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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규모의 제5대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끝났다. 그런데 영 개운치 않다. 아직도 지난 신문의 여론조사 결과가 자꾸만 눈에 밟힌다. 선거기간 내내 여론조사는 정치커뮤니케이션의 강력한 수단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선거 초반부터 각 정당과 후보들은 여론조사 정치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론조사에 거는 기대가 컸다. 

여론조사 결과를 공천의 기준으로 활용했을 뿐 아니라 후보들도 선거운동 전략으로 여론조사를 적극 이용했다. 언론사들도 여론조사를 선거보도의 중요한 소스로 활용했다. 사상 최대의 지방선거를 앞두고 언론사들은 연초부터 앞 다퉈 여론조사를 영상과 지면에 경쟁적으로 반영했다. 결과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 즉석 여론조사에 춤추기와 널뛰기를 반복했다.   

5개월 동안 1만5천여 건 여론조사 보도... 전국지 가장 많이 활용

지난 1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한국언론재단>이 운영하는 뉴스검색 사이트 '카인즈'에서 '여론조사'로 검색된 기사 건수를 표로 작성한 것.
 지난 1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한국언론재단>이 운영하는 뉴스검색 사이트 '카인즈'에서 '여론조사'로 검색된 기사 건수를 표로 작성한 것.
ⓒ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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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변수들이 민심과 선거 판세를 뒤흔들었지만 그때마다 언론은 '여론조사만한 증빙자료가 더 없다'는 듯이 여론조사에 기댔다. <한국언론재단>의 뉴스검색 사이트인 '카인즈(KINDS)'를 통해 주요 언론사들이 내보낸 '여론조사' 관련 보도 횟수만 봐도 알 수 있다. 올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간 '카인즈'에 수록된 각 언론사들의 기사제목과 본문에서 '여론조사'를 검색어로 검색한 결과 5개월 동안 무려 1만4911건이 검색됐다.

이 중 서울에서 발행되는 전국종합일간지 10개사와 서울지역 외에서 발행되는 지역종합일간지 25개사, TV방송 4개사(KBS, MBC의 9시 종합뉴스 및 SBS의 8시 종합뉴스, KNN에서 보도된 기사)를 살펴보았다.                                                

표에서처럼 1월부터 5월까지 '여론조사' 관련기사는 꾸준한 증가추세를 보였다. 이 가운데 전국종합일간지는 모두 4100건으로 언론사당 평균 410건을 보도해 다른 매체보다 많은 여론조사 기사를 쏟아냈다. 이어 지역종합일간지는 모두 6185건으로 언론사당 평균 247건, 지상파를 중심으로 한 TV방송사는 931건으로 언론사당 평균 233건 가량을 기사로 내보냈다.      

이 가운데 전국종합일간지는 선거를 한 달 앞둔 5월에 가장 많은 1356건을 보도했고, 지역종합일간지는 4월에 가장 많은 1870건을 보도했으며, TV는 5월에 가장 많은 352건을 보도했다. 각 언론사들이 선거를 1~2개월 앞두고 여론조사에 의한 표심분석을 집중적으로 실시한 것으로 분석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언론사들은 곧 드러날 결과를 미리 예측하며 정당별 또는 후보별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마식 보도를 하면서 '세종시', '4대강', '천안함', '북풍', '노풍' 등을 주요 변수로 부각시키며 여론조사 결과에 주목했다. 이번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과, 차기대선 전초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사전 여론조사 결과 무참히 빗나가... '밴드왜건' 앞지른 '언더독' 효과?

그러나 이번 선거과정에서 여론조사는 많은 문제점을 남겼다. 결과와 너무 다른 예측보도가 난무했기 때문이다. 선거 초반부터 각 여론조사 결과는 여당인 한나라당이 압승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결과는 민주당이 광역단체장·기초단체장 등에서 압승하고 한나라당이 참패한 것으로 끝났다. 향후 이명박 정권의 국정장악력이 떨어져 조기 레임덕이 올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할 만큼 여당에는 참담한 결과를 안겨준 선거였다.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 즉 '편승효과로 의사결정에 있어 강자나 다수파가 택하는 것을 추종해 결정하는 현상'이 현실에 그대로 적용됐다면 아마 여론조사 결과대로 투표결과도 나왔어야 옳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나타났다 '절대 강자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약자에게 연민을 느끼며 이들이 언젠가는 강자를 이겨 주기를 바라는 현상'인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가 결과적으로 이번 선거에서 반영됐다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지방선거 개표결과 주요 언론사나 여론조사기관의 사전 여론조사는 어김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투표 직후 실시된 방송3사의 출구조사는 비교적 정확해 분명한 대조를 이뤘지만,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격차가 유독 심하게 나타난 점은 두고두고 입줄에 오르내릴 전망이다. 그동안 실시됐던 서울시장 후보들의 지지율 여론조사가 '정치여론조사'란 따가운 지적을 받고 있다. 

