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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일요판 신문인 <중앙선데이>가 한국언론 최초로 '밀려난 북한의 후계자' 김정남씨(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남)를 인터뷰해 화제다.

<중앙선데이>는 지난 4일 마카오 신도심 코타이에 위치한 알티라 호텔 10층 양식당('오로라')에서 김씨를 만나 김정일 위원장 건강상태와 유럽망명설 등을 물었다.

김씨는 <중앙선데이>와 한 '10분간'의 인터뷰에서 "아버지 건강은 좋다"고 전했다. 특히 '유럽망명설'과 관련해서는 "제가 왜 유럽으로 가죠?"라고 반문한 뒤 "유럽 쪽으로 갈 계획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우암각 사건'에 뿌리 둔 '유럽망명설'... "거기로 갈 이유 없다" 부인

김씨는 "그 나라(유럽)는 아시다시피 제가 과거에 여행을 했지 않나"라며 "거기로 갈 이유가 없다"고 거듭 유럽망명설을 부인했다. 현재의 거처를 유럽으로 옮길 계획이 없다는 것.

김씨가 유럽으로 망명할 것이라는 관측은 지난 2009년 봄 북한에서 일어난 '우암각 사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우암각 사건'이란 지난해 4월 평양 중구역의 안가인 '우암각'으로 국가보위부 수색팀이 들이닥친 것을 가리킨다.

당시 김씨는 자신의 평양 별장격인 우암각을 거점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인사들과 '비밀파티정치'를 벌여왔다. 그런데 이복동생인 김정은이 국가보위부를 시켜 이 파티에 참석한 인사들, 즉 김씨의 측근들이 누구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급습하게 했다는 것.

국가보위부가 급습해 관리원 몇 명을 연행해 조사하자 김씨는 서둘러 싱가포르로 도피했다. 이 사건은 북한의 후계구도에서 김씨가 김정은에게 완전히 패배했음을 뜻한다. "그때부터 정남씨의 머리에 망명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한 소식통의 전언이다.

하지만 김씨는 <중앙선데이>에서 '지난해 4월 선생님의 아우님이 우암각을 수색했다고 하는데'라고 묻자 "모른다"고 답했다.

또한 김씨는 '(김 위원장 후계자인) 정은이 김옥 여사의 아들이라는 얘기를 (김정남씨가) 하고 다닌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얼굴이 딱딱해지면서 "뭔 얘기인지 전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평양음악무용대학을 졸업한 김옥이 김정은의 생모라는 주장이 있다. 김옥은 80년께 기쁨조로 발탁된 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관리 담당 서기가 됐다. 이후 내연의 관계로 발전해 1984년 김정은을 낳았다. 하지만 김정은은 김 위원장의 부인인 고영희의 아들로 꾸며졌다는 것.

김씨가 지난해부터 "(김정은은) 후계 자격이 없다"는 식으로 말해온 것도 이러한 '혈통의 비밀'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한편 <중앙선데이>는 김씨의 내연녀인 이혜경씨와 사이에서 낳은 아들 한솔군과도 인터뷰했다. 한솔군은 취재진의 질문공세에 영어로 "프라이버시를 지켜주세요(I want my privacy)"라고 말했다.

김씨의 내연녀인 이씨는 현재 마카오의 가안각 아파트 맨 윗층을 전세내 한솔군, 솔희양과 살고 있다. 김씨는 고려항공 스튜디어스 출신인 서영라씨와 마카오의 해양화원 아파트 22층에서 살고 있다.

다음은 한국언론 최초로 이루어진 <중앙선데이>와 김씨의 인터뷰 전문이다.

"천안함? 나는 모른다... 거처를 옮길 계획이 전혀 없다"

- 어떻게 지내십니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 됐죠?"

- 반갑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온 <중앙선데이> 기자입니다. <중앙일보>의 일요일 신문이죠.
"남쪽 기자시군요. (기자가 명함을 건네자) 남쪽 기자는 처음 만납니다. 지금까지 일본 기자는 좀 만났지만."

- 어떻게 사시는지 궁금해서 왔습니다. 몇가지 좀 여쭙겠습니다.
"…."

- 아우님(김정일 위원장의 3남이자 후계자인 정은)이 김옥(46) 여사의 아드님이라는 말씀을 하고 다니신다는 얘기를 마카오에서 들었습니다.
"(여유를 부리던 얼굴이 딱딱해졌다) 뭔 얘기인지 전혀 모르겠는데요."

- 오전에 아드님을 만났습니다.
"가족 프라이버시는 지켜주시죠."

- 아버님(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은 어떠세요?
"좋습니다."

-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천안함? 나는 모릅니다. 그만하시죠."

- 유럽 쪽으로 가실 거란 얘기가 들리던데요.
"유럽 쪽으로 간다는 건 무슨 의미죠? 제가 왜 유럽 쪽으로 가죠? 아이고…. 전혀. 유럽 쪽으로 갈 계획이 없습니다. 유럽 쪽으로 간다는 의미가 뭔지 몰라가지고…. 유럽 쪽으로 제가 왜 가요. 여행을 갈 수 있을지는 몰라도…."

- 사시는 곳을 옮긴다는….
"전혀 그런 계획은 없는데요. 루머 같은데요."

- 그러면 유럽의 한 나라로 간다는 게 전혀 사실이 아닌가요.
"그 나라는 아시다시피 제가 과거에 여행을 했지 않습니까. 거기로 갈 이유가 없죠."

- 호텔에 한국분과 같이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
"예?"

- 지난해 4월 우암각 사건이 있었다는데…. 선생님 아우님이 우암각을 수색했다는….
"모릅니다."


태그:#김정남, #중앙선데이, #김정은, #유럽망명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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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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