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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민주노동당 가입 내지 후원금 납부와 관련해 교사(134명) 중징계(파면․해임) 방침을 밝힌 가운데, 고등학생들이 학교 게시판에 중징계의 부당성을 알리는 성명서를 게시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2일 고등학교과정인 경남 산청 간디학교 교사․학생들에 따르면, 지난 5월 25일 학생들이 '간디학교 학생 임시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성명서를 학교 강당 복도 게시판에 붙였다. 이 학교 최보경 교사(역사)가 징계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교과부 방침은 지난 5월 24일 알려졌는데, 한 학생은 "가정학습으로 다들 집에서 쉬고 있을 때 '피의 일요일'이라는 이번 사건이 터졌다"고 밝혔다. 국가보안법 철폐 운동을 벌이기 위해 만들어진 학생 단체인 'BK(보경)러브'가 이번 사건을 알게 되어 의견을 모았던 것.

 

한 학생은 "관심 있는 학생들을 모아 이 사건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성명서를 내기로 합의를 보았으며, 당일 바로 성명서를 학교 강당복도게시판에 붙였다"면서 "원래 사건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생각해 서명운동도 할 계획이었지만, 사건이 약간 다르게 흘러가는 추세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간디학교 학생 임시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교사 명단에 최보경 교사가 포함되었는데, 언제 징계가 진행될지 모르는 상태이고 사립학교인 저희 학교는 곧 이사회 측으로 해임권고가 들어 올 것 같다"며 "이에 학생들의 의견을 표현해야할 필요를 느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최보경 선생님은 평소에도 자기 소신이 강하신 분이였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선생님이 평소 우리들 앞에서 특정 정당을 강하게 지지하거나 아이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교육한 적은 없다"며 "선생님은 항상 역사교사로서 자신의 책임에 대하여 고민하시던 분이였고, 간디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모두가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소신을 자유로이 밝힐 수 있음을 주장하시던 분이셨다"고 소개했다.

 

또 이들은 "최보경 선생님이 주장하던 정치적 자유는 그것이 좌든 우든, 혹은 진보이거나 보수이거나 상관없는 것이었고, 저희들은 그렇게 배워왔다"고 덧붙였다.

 

중징계 방침에 대해, 학생들은 "선생님께서 교단이 아닌 학교 밖에서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밝혔다는 게 문제가 되어 교단을 떠나게 되실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은 저희에게, 나아가 선생님의 수업을 듣던 모든 학생들에게 굉장히 당혹스럽고 의아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선생님이 저희에게 가르치셨던 정치적 자유는 정작 선생님 자신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며 "선생님은 누구보다 저희에게 정치적 공정성을 가르치시려 노력하였고,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려 노력하였다"고 밝혔다.

 

간디학교 학생 임시대책위원회는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정치적 선입견을 주입시킨다며 교직을 잃게 만드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며 "특히 간디학교같은 대안학교에서는 더욱 이 일에 대해 고심을 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 저희의 의견이다. 선생님을 지지하는 학생들로서 선생님이 계속 교단에 서계실 수 있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최보경 교사는 간디학교 학습교재 내용 등과 관련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1심 재판 중이다. 학생 대책위인 'BK러브'는 방학을 제외하고 한 달에 한번씩 진주에서 '국가보안법 철폐 촛불문화제'를 열어오고 있다.


태그:#전국교직원노동조합, #민주노동당 후원,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 #교육과학기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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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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