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경기도 안성의 밤은 그야말로 '야단법석'이었다. 안성경찰서도 "안성에서 단일 행사로 이렇게 많이 모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경찰 추산 1500명, 지역신문 추산 200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서울같은 대도시야 그까짓 인원이라 하겠지만, 농촌도시 안성엔 가히 획기적인 일이다. 축제 장소인 안성 내혜홀광장이 생긴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시민 4명이 불을 지피고, 시민 다수가 불을 키운 축제이날 모인 사람들은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그리고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광명, 부천, 평택, 안중, 용인, 서울 등은 물론이고 멀리 대전과 진주에서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제1회 야단법석 안성페스티벌'의 원래 주제는 '투표합시다 6월 2일'로 '민주주의 꽃인 선거를 축제로 승화시켜 즐기고 함께하는 축제로 자리매김 하며, 투표참여를 약속하고 선언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 축제는 두 달 전, 안성시민 4명(송상호, 유민규, 나성천, 신승한)이 자비를 들여 시작했다. 그러나 곧이어 안성시민과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서울과 평택 등에서 이 축제를 위해 십시일반 금액을 후원했고 그야말로 시민의 힘으로 만든 축제 한마당이 되었다.
축제 당일 선거유세와 선거운동이 한창이었지만, 주최 측은 나름의 원칙을 세웠다. 선거 운동을 하려고 축제장에서 기웃거리는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에게 "이 행사는 특정 정당과 무관하다"며 어느 정당이나 후보를 막론하고 장내에 들어오려면 후보자용 띠를 두르거나 유권자에게 인사를 하거나 명함을 돌리는 행위 등을 하지 말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와 조용히 관람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 축제장 밖에서는 선거후보자들이 선거운동을 하느라 마이크로 떠들어대고, 축제장 안에서는 그것과 일절 상관없이 청소년을 비롯한 시민들이 '투표하자'는 마음으로 축제를 하느라 마이크로 떠들어대고 있었다. 하지만, 시민의 소리가 훨씬 컸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워낙 많았고, 주변에서 눈치없이 선거운동을 하다간 오히려 표가 깎일 거라는 후보자들의 심리가 작용하여, 축제는 선거운동에 전혀 지장받지 않고 신나게 진행되었다.
이날 자원 봉사자로 참여한 안성 및 평택 등의 중·고등학생, 지역 대학생, 서울과 수원에서 온 시민단체 회원, 안성의 주부와 남성, 안성 모범운전자회 등이 경찰과 함께 행사에 힘을 보탰다. 또한 안성 지역의 문화단체 공연과 사회자 진행도 대부분 무료 출연으로 이루어져 그야말로 시민들의 힘으로 이룬 시민들의 축제였다.
이날 축제에서는 안성 지역의 문화단체 '행복나눔복지센터'의 북난타, 죽산 광선초 가야금 연주, 안성 통기타 가수 임병철, 일산 치어리더 '레인보우', 안성가수 염정미와 강승주, 댄스팀 정크팸과 중앙대 '꿈틀이', 한경대의 그룹사운드 'AM'과 랩 동아리 '45', 지역 직장인 연주 모임인 '연사모'의 두시밴드, 안성 농협의 밸리댄스 그리고 초대가수 서인국의 무대가 펼쳐졌다. 공연은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 그 자체였다. 그러면서도 중간 중간 '투표하자 안성시민'이란 구호를 잊지 않았다. 놀며 즐기며 '투표 운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원봉사를 하던 한 서울 시민은 "조그만 도시 안성에서 큰 바람이 불었다. 시민들의 힘으로 시민이 만든 '광장문화'의 씨앗을 심은 날"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백번 욕하는 것보다 한 번 투표하는 게 낫다'
생애 최초로 이번 6·2 지방선거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한경대 학생 이건호(20)씨와 정현경(22)씨는 이날 축제에서 '정치인을 백 번 욕하는 것보다 한 번 투표하는 것이 낫다'는 말을 기억하자며, "올 6월 2일뿐만 아니라 평생 신성한 권리인 투표행사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서했다.
또한 이날 안성의 소녀로 후보자에게 바라는 말을 했던 안성초등학교 6학년 김하늬양은 "안성시장님이 되실 분에게 바란다"며 "학교 도서관을 늘리고 학교 무료급식 실시와 안성 시내 공원을 많이 만들어 달라"는 야무진 주문을 했다.
장애인 대표로 나선 정토근씨는 후보들에게 "선거 땐 악수와 공약을 남발하는데, 당선된 뒤 장애인으로선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사람이 되지는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주부 최현숙씨는 "경제적 논리보다 100년 앞을 내다보고 안성의 자랑인 자연을 잘 보존하는 사람이 당선되었으면 한다"고 평소 바람을 전했다. 남성 대표로 나선 정동관씨는 "윗물이 흐려도 우리 시민이 투표를 통해 맑게 해나가자"며 결의를 다졌다.
특히 이날 관객의 80% 이상이 이번 6월 2일에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이었지만, 이들은 '살아가면서 앞으로 꼭 투표를 하겠다'는 결심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들에게 이번 6월 2일엔 꼭 투표하라고 조르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자리를 일어섰다.
대전에서 온 '사탕발림'이란 닉네임을 가진 한 40대 여성은 야단법석 안성페스티벌 사이트에 (
http://cafe.daum.net/ansungfestival) "좋은 행사 마련해준 주최 측에게 감사드립니다. 6월 2일 투표, 덕분에 꼭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돌아왔습니다"라고 행사후기를 남겼다.
덧붙이는 글 | 자세한 행사 내용은 야단법석 안성페스티벌 http://cafe.daum.net/ansungfestival(다음 카페)에 들어가면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인국 가수의 사진과 다른 초청 팀들의 사진을 감상하고 퍼가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