왜 그럴까? 여론조사 결과 발표 금지 시점인 5월 26일 이전으로 되돌아 가보자. 언론에 경쟁적으로 발표된 여론조사들을 보면 어지러울 정도로 다르다. 거의 같은 시기에 진행한 조사인데도 언론사와 조사기관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특히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마다 오세훈 후보가 다른 후보들에 비해 2자리 수 이상 크게 앞질렀다. 보수신문들의 여론조사에서 특히 심하게 묻어났다.

<조선일보>의 지난 5월 15일 여론조사를 살펴보자. 서울시장의 경우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는 민주당 한명숙 후보를 11.9% 포인트 앞섰다. 또 <동아일보>의 5월 13∼17일 조사에서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17.4% 포인트, <중앙일보>의 5월 13∼14일 조사에서는 22.8% 포인트까지 벌어졌다. 5월 16일 방송3사(KBS, MBC, SBS) 공동조사에서도 16% 포인트 차이가 났다.

그 많던 오세훈 후보 지지층 모두 어디로 갔나?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3일 새벽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설치된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6.2 지방선거 개표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3일 새벽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설치된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6.2 지방선거 개표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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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선거당일 방송3사의 출구조사에선 오 후보가 한 후보에 비해 겨우 0.2% 포인트 앞서는 초경합 지역으로 분류됐다. 개표 결과 오 후보는 민주당 한명숙 후보 사이보다 0.6%포인트 차로 간신히 이겼다. 그렇다면 그 많던 지지층이 모두 어디로 갔단 말인가?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가장 큰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경기지사와 인천시장 선거 역시 같은 맥락의 흐름을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조선일보> 사전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는 42.4%의 지지율로 야권 단일후보인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30.2%)를 10% 포인트 이상 크게 앞질렀다. 그러나 방송사 출구조사에서는 지지율 격차가 4.2% 포인트로 줄었고, 실제 개표 결과도 출구조사와 비슷한 양상을 나타냈다.

인천시장의 경우 <중앙일보> 사전 여론조사에선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가 민주당 송영길 후보를 10.3% 포인트 앞섰으나 출구조사는 이와는 정반대로 송 후보가 안 후보를 6.6% 포인트 차이로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개표 결과 송 후보는 안 후보를 비슷한 표차로 따돌리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동아일보> 사전 여론조사에서 접전으로 나타났던 경남과 충청권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충북의 경우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 정우택 후보가 9.3% 포인트 차이로 승리하는 것으로 예측됐으나 출구조사에서는 민주당 이시종 후보가 1.1% 포인트의 근소한 표차로 이기는 것으로 나왔고 실제 이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한나라당 이계진, 민주당 이광재 후보가 각축을 벌였던 강원지사 선거 역시 여론조사에서는 이계진 후보가 7.4% 포인트 앞섰으나 출구조사에서는 오히려 이광재 후보에게 6.8% 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출구조사대로 이광재 후보는 승리를 확정지었다.

왜 이렇게 여론조사가 실제 투표결과와 다르게 나타난 것일까? 사전 여론조사와는 달리 이번 지방선거가 한나라당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 미디어 선거시대 공정과 객관을 우선 가치에 놓고 유권자들의 선택을 도왔어야 할 언론이 이른바 '여론조사 정치'로 표심을 왜곡했다는 따가운 지적이 나올만하다.

방송 3사, 선거기간 내내 한나라당 압승한다더니...

6.2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방송 3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출구조사를 발표했다.
 6.2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방송 3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출구조사를 발표했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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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기간 종반 내내 이른바 '북풍'에  올인 하던 <조선>·<중앙>·<동아일보>뿐 아니라 유례없는 공동 예측조사를 진행한 KBS·MBC·SBS 지상파 방송 3사의 여론조사도 예외는 아니다. 일찍부터 표심을 가를 정책 이슈로 꼽혀왔던 '무상급식', '4대강 사업', '세종시 수정' 등에 대한 보도는 외면하면서,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정부·여당 측 입장을 '합리적 의심' 없이 전달하고 선거 막판까지 광역단체장 판세와 관련한 여론조사 보도만을 쏟아낸 방송사들의 여론조사도 문제점으로 들 수 있다. 출구조사로 모든 게 끝난 게 아니다.

