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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교육청 내에 있는 초중고 76개 학교에서는 교장공모를 위한 행사가 한창입니다. 공고기간(1차 5월 11일~18일, 2차 5월19일~22일)을 지나고 심사기간(5월 25일~5월31일)이 끝나갑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이미 지난 주에 정해진 심사기준에 따라 학교 추천자 세 분을 선출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의 '2010. 9. 1자 교장 공모 계획'에 의해 한 지원자가 학부모와 교사 앞에서 학교경영계획을 발표하는 모습입니다. 발표는 10분입니다.
▲ 교장 공모 지원자의 학교경영계획 설명회 서울시 교육청의 '2010. 9. 1자 교장 공모 계획'에 의해 한 지원자가 학부모와 교사 앞에서 학교경영계획을 발표하는 모습입니다. 발표는 10분입니다.
ⓒ 송칠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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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도 이번에 교장 공모 대상학교여서 생전 처음 교장 공모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올해 학교운영위원이기때문에 다른 운영위원들과 함께 서울시 교육청의 지침에 따라 우리학교 심사기준과 평가문항을 마련하는 일에 참여했고, 마지막 학교운영위에서 심사위원이 선출한 세 분에 대한 적격심사과정을 마쳐 승인까지 마쳤습니다. 우리 학교는 이제 교육청에 보고할 일만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교장 공모과정을 가까이에서 살펴보니 문제점이 많이 보였습니다. 물론 첫술에 배부르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압니다. 서울시 교육청도 그동안 특별한 경우에만 몇 학교씩 실시하던 교장 공모제도를 올해 처음으로 대단위로 실시했기 때문에 아무리 미리 점검을 꼼꼼하게 했다하더라도 시행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이번에 나온 문제점은 점검해서 앞으로는 보완해 나가야하고요.

그래서 이런 보완작업에 도움이 되라고 교장 공모를 시행한 학교의 학교운영위원으로서 교장 공모하는 모습을 처음부터 자세하게 지켜본 결과 나타난 문제점을 하나하나 지적해 보려고 합니다. 

서울시 교장 공모제는 진정한 '공모'가 아닙니다

제가 본 이번 서울시 교장 공모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모(공개 모집)'이면서 공모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가장 큰 문제점이 교장공모가 발표되고 나서 이미 여러 매체에서 여러 사람이 제기한 문제점으로, 단위학교 교장을 공개 모집한다고 하면 그 학교에 필요한 교장을 단위학교에서 뽑아야하는데, 지금 제도에서는 학교에서 뽑지 않게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학교에서는 한 사람이 아닌 상위 득표자 세 사람을 뽑아 지역 교육청에 (등수 없이) '무순위로' 추천하고, 지역교육청에서 다시 두 사람을 서울시 교육청에 추천해서 최종적으로 서울시교육청에서 정하는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진정한 교장 공모는 그 학교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교장을 뽑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학교에서는 가장 많은 점수를 받은 대상자가 교육청 추천에서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결과가 나왔을 때 서울시 교육청은 과연 가장 많은 표를 준 단위학교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가 의문입니다. 서울시 교육청 계획서 '2010.9.1자 교장 공모제 추진 계획'을 보면 이 제도의 목적을 '학교자율화 추진에 따라 단위학교 책임경영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교장 임용 확대'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서울시 교육청은 단위학교에서 얻은 점수를 배제한 채 '무순위'로 보고하게 해서 단위학교에서 얻은 점수를 싹 무시하고 있습니다. 단위학교에서 얻은 점수를 참고도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교육청에서 '단위학교에 맞는' 교장을 선정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들면서, 그 뒤에 분명 나타날 수 밖에 없는 학교에서의 혼란을 저는 미리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지원자에 대해서 알 수 없는 '공모'는 '공모'가 아닙니다

이번 서울시 교장공모가 '공모'가 아닌 두 번째 이유는 '교원인사의 투명성과 책무성을 제고'한다면서, 교장을 선출하는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교장 공모가 투명하지 않은 첫 번째가 응모 기간이 끝나면 우리 학교에 누가 응모를 했는지 학교 홈페이지에 인적사항과 이름을 '공개'해야 맞습니다. 그런데 76개 학교 그 어떤 학교도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학교는 교육청 지침에 나와있지 않아서라고 하고, 교육청(ㄱ)에 물어보니 '미리 정보가 유출되면 담합을 할 우려가 있어서(ㄱ교육청초등과장)'랍니다. 계획서(4쪽 서류접수 4)유의사항에도 다음과 같이 나와있습니다.

4) 유의사항
   - 지원자에 대한 정보는 심사일 전일까지 심사위원에게 비공개
   - 서류심사 시 지원자를 식별할 수 없도록 제출 서류의 소속, 직위, 성명 등 인적 사항    을 삭제하여 심사위원에게 배부       

4. 심사절차의 나. 심사위원회 구성 1)기본원칙에는 다음과 같이 나와있습니다.

1) 기본 원칙
     - 심사위원회는 지원자 접수가 종료된 후 구성하되 심사 당일 명단 공개
     ※ 명단에 대한 비공개 철저로 사전 담합 및 로비 의혹 차단

이렇다보니 누구도 사전에 미리 지원자에 대한 정보를 알 수가 없어서 결국 심사위원도 심사직전에야 지원자의 서류를 보고 알게 됩니다. 그런데 서류심사, 설명회, 심층면접으로 이루어지는 심사를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하루에 다 끝냈습니다. 과연 하루만에 어떤 사람이 우리 학교장으로 적당한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까요?

