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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수분
▲ 인공수분 인공수분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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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감귤 주말농장에 이사 온 키위나무 2그루에 꽃이 피었다. 4년 전 주말농장에 이사 올 때는 1m도 안 되는 나무 막대기에 불과 했는데, 이제는 줄기가 뻗어나고 이파리도 제법 무성해졌다. 사실, 감귤농장도 제대로 하기 힘든 상황에 키위나무를 돌보는 일은 생각지도 못했다. 관심 부족이었을까. 서너 해 봄을 맞이했건만 도무지 꽃이 피지 않았다.

"조카, 이 키위나무는 남자야. 만약 주변에 여자 키위나무가 있으면 벌과 나비가 자연수분을 해서 열매를 맺게 될 테지만, 자연수분이 안되면 인공수분을 해야 해."

키위나무를 내게 주신 삼촌의 말씀이셨다. 유실수나무에도 암수가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인공수분을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

키위꽃
▲ 키위꽃 키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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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수분한 키위꽃
▲ 키위꽃 인공수분한 키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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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꽃
▲ 키위꽃 키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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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꽃
▲ 키위꽃 키위꽃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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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 전, 키위나무에서는 콩알만한 꽃봉오리가 돋아났다. 그런데 도무지 개화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키위 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내게 키위 꽃에 대한 환상은 제법 컸다. 꽃망울을 터트리는 순간을 학수고대했던 것이다.

드디어 지난 주말, 하얀 키위 꽃이 얼굴을 내밀었다. 고개를 숙인 하얀 키위 꽃은 6월의 신부였다. 뭐랄까, 우아하고 청초한, 순수한 꽃이었다. 그저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부가가치를 누리는 행복함이었다. 2그루에 피어난 꽃은 겨우 10여 개. 그 10여 개의 키위 꽃을 보며 호들갑을 떨었다.

삼촌의 키위농장을 방문했다. 비닐하우스로 키위를 재배하시는 삼촌댁 키위농장에는 벌써 키위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삼촌, 드디어 키위 꽃이 피었어요. 인공수분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호들갑을 떠는 나를 보며 삼촌께서는 웃고만 계셨다. 그리고는 종이컵에 빨간 꽃가루를 담아 주셨다. 붓으로 빨간 꽃가루를 묻혀 키위 꽃 수술위에 발라 주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인공수분이란 것이었다.

인공수분
▲ 인공수분 인공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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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루
▲ 꽃가루 꽃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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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수분
▲ 인공수분 인공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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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나무
▲ 키위나무 키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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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꽃가루를 받아들고 주말농장으로 향하는 마음은 설렘과 흥분이 교차했다. 삼촌의 말씀대로 붓에 꽃가루를 묻혀 수줍게 핀 하얀 키위꽃 수술 위에 묻혀 주는 내 손은 떨고 있었다. 하얀 수술도 내 맘을 아는지 수줍은 듯 흔들렸다. 6월의 바람이 지나갔다. 키위 꽃 수술은 부끄러운 듯 홍조를 띠었다. 

하나의 열매를 잉태하기 위한 작업은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길 기다리는 마음처럼 간절했다. 인공수준 작업은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하나의 열매가 맺기까지 자연의 섭리는 참으로 오묘한 것, 그 떨림의 마음은 세상은 혼자는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태그:#키위 인공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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