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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스님이 소신공양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다루라는 죽비소리를 전해줬다. 나도 이제 큰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불교환경연대 대표 수경스님의 목소리는 떨렸다. 문수스님의 영정 앞에 국화를 올린 뒤였다. 이야기를 길게 하는 게 힘든지 몇 마디하고 한숨, 다시 몇 마디하고 한숨을 반복했다. 결국 스님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몇몇 사람들은 "스님이 언급한 '큰 고민'이 도대체 뭐냐"며 당황해 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중단 등을 요구하며 31일 소신공양한 경북 군위군 지보사 문수스님 사건에 대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문수스님 유가족과 조계종 그리고 불교계 신도들은 문수스님의 법구(시신)를 서울 종로 조계사로 옮겨 장의 절차를 진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또 '4대강 사업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고인의 죽음에 대답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은 생명을 소중히 하라는 죽비"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불교연대)'는 1일 오전 서울 종로 조계사에 차려진 서울선원 앞에서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애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우선 불교연대는 "문수스님이 남긴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포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짧고도 간절한 소원이 우리를 한없이 슬프게 한다"고 애도했다.

 

이어 불교연대는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은 자신의 생명을 던져 온 생명을 던져 온 생명을 구하고자 한 지극히 불교적인 생명살림의 발로"라며 "이제 죽어가는 생명의 강을 살리는 일은 남은 우리들의 몫이 되었다"고 밝혔다.

 

이날 수경스님은 "이론적으로 소신공양에 대해서 모르진 않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그리고 4대강 문제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문수스님의 소식을 듣고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문수스님은 생명의 문제에 절박함을 느낀다면 이제는 생각만 하지 말고, 폼만 잡지 말고 정말 4대강 사업 문제에 투신하라는 가르침을 주기 위해 소신공양한 것 같다"고 고개를 떨궜다.

 

이어 수경스님은 "나도 이제 큰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해 잠시 주변을 술렁이게 했다. 수경스님은 애초 이날 직접 애도문을 낭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수경스님은 떨리는 목소리로 "읽지 못하겠다"며 법안스님(불교 미래사회연구소 소장)에게 애도문을 넘겼다.

 

"이명박 대통령, 문수스님 죽음에 4대강 사업 중지로 답하라"

 

조계종도 이날 애도문을 통해 "우리 종단은 생명평화를 염원하며 소신한 문수스님의 입적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으며 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한다"면서 "이번 생에서의 정진은 비록 다하였으나 스님이 발원한 정토세계를 모든 중생이 함께 이뤄나가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현재 문수스님의 법구는 경북 군위군 삼성병원에 안치돼 있다. 경찰은 애초 문수스님의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유가족과 불교계가 반대해 부검은 하지 않기로 했다.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는 상임감찰을 현장에 급파했고, 불교연대도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대표 퇴휴스님과 불교환경연대 상임집행위원장 현각스님 등 대표단을 내려보냈다.

 

정웅기 참여불교제가연대 사무처장은 "조계사에서 5일장으로 종단장을 치를 수 있도록 유가족, 조계종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문수스님의 뜻을 받들어 차분하게 장례 일정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또 정 처장은 "전국 사찰에 분향소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4대강 사업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도 이날 조계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이 아니었다면 죽지 않았을,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을 4대강 사업의 희생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용서를 구하고, 4대강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며 "그것만이 죽음으로써 4대강의 생명을 지키려한 문수스님의 깊은 고뇌에 화답하는 길"이라고 요구했다.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국민 70%가 반대하고, 모든 종교계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이명박 정부가 밀어부쳐 결국 스님까지 돌아가셨다"며 "지금 4대강 사업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선거 말고는 없다"고 투표로 정권을 심판해 줄 것을 당부했다.

 


태그:#문수스님, #4대강사업, #수경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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