특히 사상 최초로 공동 여론조사를 실시한 지상파 방송 3사의 여론조사 관련 보도는 선거 막판까지 논란이었다. 이들 방송 3사는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 결과를 전달하기 위함이라고 공동조사의 취지를 밝혔지만, 적극 투표층 등에 대한 면밀한 고려가 없는 결과는 되레 유권자인 시청자들에게 '판세'를 단정하게끔 해 표심을 왜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송 3사는 지방선거 기간 동안 모두 3차례 조사를 실시했고, 선거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여론조사 발표기간 동안 2차례 조사결과를 보도했다. 첫 번째 여론조사 보도는 지난 5월 17일. 이는 5월 14~16일 사이에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로 서울에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16% 포인트 앞섰다. 인천과 경기도에서도 각각 안상수 한나라당 후보가 송영길 민주당 후보를 10.2% 포인트,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가 유시민 민주당 후보를 9% 포인트 앞섰다.

두 번째 여론조사는 지난 5월 24~26일 사이에 진행해 5월 27일 보도됐다. 여기서도 오세훈․한명숙 후보의 격차는 17.8% 포인트 였으며, 안상수-송영길 후보와 김문수-유시민 후보의 격차도 각각 11.3% 포인트, 12.1% 포인트 차이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되고 있는 정권의 방송 장악 논란 속 지상파 방송 3사가 '이례적으로' 합동 조사를 실시한 것을 놓고 민주당 등 야당은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 왔다.

개표 결과, 그동안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는 완전히 빗나간 반면 방송 3사의 공동 출구조사는 정확히 맞아 떨어져 대조를 보였다. 특히 서울ㆍ인천ㆍ강원ㆍ충북 지역의 실제 득표율은 기존 여론조사와 반대의 결과를 보였다. 여론조사 공표시한 직전에 실시한 이들 방송 3사의 여론조사에서는 주요 광역단체장 선거 가운데 한나라당 후보들이 야당 후보들을 10~20%포인트 넘게 따돌렸었다.

여론조사와 다른 결과,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왜?

KBS, MBC, SBS 공동 출구조사에서 오세훈 한나라당(47.4%) 후보가 한명숙 후보(47.2%)를 다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KBS, MBC, SBS 공동 출구조사에서 오세훈 한나라당(47.4%) 후보가 한명숙 후보(47.2%)를 다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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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과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신승, 강원ㆍ경남ㆍ인천ㆍ충남에서의 야권 승리로 귀결됐다. 그렇다면 왜 이번 여론조사는 개표 결과와 이토록 달랐던 것일까? 눈치 빠른 언론사들은 이번 여론조사가 개표 결과와 큰 차이를 보인 것은 평소 여론조사에서 잡히지 않는 '숨은 표'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은근슬쩍 분석했다.

더 나아가 전화여론조사 한계를 핑계 삼는 곳도 눈에 띈다. 일반전화 방식의 여론조사 수용자들은 주로 중장년층이라면서 젊은 유권자 표본을 확보하기 어려웠다고 둘러댔다. 당연히 전화 방식의 여론조사 응답률은 10% 대에 불과한 것이어서 그만큼 신뢰성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처럼 여론조사 결과가 틀리면 이 핑계 저 핑계를 둘러대며 빠져나기기 일쑤다. 책임은커녕 사과나 반성조차 없다. 그러나 여론조사가 유권자들의 표심을 충분히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선거기간 내내 참으로 아슬아슬했다. 언론사들 모두가 경합 또는 초경합 지역의 후보 간 격차를 이처럼 높게 단정 지어 보도할 때 여론조사에 앞서는 후보들에 표가 몰리는 '밴드왜건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연초부터 경쟁적인 여론조사 발표는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선거판이 결정된 것처럼 지나친 비약과 유추가 난무했다. 스포츠중계를 하듯이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인위적인 재해석 보도를 해댔다. 마치 선거결과를 이끌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하기도 했다.

이 시점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냉철하게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다음 선거를 위해서다. 가장 큰 문제는 표본추출의 문제였다. 모집단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표본을 선정해야 한다. 최소한 지역, 인구, 연령, 성별, 직업 등의 안배가 필수다. 그런데 집 전화나, 특히 전화번호부를 이용하는 경우 직장인들보다는 가정주부나 개인 사업을 하는 유권자들이 설문에 응하는 경우가 많아 모집단의 특성과 동떨어진 결과가 나오게 된다.

