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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 마련된 소신공양을 하신 문수스님의 분향소. 아침 6시경이라 사람들이 보이질 않지만, 하루종일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 분향소 산사에 마련된 소신공양을 하신 문수스님의 분향소. 아침 6시경이라 사람들이 보이질 않지만, 하루종일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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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스님, 오늘 4일은 스님의 다비식이 경북 군위에 있는 스님이 묵으시던 지보사에서, 10시부터 열리는 날입니다. 지난번에 군위 삼성병원에 마련된 스님의 빈소를 찾아뵙고 난 후, 아직까지 마음이 혼란스러워 진정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 스님의 타버린 법구가 공개되었습니다. 염을 하시기 위해 들어갔던 가족분이 휴대폰으로 촬영을 한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생전 그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는데, 길을 가면서도 절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길이 없어 당분간은 길을 나서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오늘 다비식에는 꼭 참석하려고 마음먹었지만,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끝내 길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스님의 가시는 길을 마주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입니다. 물론 스님이야 가고 오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테지만, 그만큼 절집 생활에 익숙한 듯하지만, 아직도 속세의 정을 끊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가 봅니다.

오늘 곰곰이 생각을 해봅니다. 스님의 그 큰 뜻을 일일이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조금은 마음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왜 하필이면 그날을 택해 소신공양을 올리셨는지를. 스님은 평소에도 말이 없으시고, 늘 일관되게 말과 행동이 올곧은 분이셨음을 알고 있기에, 이미 지난 해 2월부터 무엇인가를 하셔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저희들은 감히 그 깊은 속을 이해조차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스님의 소신공양으로 까맣게 타버린 법구를 보면서, 과연 문수스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우리 같은 속세에 물들어 사는 중생들이 어찌 그런 스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를 할 수 있을까요. 오늘 이렇게 스님께 글을 쓰면서도 눈물이 흘러 주체할 수가 없는 것은, 만날 때마다 보여주시던 말없는 웃음 때문인가 봅니다.    

"스님이 되어서 모든 생명이 죽어 가는데, 이젠 무슨 일인가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 스님이 되어서 죽어가는 수많은 생명들을 바라보면서도 그런 일조차 하지 않는다면, 어찌 스님이라고 할 수가 있겠느냐"

스스로 몸을 사르신 스님. 수좌스님들의 번거로움을 생각해 하안거 결재가 시작된 후로 마음을 정하신, 그 마음조차 저희들은 감당하지를 못했습니다. 그저 부끄럽고 또 부끄러울 뿐입니다. 나이를 밥그릇을 챙기며, 입으로만 먹었음을 이제야 비로소 알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파옵니다.

이제는 무슨 일을 해야 할 것인지 눈을 뜬 듯합니다. 이 땅의 모든 생명을 위해 조금은 더 노력을 해야 할 것만 같습니다. 스님의 그 깊은 뜻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가시는 것이 다시 오시는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다음 인연에서는 그런 마음 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구하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국에 설치된 스님의 분향소를 찾아들고 있습니다. 어쩌면 스님은 그 발길조차 손을 내저으실 것만 같습니다. 그런 마음을 갖고 계신 분이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조차 할 수가 없다면, 젯날이 되어 스님의 영전에 나아가 고개조차 숙일 수 없을 듯합니다. 연화세계로 가시는 길, 아마 아직도 눈물이 마르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편히 가시기 바랍니다. 인연이 있어 스님을 뵈었으니, 또 다시 뵐 것이라는 마음으로 보내드리려 합니다. 문수스님, 편히 가십시오.


태그:#문수스님, #소신공양, #분향소, #편지, #다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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