회 규모가 80명이 넘는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냐'는 비아냥 같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리 교육의 현실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지금 시대는 새로운 창의적 인간형을 필요로 한다. 아이들의 노력과 땀을 정말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교육의 변화는 시대적 여망이다. 그동안 변화가 없어서 고통이 심했다. 새롭게 판을 짜야 하는데, 솔직히 지금의 취임준비위원회 규모는 결코 크지 않다. 아이디어가 있다고 일이 되는 건 아니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어떤 정책은 언제 어떤 식으로 실현 가능하다 등의 계획을 짜야 한다. 적은 인원이 무리하게 일을 진행하면 안 된다. 검토해야 할 일들이 굉장히 많다. 차분하고, 겸손하게 그리고 세밀하게 일을 진행하겠다."

 

- 곽노현 당선인은 물론이고 진보 진영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전체적으로 아이들이 학교 공부를 통해서 고무되고, 학부모들 역시 상당한 만족감을 얻어야 한다. 곽 당선인이 혁신학교를 많이 주장했는데, 학습능력은 꼭 향상시켜야 한다. (진보 교육감이 탄생하니) 다 좋은데, 학습 능력이 저하된다는 평가가 나오면 다시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 새롭게, 재밌게 그리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학생 학습능력을 차분히 향상시켜야 한다."


태그:#박재동,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