응답률 낮은 전화조사, 부실한 표본추출, 책임 한계 등 문제

특히 성별 안배가 되지 않을 경우 더욱 심각한 문제점이 발생한다. 따라서 유권자는 표본을 어떻게 추출했느냐의 방법론을 정확히 알고 결과해석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지키는 언론사가 과연 얼마나 있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또 한 가지는 전화응답률의 문제점이다.

일반적으로 응답률이 높아야 모집단의 특성을 충실히 반영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 전화조사의 경우 10%대의 응답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적극적 응답계층 중심의 여론조사 결과로서 모집단을 대표할 수 없다. 부실한 여론조사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기관들이 표본의 충분성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고 통계적으로 인정되는 표본의 최소인원만을 선정하는 방식이 문제다. 이는 여론조사에 소요되는 비용과 관계되기 때문에 쉽게 개선되지 않는 이유다. 이럴 경우 여론조사의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

여론조사관련 통계학의 용어(신뢰수준, 오차범위)에 대한 이해부족도 문제점으로 제기할만하다. 실제 여론조사에서 한 후보가 32%, 다른 후보가 36% 지지율에 신뢰수준 95%, 오차범위± 4.5로 발표됐다면, 다수의 유권자들은 4% 포인트 차이가 있다고 믿게 된다. 하지만 오차범위 내에서의 차이는 통계학적 의미가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언론은 '당선 유력' 또는 '지지율 앞서' 등의 선정적 표현으로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한다. 여론조사의 시기 또한 문제다. 지방선거의 경우 현직이 갖는 프리미엄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선거운동이 본격화되기 전의 여론조사는 당연히 현직 후보자가 우세할 수밖에 없다. 성급한 조사결과 발표는 밴드왜건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러한 여론조사는 자칫 정치과정 자체를 방해할 수 있다. 여론조사가 활발할수록 부정확한 조사가 양산되며 결과적으로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은 바로 이 때문이다. 같은 시점에 실시한 여론조사들도 그 결과가 서로 다르게 나왔다. 이는 유권자들의 판단 기준의 준거점을 흐리게 말들 수 있다. 그런데도 언론사들은 선거 때만 되면 여론조사기관에 하루 이틀의 시간만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스스럼없이 하곤 한다.

앞선 선거 여론조사에서 실패한 여론조사회사들과 언론사들이 살아남기 때문에 다음 선거에서 또다시 사고를 치도록 놓아두는 우리사회도 문제다. 미국의 경우 하루아침에 문을 닫는 경우가 있었다. 1936년 미국 대선에서 비교적 잘나가던 <리터러리 다이제스트> 잡지사가 선거 예측을 잘못해 바로 문을 닫은 사례는 두고두고 미국 언론사와 여론조사전문회사들이 교훈으로 삼고 있다. 
        
여론조사 잘못한데 대한 불신임, 불매운동 벌여 책임 물어야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너무 관대하다. 정직하지 못한 응답과 성급한 자료 해석만을 들먹이며 국민에게 사과하고 지나칠 일이 아니다. 더욱이 빗나간 여론조사에 대해 사과조차 하지 않는 여론조사, 언론사가 더 많다.

책임을 물어 학계나 시민단체 등에서 이들 여론조사회사들에 대한 불신임, 불매운동을 벌여 이들 회사들을 조사업계에서 일정 기간 동안 퇴출시키지 못한다면 다음 선거에서 다시 이러한 실패가 반복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언론사도 마찬가지다.

불신임, 불매운동은 일정기간 동안 이들 여론조사회사들에게 조사용역을 맡기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언론에서도 이들이 실시한 조사를 인용 보도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반한 언론사들에게도 마찬가지 제재를 가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던져준 충격과 혼란, 여론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킴으로써 정치적 과정의 방해와 더 나아가 민주주의를 방해한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빗나간 여론조사회사들과 이를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 어떤 형식으로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현행 선거법도 문제다. 공직선거법 제108조에 따르면 선거일 6일 전, 부재자투표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선거일의 투표 마감 시각까지 관련 여론조사를 공표하거나 인용해 보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금지기간 이전에 조사를 실시하거나 결과가 공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인용 보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사과정과 결과의 부실함과는 상관없이 보도가 허용된다. 결론적으로 분명한 것은 여론조사는 참고자료일 뿐이다. 여론조사가 마치 선행된 투표결과인양 발표하여 유권자들의 표심을 흐리거나 현명한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


태그:#지방선거, #여론조사, #출구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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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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