요즘 한창인 지방선거를 봐도 그렇고, 학교에서 이뤄지는 전교어린이회 임원 선거도 선거기간을 두어서 선거에 나선 사람의 이름은 물론 공약과 이력을 미리 알리는 과정을 거칩니다. 확성기 소리 요란하고 현수막과 유인물이 홍수를 이뤄도 누가 누군지 잘 모릅니다. 그런데 지원자에 대한 모든 내용을 비밀로 했다가 심사직전에 알게 되고, 그것도 하루 몇 시간만에 끝내야하는 심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요? 서류만 보고 한 사람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나요? 또 설명회와 심층면접이 있다지만, 대부분 10분을 넘기지 않습니다.

교장 공모를 제대로 하려면 지원자부터 미리 공개해야 합니다. 홈페이지에 일정한 기간동안  지원자를 공고해서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여기저기에서 얻어서 지원자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해야합니다.

떨어진 사람이 창피하니 학교 홈페이지에 결과를 알리지 마라?

그동안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교장 공모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학부모들은 우리 학교에서 누가 선출돼서 추천됐는지 무척 궁금해 합니다. 학교에서 알려서 설명회에 참가한 학부모들은 더욱 더 궁금합니다.

그러나 아무에게도 알리면 안된다고 합니다. 저는 '공모'이니 만큼 당연히 결과를 학교 홈페이지에 알려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관리자들은 '안된다'고 합니다. 교육청 지침에 없다는 것입니다.

답답한 나머지 교육청 담당자에게 문의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개인적인 의견이라면서 '개인적으로 알려주는 것은 되지만,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그래서 전교어린회 임원선거 결과도 학교 홈페이지에 알리는데, '학부모의 알권리'를 존중하는 만큼, 학교에서 공개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그동안 상황을 홈페이지에 게재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학부모들을 위해서 결과도 당연히 홈페이지에 올려야하지 않느냐고 되물었습니다.

서울시 담당자에게 문의한 결과 역시 '학교에서 알리는 것은 뭐라고 할 수 없지만,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올리지 말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했더니 첫째는 지원자의 개인 정보가 알려지고, 둘째는 떨어진 사람이 창피할 수 있지 않느냐는 대답을 합니다. 이 두 가지 대답은 서울시 교육청이 교장 공모의 의미를 얼마나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지를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말만 '공모'지 필요한 부분은 가리고 한 교장 공모

이번 교장 공모 과정에서 얼마나 교장 공모과정을 공개하고 있는지 서울시 교육청에서 교장 공모제를 시행하는 44개 초등학교 홈페이지를 모두 살펴보았습니다. 이중에서 누구라도 들어가 볼 수 있게 해야하는 '공지사항' 메뉴를 로그인을 해야 볼 수 있게 해 놓은 학교가 두 학교나 되고 공지사항에 이 학교가 교장공모 대상학교인지조차 알 수 없게 이와 관련한 정보를 올려놓지 않은 학교가 세 학교나 됩니다.

무려 7개가 뜬 팝업창에 정작 현재 가장 중요한 교장 공모에 대한 내용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에도 이번 교장 공모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라고 볼 수 있는 학부모와 교사에게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설명회를 안내하지 않고 있습니다.
▲ 교장 공모가 진행 중인 서울시 한 초등학교 홈페이지 무려 7개가 뜬 팝업창에 정작 현재 가장 중요한 교장 공모에 대한 내용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에도 이번 교장 공모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라고 볼 수 있는 학부모와 교사에게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설명회를 안내하지 않고 있습니다.
ⓒ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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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개 학교 중에서 반드시 하게 되어있는 설명회를 알리지 않은 학교가 45%인 20개 학교나 되었고, 지원자가 제출한 학교 경영계획서를 심사당일부터 5월말까지 올리도록 되어있는데 대부분의 학교는 심사가 끝난 뒤에 올려놓고 있었으며, 이마저도 올리지 않은 학교가 (로그인으로 막아놓은 학교 두 곳 포함해서) 6개 학교나 됩니다.

그런데 학교경영계획서를 올릴 때 학교마다 지원자의 이름을 밝힌 곳과 밝히지 않은 곳이 있었는데, 경영계획서를 올린 38개 학교 중에 지원자의 이름을 밝힌 곳이 모두 29개 학교(76%)였고, 지원자 이름을 밝히지 않고 올린 학교는 9개 학교(24%)였습니다.  

44개 학교 홈페이지에서 비록 지원번호이긴 하지만, 심사결과(학교추천자)를 발표한 학교가 한 학교가 있었고, 심사위원을 공개한 학교도 한 학교가 있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이 내려 보낸 지침에도 불구하고 각 학교가 혼선을 겪고 있는 모습은 그만큼 서울시 교육청이 교장 공모과정에 대한 적절한 지침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는 서울시 교육청이 '교장 공모제'의 취지와 의미를 숨겼거나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교육을 위한 진정한 교장 공모제라면 서울시 교육청이 내세운 교장 공모제 계획서 '목적' 두 번째에 나와있는 대로 선출과정과 지원자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가장 먼저 해야할 일입니다.


태그:#교장공모,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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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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