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신륵사 앞 '야간 전투'
ⓒ 여강선원

관련영상보기


여기 4분짜리 동영상을 보아주십시오. 끽-철커덕-삑-. 지난 7일 자전거를 타고 서울에서 120여km를 달려 도착한 경기도 여주 천년고찰 신륵사에서는 난데없이 '야간전투'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10여 대의 굴착기가 눈에 불을 켠 채 연신 모래톱을 찍어 덤프트럭에 실었습니다. 굴착기에서 '삑-'하고 다 실었다는 신호음을 내면 '윙-'하면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 덤프트럭이 이동했습니다. 여기저기서 강렬한 불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어둠을 날카롭게 찢는 괴물소리 같은 이 기계음으로 인해 이날 밤 신륵사는 한숨도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에 '친환경'이란 수식어를 달았지만, 굴착기와 불도저가 점령하기 전의 이곳은 수달의 서식지였습니다. 그렇다면 준설 공사가 끝난 뒤 수달은 이곳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요? 이 동영상 하나로도 '4대강 살리기'의 허구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날 낮에 가 본 이포대교 앞도 전쟁터였습니다. 수십여개의 굴착기가 수려했던 백사장을 점령했고, 트럭들이 줄지어 그 모래를 퍼나르고 있었습니다. 물막이용으로 만든 모래톱 위의 서식처가 몽땅 허물어져내리는 것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듯한 7∼8마리의 왜가리들이 처연했습니다. 덤프트럭이 수시로 드나들면서 뿌연 흙먼지를 날렸고 남한강 맑은 물엔 강의 죽음을 알리는 피눈물인양 흙탕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지방선거에서 4대강 사업을 국민들이 심판했는데..."

이포대교 밑 준설공사 현장
 이포대교 밑 준설공사 현장
ⓒ 성낙선

관련사진보기


여주 여강선원(선원장 수경 스님)의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 이후 더 박차를 가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은 이와는 정반대였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국가권력을 총동원하면서 밀어붙이고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 대국민 홍보전까지 벌였지만 국민의 이성을 마비시키지는 못했습니다. 또 선거를 앞두고 공정선거를 감시해야 할 선관위까지 동원해 유권자들의 입을 틀어막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표를 장악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그럼에도 4대강은 하루가 다르게 주검의 현장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국민은 4대강을 심판했지만, 이날 낮에 찾아간 경기도 두물머리 비닐하우스 농성장에서는 111일째 미사 준비로 바빴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강정근 신부는 "이 정권의 교만과 오만이 하늘을 찌른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토건세력의 이해만을 위해 민의를 계속 배반한다면 더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미사에 참가하려고 두물머리를 방문한 윤화섭 경기도의회 의원도 "1년에 몇천억 원씩 팔당 상수원에 퍼부어도 수질 개선이 어렵다"면서 "일부에서는 그 원인을 유기농 농사에서 찾는데, 이 지역에 콘크리트를 바르고 레포츠 공간으로 만든다면 수도권 시민들의 식수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라며 도의회 차원에서 강력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그는 특히 "김문수 도지사가 2011년 세계 유기농 대회를 유치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 지금은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 상태로 방치한다면 국제적 망신을 당할 것"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유영훈 팔당생명살림 회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4대강 사업을 국민들이 심판했는데 어영부영 계속 한다면 정권이 파국을 맞을 것"이라면서 "선거 전까지는 4대강 반대 운동을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라고 자조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우리가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4대강, 단임 대통령의 치적 쌓기 희생양 될 수 없어

신륵사 강월헌 정자에서 바라본 4대강 야간공사 현장
 신륵사 강월헌 정자에서 바라본 4대강 야간공사 현장
ⓒ 여강선원

관련사진보기


지방선거 참패에도 야만과 광기에 휩싸인 4대강 사업은 계속 진행 중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반대하는 국민들을 향해 여전히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마라'고 윽박지르고 있습니다. 강의 곳곳에 사실상 댐 16개를 세워 물의 흐름을 정체시키고도 물이 많아지면 수질이 좋아진다는 기상천외한 '희석론'들 들고 나와 국민에게 이를 믿으라고 겁박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홍수의 대부분이 지천에서 발생하는데도, 전체 하천 길이의 1%도 안 되는 4대강 사업을 통해 홍수를 예방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철새 보호구역 안에 체육시설을 설치하고 철새들의 낙원으로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며, 낙동강에서만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너비 200m, 높이 6m로 쌓을 수 있는 4억4천만t의 모래, 강의 생명의 터전을 모조리 파내면서도 4대강을 살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2008년 5월 김이태 박사(한국건설기술연구원)는 양심선언을 통해 "한반도 물길잇기와 4대강 정비계획의 실체는 운하계획"이라면서 "아무리 쥐어짜도 반대논리를 뒤집을 대안이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영혼 없는 과학자가 되라고 몰아치는 것 같습니다"라고 절규했습니다. 4대강 사업은 '제2의 김이태 박사'들을 양산하면서 공무원들의 영혼을 질식시키고 있습니다. 최근 문수 스님은 소신공양을 통해 참담한 현실을 고발하며 스스로 목숨마저 끊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는 이 전쟁의 끝은 어디일까요?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가혹한 심판이 그 전조입니다. 4대강을 계속 파헤친다면 더 혹독한 심판이 예고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날 밤 여강선원에서 굴착기 굉음을 들으며 지인들과 앉아있던 수경 스님은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다음과 같은 죽비소리를 날렸습니다.

"저러다가 엄청난 매를 맞고 쫓겨날 것이야."

지금이라도 당장 생명의 강을 파헤치는 '재앙의 굴착기'는 멈춰야 합니다. 수천년 흘러온 우리의 4대강은 독선과 오만으로 일관한 단임 대통령의 정치적 치적 쌓기 희생양이 될 수는 없습니다.


태그:#4대강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8,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환경과 사람에 관심이 많은 오마이뉴스 기자입니다. 10만인클럽에 가입해서 응원해주세요^^ http://omn.kr/acj7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