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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기다리는 것이 사람일까

과거일까

미래일까

목을 멀리 빼고 골목을 바라보는

눈길

세월만이 속절없다

 

 

끝내 이루어지지 못할

염원 

끝끝내 오지 못할 과거

머나먼 기다림

뒷걸음질 치는

앞 날

 

이 많은 보따리들

사연 덩어리들

몸뚱이 하나 의탁 할

도구들

무겁고 무거운 업연들

 

 

어머니 보.따.리.

 

가로 막을 수 없는

굳센 의지

둘둘 뭉쳐 넣은 맹렬한

기다림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

 

 

비밀 하나를 연다

검은 비닐봉지 속에서 꺼내는

새하얀 비닐봉지

 

 

 

새하얀 비닐봉지 속에서

비밀이 풀려 나온다

어렴풋이 알듯 말듯

한 순간 꿈인듯

비닐 봉지 속에서 비치는

비밀

 

 

파우다.

4년 전 내가 사다 드렸던 파우다.

아기들 속 살에나 바르는 파우다를

팔십 중반에 사타구니에 바르며

울던 바로 그것.

세기의 명약이 되어

어머니의 재산목록 1호로 숨어 있다.

 

 

휠체어 두 바퀴에 

기다림을 싣고

과거를 싣고

어지러운 나이를 싣고

출발했다

무릎위에 차곡차곡 포개 싣고

길 비켜라

보따리 대장 나가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모를 모시는 사람들(cafe.naver.com/moboo)>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어머니, #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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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農)을 중심으로 연결과 회복의 삶을 꾸립니다. 생태영성의 길로 나아갑니다. '마음치유농장'을 일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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